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만 배운 '1일1마사지' 호치민에서 실천해 봤습니다

신은정 기자 2018. 9.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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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방향감각, 체력 3가지 다 없는 3無 기자가 쓴 베트남 여행기
게티이미지뱅크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베트남 호치민(호찌민)의 여행기를 써야한다. 그러나 여행이라곤 사각거리는 호텔 침구 안에서 잠을 늘어지게 자는 것에서 가장 큰 만족을 느끼는 기자에게 여행기처럼 보이는 여행기를 만들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최고로 여기는 가치는 따로 있다. 여행에서는 정말 갈린다. 크게는 관광파, 휴식파로 나뉘는데 기자는 전적으로 후자다.

이번 여행기의 주제를 마사지로 정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순전한 관심사대로 흘러간 것이지만 진정성이 100% 담긴 여행기라는 것을 자부할 수 있다. 열심히 검색해 내 돈 주고 진짜 경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호치민에 가게 되기로 결정된 이후 포털사이트에서 ‘호치민 관광’을 검색해 봤을 때부터 어쩌면 그것은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돌아보니 그러했다. 호치민에 다녀온 많은 이들이 1일 커피, 1일 마사지를 실천하라고 입을 모은다. 자매품으로 1일 쌀국수와 1일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가 있다. 어디를 꼭 구경해야한다는 식의 후기보다 위 4가지를 매일 한 번씩 해야 한다는 행동강령이 많았다. 안 하면 한국에 돌아와서 반드시 후회한다고 했다.

기자는 마사지성애자이긴 하지만 금전적 압박으로 한국에서 마사지를 자주 받지 못한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 그리고 마사지는 기본적으로 누가 해도 좋다는 마사지 평화주의자임도 고백한다. 한 사람의 정성이 손으로 전해지는데 나쁠 수가 없다. 그저 그런 마사지는 있을 수 있어도 나쁜 마사지는 없다. 그것이 나의 생각이다.

첫날: 호텔에서 난생처음 마사지를 받아보다

인천에서 호치민으로의 비행시간은 5시간 남짓이다. 다리를 쭉 뻗을 수도 없는 이코노미석에 몸을 구겨넣고 오랜 시간 앉아 있었으니 몸이 많이 피곤했다. 호텔에 바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여행객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피곤하지만 괜히 힘이 솟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막 다른 나라에 도착했다는 설렘, 시간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탓일 것이다.

호치민시티 1군에 위치한 렉스호텔

기자는 한국에서 몇몇 블로그를 검색하면서 호치민의 평이 좋은 마사지 샵 한곳을 6일 일정 중 5번째날에 이미 예약했다. 호치민을 가본 사람은 한 번쯤 들어봤다는 미우미우 스파다. 첫날은 도착 시간을 가늠하지 못해서 미리 마사지를 예약하지 못했다. 그래서 호텔에서 짐을 풀고 미우미우에 “한시간 후에 마사지를 받을 수 있냐”고 예약 메일을 보내봤다. 금방 답장이 왔는데, 안 된다는 회신이었다.

구글맵을 켰다. 영문으로 ‘마사지’ 검색하면 주변의 마사지샵이 쭉 나온다. 이것을 거리순, 평점순으로 필터링해서 볼 수 있다. 사전 정보가 별로 없을 때 아주 유용하다. 마사지는 음식점, 쇼핑몰 등으로 확장해 검색할 수 있다. 물론 영문으로 검색하면 좀 더 정확도가 높아진다. 거리도 가깝고, 평점도 괜찮은 한 마사지샵으로 예약 없이 가보려고 했다.

구글맵 화면. 검색창(붉은색 상자로 표시)에 '마사지' 등 필요한 장소에 대한 정보를 넣고 검색하면 주변을 검색해 준다. 노란색 상자 안에 있는 현재영업중, 최고 평점, 그리고 거리(사진에는 없지만 해당 지역으로 가면 나온다)으로 조건으로도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어 편하다. 아래 장소 정보에 직접 들어가면 네티즌이 남긴 리뷰를 볼 수 있다. 가끔은 이벤트성 선물을 주면서 리뷰를 작업(?)하는 업체도 있으니 리뷰를 꼼꼼하게 읽어보면 좋다.

그런데 웬걸,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내렸다. 기자는 호치민에 9월초 방문했다. 우산을 쓰고 걸어도 비를 쫄딱 맞을 만큼 많은 양의 비였다. 그래서 기자가 묵은 ‘렉스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일단 가격부터 얘기하면 90분에 90만동 조금 못 미친다. 우리 4만3000원 정도다. 돈으로 투숙객에게 20% 할인을 해서 이 정도 가격인데, 모든 고객에게 15% 할인율을 적용하니 이곳에 묵지 않아도 가격은 비슷할 것 같다. 할인 이벤트를 계속 한다면 말이다. 마사지를 받기 전 확인한 가격표보다 결제 금액이 조금 더 나와 놀랐는데, 호텔이 따로 매기는 5%, 10% 가산세를 계산하지 못했다. 그래도 명색이 호텔이고, 시간이 90분으로 길다는 점 등을 생각하니 곧장 마음이 누그러졌다.

호텔에서 받은 핫스톤 마사지(뜨거운 돌을 이용한 마사지)는 평이했다. 렉스 호텔은 아주 오래됐다. 1927년 프랑스 식민 통치 시절 건설된 건물을 개조해 이 호텔을 만들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한 채 깔끔하게 잘 관리했다. 5성급 호텔이지만 한국식 호텔 수준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서비스는 호텔에 준해 잘 돼 있다.

둘째 날: 늦은 저녁 급하게 검색해 찾은 괜찮은 마사지샵

반드시 참가해야 할 일정이 중간중간 있어서 호치민에서의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1일 1마사지를 실천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둘째 날은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자유시간이 허락됐다. 일정을 마치고 구글맵을 켰다. 위치와 평점 순으로 놓고 가장 괜찮은 곳으로 정했다. 피곤해서 가장 가까운 곳을 골랐던 것 같다.

주변 상점에 가려 하마터면 놓칠 뻔한 마사지샵. 호치민에선 마사지보단 '스파'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 보였다.

마사지샵은 쇼윈도가 필요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로변 안쪽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날 찾은 마사지샵(Jolene Spa)가 딱 그랬다. 구글맵이 찾는 위치가 코 앞이라고 안내했지만 어딘지 헤맸다. 현지인이 어딜 찾느냐고 해서 이름을 말하니 건물 안쪽에 있다고 말해줬다. 예약 없이 왔지만 다행히 마사지가 가능했다. 90분짜리 오일마사지를 받았다. 가격은 38만동, 1만8000원 정도였다. 베트남은 돈 단위가 커서 계산이 쉽지 않다. 대략 20을 나누면 한화가 나온다.

기분 탓인지 아주 청결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마사지는 너무 괜찮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마사지 가격의 10% 정도를 팁으로 주고 나왔다.

셋째 날: 호치민 관광하면 나오는 미우미우 스파에 가다

호치민 여행기에서 반드시 나오는 마사지샵에 가보기로 했다. 미우미우 스파(Muimui Spa)인데, 일본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체인점으로 운영되고, 현재 호치민 1군에만 5호점이 있다. 기자는 숙소와 가까운 4호점에 갔다. 2x2로도 불린다.

이곳은 당일 예약이 어렵다. 첫날 한번 시도했다가 성공하지 못했다. 이날 간 것은 호치민에 도착해 메일로 예약해 둔 것이다.

미우미우 스파 예약은 영어로 된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 한국에서부터 시도했으나, 예약 코너는 먹통이다. 간혹 성공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기자는 도무지 들어가도 안됐다. 전화로 예약하면 편하겠지만 말보단 글이 편한 기자가 찾아낸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이메일로 예약하는 방법이다.

이메일 답장이 상당히 빠르다. 하지만 당일 취소나 변경 등은 이메일로 어렵다. 마사지 종류를 변경하려고 당일 오전에 메일을 보냈다가 아무런 답 메일을 받지 못하는 경험도 했다. 현장에 가서 물어보니, 하루나 이틀 전 마사지 종류나 시간 등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주말은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마사지는 괜찮았다. 포핸드 마사지를 받았다. 말 그대로 손이 4개라는 뜻인데, 2명의 마사지사가 한꺼번에 마사지를 해준다. 물론 비용도 80만동(3만8000원 정도)으로 호치민의 대부분의 90분짜리 마사지의 두 배 정도로 나왔다. 그러나 한국보다 물가가 낮은 나라가 아니면 언제 포핸드 마사지를 해보겠냐는 마음으로 시도해봤는데 좋았다. 황제나 황녀가 마사지를 받는, 영화에서 나올법한 장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혹자는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문어가 마사지를 해주는 느낌이라고 촌평했다.

넷째 날: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사지샵에 가보다

마사지가 조금은 식상해 지려고 하는 간사한 마음이 들 때쯤 방문한 곳이다. 일정을 소화하기 전 아침에 짬을 내서 갔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카카오톡으로 예약을 할 수 있다.

베트남에 와서 처음으로 60분짜리 바디 마사지를 받아봤다. 가격은 28만동, 13000원 정도로 정말 싸다. 마사지해준 여성분도 참 열심히 마사지를 해줬다. 하지만 초기 감기 온 나의 몸 상태 탓인지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했다.

다섯째 날: 1일 2마사지를 실천했던 날

마사지를 주제로 여행기를 쓰겠노라고 결심해서였을까. 다양한 종류의 마사지를 받아보면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부터 예약한 미우미우 포핸드 마사지는 오후에 예약이 잡혀 있었다. 오전에 다른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하고 거리를 나섰다.

몸 말고 얼굴로 종목을 바꿔보기로 했다. 페이스 마사지를 특화로 하는 곳도 몇 군데 검색 가능했다. 그러나 귀차니즘이 발동하기도 했고, 주변에 평이 꽤 괜찮은 얼굴 전문 마사지 샵이 있어 그곳으로 무작정 가봤다. 렉스 호텔에서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이었다. 이름은 글로 스파(Glow Spa)다.

대로변에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별로 세련되지 못하다. 그러나 마사지샵 바로 앞은 잘 꾸며진 카페같아 보였다. 예약 없이 갔지만 다행히 얼굴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고, 90분 짜리 기본 마사지를 받았다. 가격은 80만동, 3만8000원정도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얼굴 마사지를 별로 받아본 일이 없어 상대적으로 비교는 어렵겠다. 또 한번의 마사지로 얼굴이 갑자기 좋아지면 그것은 마사지가 아니라 마술일 것이다. 하지만 마사지사의 손놀림 등이 상당히 숙련된 것 같았다. 대접받는 느낌은 충분히 받았다.

오후엔 셋째 날 갔던 미우미우 스파에 다시 갔다. 마사지 종류 변경을 미리 하지 못해 포핸드 똑같은 마사지를 받았다. 두 번째 받았던 탓인지, 마사지사가 달라져서인지 몰라도 처음 받았던 감동을 받기가 힘들었다.

마지막날: 공항 가기 전에 발마사지로 마무리하다

여행도 좋지만 집에 가는 게 더 좋다. 나는 그렇다. 한국에 가면 가장 아쉬울 것임을 알기에 마지막 날도 마사지를 빼놓을 수 없었다.

가진 돈도 다 떨어져 갔지만, 마사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여윳돈이 많지 않아서 마지막 날은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바디 마사지보단 풋 마사지가 좀 더 싸다. 마지막 날 들른 마사지샵도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곳(Temple Leaf Spa)이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고 갔다. 메일로 회신이 오는데, 응대가 굉장히 빠르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60분짜리 발 마사지를 받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크럽 서비스였다. 까끌거리는 작은 알갱이가 들어있는 스크럽제로 발과 무릎 아래까지의 다리를 꼼꼼히 문질러준다. 얼굴 스크럽도 안 하는 기자에게는 아주 호사스러운 체험이었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앉아 다시 피로가 쌓일 테지만 말이다.

호치민 여행을 하는 독자들에게 1일 1마사지 실천기가 모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여행에 필요한 요소인 계획, 방향감각, 체력이 하나도 없는 3무(無) 기자가 쓴 글이라는 점은 고려해 주셨으면 한다.

번외편: 1일 1콩카페 실패기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가판이나 커피숍에서 산 커피를 목욕탕 의자 같아 보이는 플라스틱 낮은 의자에 앉아 먹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치민 여행기를 검색하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곳도 콩카페(CONG CAPHE)다. 기자는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어서 베트남에서 1일 1콩카페(혹은 1일 1커피)를 실천하지 못했다. 일정 동안 콩카페는 두 번 가봤다.

콩카페에서는 코코넛 슬러시가 들어간 코코넛 커피가 가장 유명하다고 주워들어서였을까. 콩카페에 갈 때마다 그걸 마셨다. 사실 별달리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했다. 서울 연남동에도 콩카페 1호점이 들어왔다고 한다. 블로그 후기를 보니 베트남 현지에서 파는 커피의 사이즈가 더 커 보이긴 했다.


연유를 넣어 달짝지근하게 먹는 ‘카페쓰어다’도 먹어볼 만 하다. 차가운 것이 쓰어다이고, 따뜻한 것은 쓰어농이라고 부른다. 호치민에서 많이 보았던 커피 체인점인 하이랜드커피에서 쓰어다를 먹었는데, 단맛도 단맛이지만 쓴맛도 엄청나게 진했다.

베트남 현지 대학생에거 콩카페나 하이랜드커피 말고 대중적이면서도 유명한 커피숍이 어딘지 물어서 갔던 TRUNG NGYEN LEGEND COFFEE도 한번 가볼만 하다. 쭝 응우엔 레전드 커피 정도로 발음하면 된다. 체인형이지만 분위기가 괜찮다.

집에 돌아오니 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콩카페를 더 많이 가보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그다지 크게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름 모를 현지 커피숍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그곳 사람들처럼 커피를 마셔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후회됐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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