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교실에 퍼지는 위험한 놀이.. '손목 자해'

이희권 기자 2018. 9. 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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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시작하니까 어느 순간 너도나도 따라 하더라고요. 이제는 한 반에 서너 명은 팔에 칼자국이 나 있다고 보면 됩니다."

권 교사는 "자해를 시도한 학생 집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도 학부모들은 '어디 긁힌 것 아니냐' '나중에 내가 알아서 살펴보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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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하면 줄줄이 따라해

수업중에도 보란듯 내보여

대부분 BJ방송서 방법 익혀

학생들 “스트레스 풀린다”

교사 “통제 안돼 위험수위”

전문가 “관심받으려는 표현”

“한 학생이 시작하니까 어느 순간 너도나도 따라 하더라고요. 이제는 한 반에 서너 명은 팔에 칼자국이 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박모(29) 씨는 20일 “SNS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자해 인증사진’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며 “교사들끼리 쉬쉬하고 숨기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통제가 안 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는 “커터 칼을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다가 교실 안에서 보란 듯이 자해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전하는 학생들의 ‘자해 도미노’ 현상은 충격적이다. 이해할 수 없는 ‘10대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양상이다. 일선 교사들은 “올해 초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해 이제는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수업 중에도 아이들이 상처로 피투성이가 된 손목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는다고 한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2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는 권모(여·30) 교사는 “왕따 학생들이 자해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누군가 먼저 팔목에 면도칼로 상처를 내면 그걸 보고 친한 친구들이 따라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 대부분은 이성 친구 문제, 학업 스트레스, 부모님과의 갈등을 자해 이유로 꼽았다. 최근 팔목에 자해를 시도한 A 학생은 “솔직히 죽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면서도 “팔목에 상처를 내고 나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도 자해를 부추긴다. 학생들 상당수가 인터넷방송진행자(BJ)의 생방송 중 자해행위를 보고 방법을 익힌다.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청소년 자해는 더욱 심각하다. 권 교사는 “자해를 시도한 학생 집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도 학부모들은 ‘어디 긁힌 것 아니냐’ ‘나중에 내가 알아서 살펴보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교육현장에서도 ‘손목 자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거론하기가 불편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가정통신문에 관련 내용을 짧게 공지하는 데 그친다.

교육 당국은 부랴부랴 현황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해가 일선 학교에서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대책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해는 ‘관심을 가져 달라’는 미숙한 표현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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