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하다 움찔..도로 위 '마순경'에 "화 났다"vs"묘수"

최종권 입력 2018. 9. 21. 11:30 수정 2018. 9. 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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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경찰청 마네킹 경찰관 16개→28개로 확대 배치
사고 다발 지점 사망 사고 '0'건으로 확 줄어
시민들 "괜찮네","깜짝 놀라 안전운행 방해" 반응
마네킹 경찰관. [사진 충북경찰청]
지난 20일 충북 청주시 외곽도로를 달리던 김윤수(48)씨는 전방 300m 앞에 서 있는 경찰관을 보고 흠칫 놀라 자동차 속도계를 확인했다. 다행히 제한 속도인 시속 80㎞를 넘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스쳐 지나가는 경찰관을 보니 사람이 아닌 마네킹이었다. 김씨는 “가까이서 보니 경찰관 복장을 한 마네킹이었다. 혼자 멋쩍게 웃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마네킹 경찰관과 마주친 직장인 정미선(35·여)씨는 “속는 기분이 들어 화가 났다”고 했다. 정씨는 “컴컴한 도로에 갑자기 나타난 마네킹을 보고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뒤에 차가 없어 사고는 안났지만 집에 가는 내내 불쾌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를 줄이려고 도입한 마네킹 경찰관을 두고 시민들 반응이 엇갈린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묘수”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가짜 경찰관을 세워 운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부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21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청주흥덕경찰서를 비롯한 경찰서 6곳에서 운영 중인 마네킹 경찰관을 12개 경찰서로 확대 시행한다. 이에 따라 16개 사고 다발 지점에 설치한 마네킹 경찰관은 28개 지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마순경’ 또는 ‘마경위’로 불리는 마네킹 경찰관은 운전자들의 과속을 막기 위한 특수 시책이다. 지난해 경기 파주ㆍ포천에서 먼저 시행됐는데, 이를 충북경찰청이 벤치마킹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마네킹 경찰관. [사진 온라인 마켓]

마네킹 경찰관은 키 180㎝의 건장한 신체 조건을 갖췄다. 주로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나 급커브, 마을 앞 과속구간에 설치됐다. 멀리서 보면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경찰관이 경광봉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약 21만원을 주고 제작했다. 충북의 경우 청주시 미원~보은 구간 도로와 충주시 대소원면 첨단사거리 등 교통사고가 잦은 곳에 마네킹 경찰관을 설치했다.
택시기사 박종택(65)씨는 “속든 안 속든 운전자들은 일단 경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속도를 줄이게 되니까 사고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새로 뚫린 대청호 청주 문의~대전 신탄진 구간에 과속 차량이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최모(37)씨는 “과속을 하지 않았음에도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아 되레 안전운행에 방해가 된다”며 “과속 단속 카메라가 수없이 많은데 굳이 가짜 경찰관까지 세워 시민들을 속일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마네킹 경찰관. [사진 충북경찰청]

경찰은 마네킹 경찰관이 효과를 보고 있어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충북경찰청이 마네킹 경찰관을 설치한 16개 지점에서 지금까지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올 초부터 마네킹을 설치 전까지 이곳에선 2건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일반 교통사고는 18건에서 11건으로 약 40% 줄었다.

경찰은 “부족한 단속 인력을 보완하고 적은 비용으로 사고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현재 청주를 제외한 충북 군 지역 경찰서 교통계 외근 인력은 2~3명에 불과하다. 정기영 충북경찰청 교통계장은 “지역마다 도로개설이 늘고 있지만, 외근 인력이 부족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3000~4000만원에 달하는 복합단속카메라를설치하기도 어렵다”며 “운전자들에게 마네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배치 장소를 수시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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