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정의 직구리뷰]전율이 돋는 시적인 스릴러..'너는 여기에 없었다'

한현정 2018. 9. 2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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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 그 이상의 충격이다.

지난 2012년 '케빈에 대하여'로 미친 존재감을 알린 린 램지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PTSD에 시달리는 '조'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거대 권력에 의해 만행 된 차갑고 잔인한 사건을 독창적이고도 대담하게, 먹먹하게도 그려냈다.

또한 조가 소녀를 구출하는 스퀀스는 그야 말로 예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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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영화들에 질린 관객들을 깨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전율, 그 이상의 충격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강렬하고도 시적인 스릴러다. 최고와 최고의 만남이 매번 그렇진 않지만, 이 경우는 진정 ‘최고’다.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 린 램지와 ‘천의 얼굴’을 가진 할리우드 스타 호아킨 피닉스의 만남으로 탄생된, 두 거물의 거부할 수 없는 에너지가 담긴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70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까지 2관왕의 영예를 안은 ‘너는 여기에 없었다’(감독 린램지)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끔찍했던 유년기와 전쟁 트라우마에 갇혀 늘 자살을 꿈꾸는 청부업자가 부패한 거대 권력에 의해 납치된 소녀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으며 펼쳐지는 스릴러다.

지난 2012년 ‘케빈에 대하여’로 미친 존재감을 알린 린 램지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PTSD에 시달리는 ‘조’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거대 권력에 의해 만행 된 차갑고 잔인한 사건을 독창적이고도 대담하게, 먹먹하게도 그려냈다.

강렬한 비트와 함께 거친 야생의 낯선 모습으로 첫 등장하는 조(호아킨 피닉스). 시끄럽고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을 배회하며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는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과 전쟁 트라우마로 늘 자살 충동으로 몸부림친다. 그럼에도 늙은 어머니와의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희망 없는 지친 삶을 살아간다.

어지럽게 조각난 환영으로 가득 찬 그의 머릿속은 과거에 묶여 있고, 현재의 그는 밀폐된 비닐 속에서 급한 호흡을 내뱉거나 방해꾼 없는 플랫폼에서 철로를 위태롭게 내려다본다. 그런 그를 깨우는 건 바로 한 의뢰인의 딸인, 어떤 소녀다.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두려움에 떨다 무감각해질 지경에 놓여 있는 그 소녀를 보니, 어린 시절의 자신을, 혹은 젊은 날 공포 속에서도 아들 만은 지키려고 했던 어머니를 보는 듯하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학대 복수 살인 등 무자비한 폭력과 공포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조의 상처받은 내면과 육체를 몽환적이면도 환상적인, 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강렬함이 녹아 있는 독특한 형태로 전달한다. 마치 조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 혼란스럽고 불안하지만 아련하고도 쓸쓸하다.

또한 조가 소녀를 구출하는 스퀀스는 그야 말로 예술적이다. 생략과 선택의 예술로 완성된 신선한 액션이랄까. 불법 조직들의 소굴에 들어가 무자비하게 그들을 제거하는 장면은 유혈이 낭자한 자극적인 연출이 아닌 흑백 CCTV로 관점을 이동시켜 색다른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서로 총을 겨누던 괴한을 제압하고 나란히 누워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도 아이러니한 이미지의 조합을 만들어 낸다.

왜 칸이 감독에게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보냈는지, 왜 감독은 그토록 호아킨 피닉스를 원했는지, 영화를 보고나면 모든 게 납득될 수밖에 없다. 천재 감독과 천재 배우가 만든 하모니는 진정 뜨겁다. 놀랍다. 본능적이면서도 지적이고 거칠면서도 세밀하다. 공포스러우면서도 애잔하고 통쾌하면서도 먹먹하다. “Wake up!” 영화가 끝난 뒤 ‘조’를 깨우는 소녀의 목소리가 내게도 들리는 듯하다. 겉만 번지르르한 진부한 영화들에 지친 관객들을 깨우는 영화다. 10월 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89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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