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갇힌 퓨마, 4시간 뛰놀다 죽다

남형도 기자 입력 2018. 9.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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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역사적 순간을 남긴 18일 저녁, 화제의 중심은 다른 곳에 더 많이 쏠렸다.

이날 5시10분쯤 대전 동물원 '오월드'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했다는 소식이었다.

탈출한 퓨마 이름은 '호롱이'.

동물행동심리전문가인한준우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교수는 "울타리에 갇힌 동물들이 같은 장소를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게 정형 행동"이라며 "난폭한 행동도 아무래도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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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생 암컷 호롱이 죽음이 남긴 것..갇힌 야생동물 복지, 탈출시 대응 매뉴얼 부재 등
18일 대전동물원에서 사육사 관리 부실로 탈출했다 이날 밤 사살된 퓨마 '호롱이'의 생전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역사적 순간을 남긴 18일 저녁, 화제의 중심은 다른 곳에 더 많이 쏠렸다. 다름 아닌 퓨마였다.

이날 5시10분쯤 대전 동물원 '오월드'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했다는 소식이었다.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사육사 부주의였다. 이에 태풍·지진 때나 보던 긴급재난문자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갔다. 외출을 자제하고 주의해달란 내용이었다.

탈출한 퓨마 이름은 '호롱이'. 8년생 암컷이었다. 몸무게는 약 60kg으로 성격은 온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년간 갇혀 지낸 호롱이는 우리 밖으로 처음 뛰쳐 나왔다. 탈출을 지속했던 시간은 약 4시간34분 남짓. 멀리 가지도 못했다. 동물원 내에서 배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후 대전시 중구 사정동 대전동물원에서 탈출 4시간30여분 만에 엽사에 의해 사살된 퓨마가 동물원 내 동물병원 구조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뉴스1


짧게 맛본 자유의 대가는 컸다. 마취총을 쐈지만 듣지 않자 이날 밤 9시44분쯤 결국 사살됐다.

오월드를 관할하는 대전도시공사 유영균 사장은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일몰 후 날이 어두워지고 원내에 숲이 울창해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될 경우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상황에 따라 사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도한 사살이었단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마취총을 더 쏘지 그랬느냐, 동물원 내에 가만히 있었다는데 생포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방에는 19일 오후 기준 퓨마 관련 청원만 80여건이 쏟아졌다. 해당 동물원을 폐쇄해달라는 청원은 하루 만에 4만명이 넘는 지지를 받기도 했다.

호롱이의 죽음을 계기로 동물원 내 야생동물들의 복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8일 국제적으로 공인된 순수혈통인 조셉(8세 수컷)과 펜자(9세 암컷) 사이에서 백두산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4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퓨마만 해도 굉장히 넓은 지역을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세력권을 되돌아보는데 일주일이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저지대 열대우림, 습지, 초원, 건조한 덤불지역 등을 가리지 않으며, 해발 3350m에도 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야생성을 가진 동물들을 좁은 사육장 안에 평생을 가두는 것이다.

대형 동물원은 사육 환경 기준이 있어 그나마 낫지만 소규모 동물원들 사정은 더 열악하다.

스트레스를 받은 야생동물들은 이상 행동을 보인다. 대표적인 게 '정형 행동'이다.

세계 자연기금(WWF)이 정한 세계 코뿔소의 날인 22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흰코뿔소가 먹이를 먹다가 고개를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동물행동심리전문가인한준우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교수는 "울타리에 갇힌 동물들이 같은 장소를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게 정형 행동"이라며 "난폭한 행동도 아무래도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를 위한 세심한 법제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5월부터 시행 됐지만,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는 요원한 실정이다. 동물원 설립 및 운영 근거만 나와 있고, 구체적인 동물권 관련 조항은 미비한 '반쪽짜리 법안'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전시 동물의 복지가 미비하다. 해외에서는 100년 전부터 중시하고 고민해오던 것들"이라며 "콘크리트 사육장에 가둘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들의 생태적 습성을 고려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야생동물들의 본능을 일깨우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 교수는 "동물들이 사냥감을 잡아 먹는다던지 번식행동을 한다던지 구애행동을 한다던지 그런 걸 자연스럽게 해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며 "먹이를 줄 때도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등) 무언가 일해서 스스로 먹을 수 있게, 그런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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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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