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정의 직구리뷰]전율이 돋는 시적인 스릴러..'너는 여기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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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 그 이상의 충격이다.
지난 2012년 '케빈에 대하여'로 미친 존재감을 알린 린 램지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PTSD에 시달리는 '조'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거대 권력에 의해 만행 된 차갑고 잔인한 사건을 독창적이고도 대담하게, 먹먹하게도 그려냈다.
또한 조가 소녀를 구출하는 스퀀스는 그야 말로 예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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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 그 이상의 충격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강렬하고도 시적인 스릴러다. 최고와 최고의 만남이 매번 그렇진 않지만, 이 경우는 진정 ‘최고’다.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 린 램지와 ‘천의 얼굴’을 가진 할리우드 스타 호아킨 피닉스의 만남으로 탄생된, 두 거물의 거부할 수 없는 에너지가 담긴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70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까지 2관왕의 영예를 안은 ‘너는 여기에 없었다’(감독 린램지)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끔찍했던 유년기와 전쟁 트라우마에 갇혀 늘 자살을 꿈꾸는 청부업자가 부패한 거대 권력에 의해 납치된 소녀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으며 펼쳐지는 스릴러다.
강렬한 비트와 함께 거친 야생의 낯선 모습으로 첫 등장하는 조(호아킨 피닉스). 시끄럽고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을 배회하며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는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과 전쟁 트라우마로 늘 자살 충동으로 몸부림친다. 그럼에도 늙은 어머니와의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희망 없는 지친 삶을 살아간다.
어지럽게 조각난 환영으로 가득 찬 그의 머릿속은 과거에 묶여 있고, 현재의 그는 밀폐된 비닐 속에서 급한 호흡을 내뱉거나 방해꾼 없는 플랫폼에서 철로를 위태롭게 내려다본다. 그런 그를 깨우는 건 바로 한 의뢰인의 딸인, 어떤 소녀다.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두려움에 떨다 무감각해질 지경에 놓여 있는 그 소녀를 보니, 어린 시절의 자신을, 혹은 젊은 날 공포 속에서도 아들 만은 지키려고 했던 어머니를 보는 듯하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학대 복수 살인 등 무자비한 폭력과 공포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조의 상처받은 내면과 육체를 몽환적이면도 환상적인, 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강렬함이 녹아 있는 독특한 형태로 전달한다. 마치 조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 혼란스럽고 불안하지만 아련하고도 쓸쓸하다.
왜 칸이 감독에게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보냈는지, 왜 감독은 그토록 호아킨 피닉스를 원했는지, 영화를 보고나면 모든 게 납득될 수밖에 없다. 천재 감독과 천재 배우가 만든 하모니는 진정 뜨겁다. 놀랍다. 본능적이면서도 지적이고 거칠면서도 세밀하다. 공포스러우면서도 애잔하고 통쾌하면서도 먹먹하다. “Wake up!” 영화가 끝난 뒤 ‘조’를 깨우는 소녀의 목소리가 내게도 들리는 듯하다. 겉만 번지르르한 진부한 영화들에 지친 관객들을 깨우는 영화다. 10월 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89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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