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사이에 낀 젊은 남편.. 추석 스트레스 '극심' [이슈+]

pro-verb 입력 2018. 9. 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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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차 남편 A(29)씨는 명절이면 처가를 두 번씩 방문한다.

A씨가 처가에 두 번 발걸음을 하는 이유는 명절 당일 처가에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남편이 친정과 시댁을 동등하게 대우해주기 바라는 아내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A씨의 아내는 명절 당일에 친정을 가지 못할 것이라면 연휴간 친정을 두 번 방문하는 게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두 쪽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식으로 명절을 보내려니 A씨처럼 남편 몸이 2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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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차 남편 A(29)씨는 명절이면 처가를 두 번씩 방문한다. 올해도 추석 당일인 9월24일은 대구에 있는 본가에 방문하지만, 23일과 25일에는 인천에 있는 처가에 들를 예정이다. A씨가 처가에 두 번 발걸음을 하는 이유는 명절 당일 처가에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남편이 친정과 시댁을 동등하게 대우해주기 바라는 아내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A씨의 아내는 명절 당일에 친정을 가지 못할 것이라면 연휴간 친정을 두 번 방문하는 게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A씨는 “괜한 불화를 막기 위함”이라면서도 “운전을 하며 인천과 대구를 이런 식으로 오가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말했다.

명절 스트레스는 여성의 전유물로 취급돼 왔지만 남성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22일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남녀 966명에게 설문한 결과 남성 44.2%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62.3%)보다는 낮지만 남성 2명 중 1명이 고달픈 명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남성의 스트레스는 많은 부분 고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데서 온다. 특히, 젊은 남편들은 가부장적인 전통과 자신이 속한 세대의 인식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명절 전통에는 처가를 방문하는 법이 없고, 남성만이 제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보통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등 젊은 아내가 이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매우 많다. 그렇다고 아내만 위하자니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본가 어른들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두 쪽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식으로 명절을 보내려니 A씨처럼 남편 몸이 2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여전히 가장의 역할을 강요받는 것도 남성이 받는 스트레스의 한 단면이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에 따르면 직장인 776명 중 남성 32.9%는 명절 지출 때문에 연휴 출근을 원한다고 답했다. 여성이 ‘가사노동의 스트레스가 높아 출근하고 싶다’(32.5%)고 가장 많이 응답한 것에 비하면 남성들은 여전히 경제적 부담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결혼해 첫 명절을 맞는다는 B(29)씨도 “양쪽 부모님과 조카들 용돈, 친척들 연휴선물을 계산해 보니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아들 노릇, 사위 노릇을 하려니 돈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명절 스트레스에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입을 모은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남성은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묵묵해야 원만하고 바람직한 남성처럼 느끼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며 “사회와 가족 내에서 치이며 살다가는 탈진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인 오세라비 작가도 “남성들도 장거리 운전, 무거운 짐 들기 등 명절 노동을 분담하는 부분이 있다”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스트레스도 돌봐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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