사회

불법체류 단속에 사망..한국인에 '장기기증'

윤상문 2018. 9. 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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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한 외국인 건설 노동자가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려다 부상을 입고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미얀마에서 온 27살 산 소티.

그는 한국인 네 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났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조문객도, 흔한 화환도 없는 빈소.

미얀마인 이주 노동자, 27살 산 소티씨의 장례식장입니다.

[깐 치/소티 아버지]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소티씨는 5년 전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공사현장을 전전하며 번 돈은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보냈습니다.

고향 마을 사람들을 위해 우물도 파줬습니다.

하지만, 6개월 전 비자 연장이 안 되면서 소티 씨는 불법체류자가 됐습니다.

[한국인 동료] "굉장히 성실해요. 그리고 잘 웃고 일도 열심히 하고 나쁜 말 할 줄도 모르고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고…"

지난달 22일.

경기도 김포의 한 공사현장 식당에 단속반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식당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불법체류자 체포에 나선 겁니다.

식당 안에 있던 소티 씨는 창문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창문 너머는 8미터 낭떠러지.

소티씨는 크게 다쳐 뇌사상태에 빠졌고, 보름간 치료를 받다가 지난 8일 숨졌습니다.

[미얀마인 친구] "(소티하고 같이) '닭고기 맛있어. 먹자' 얘기하고 있는데, (단속반이 들어와서) 'XX XX야, 앉아!' 저는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못 했어요."

당시 단속 현장은 공포분위기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한국인 노동자들에게까지 수갑을 채우려 할 정도로, 폭력적이었고 마구잡이 단속이었다는 주장입니다.

[한국인 노동자] "내국인 외국인 관계없이, 무조건 막 수갑을 채우려 들고 완전 난장판이 됐었어요."

이에 대해 법무부는 무차별 체포 시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아들의 싸늘한 주검을 마주한 아버지는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깐 치/소티 아버지] "한 달에 한 번 정도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마지막 통화 때) 딱 1년만 열심히 일하고 돌아오겠다고 했습니다."

아들을 빼앗아간 한국이 죽도록 미울 법도 한데, 아버지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했고, 한국인 4명이 소티씨의 장기를 이식받았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윤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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