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살인' 김윤석 "내 형사 배역과 닮은 주변인은 장준환 감독" [인터뷰]

이소연 2018. 9. 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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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 김윤석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예의를 지키면서도 안에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진정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 · 제작사 필름295) 출연 배우 김윤석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애정을 표했다. 영화 '추격자', '극비수사', '거북이 달린다' 등에서 형사 역을 여러 번 맡은 김윤석에게 '암수살인' 속 김형민(김윤석)은 그가 가장 매력을 느낀 형사 캐릭터라고.

10월 개봉하는 '암수살인'은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다. 형사 김형민이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주지훈)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받고 수사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윤석은 "어릴 때 제일 좋아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형사 콜롬보였다. 형사 콜롬보는 멋있는 차로 추격전을 하거나 멋지게 총을 쏘지도 않는다. 트렌치 코트 한벌만 입고 다니는데 잘생기지도 않았고 키도 조그만한 분이다. 나이도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그냥 수첩 같은 거 넣어다니는데 이런 분이 혼자서 결국은 범인을 잡아낸다. 주로 잡아들인 범인은 고위 공직자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육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형사의 매력, 믿음을 주는 모습이 좋았다. 저는 형사 콜롬보가 가장 믿음직했다. 이 사람한테 걸리면 못 빠져나간다. 허허실실하면서 범인이 실토하게끔 만드는 머리와 끈기가 있지 않나"고 덧붙였다.

김윤석은 "육체적으로 멋있고 히어로 같은 분도 좋지만 소시민 같은 모습으로 소신껏 일을 해나가고 폭력을 쓰지 않고도 범인을 꼼짝도 못 하게 하는 거야 말로 진정한 카리스마가 아닌가 싶다"면서 자신이 맡은 형사인 형민에 애정을 표했다.

대다수 범죄물의 경우 극적 긴장감을 위해 다소 불 같은 형사들이 등장한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이다음에 나오는 범죄물들은 형사 캐릭터를 만들 때 좀 더 다른 면들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김윤석은 영화 속 김형민 형사의 실제 모델을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현장에 오신 것을 봤다. 아무리 형사라고 하지만 촬영 현장에 오면 떨릴 수밖에 없지 않냐. 말 그대로 TV에 나오는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으니까. 과묵하고 수줍음도 많으시더라. 이 영화로 인해 혹시 너무 관심을 받으면 스트레스받지 않으실까 싶다"면서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번 김형민 캐릭터의 모습이 형사로서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고 마음에 든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영화 속에 나오는 김영민 형사의 모습이지 실제 그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저는 잘 알지 못 하는 분이니까"라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김윤석 / 사진=쇼박스 제공

김윤석은 "김형민 형사는 대쪽 같은 건 아닌 것 같다. 부러지면 안 되니까 유연하지만 안에 단단한 심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겪으면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보게 되지 않나. 조용히 자기 길을 잘 가는 사람. 사려 깊고 분별력 있으면서도 내재된 힘은 굉장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제 주변에서 가장 그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장준환 감독이다"고 말했다.

장준환 감독은 지난해 12월 6월 민주 항쟁을 다룬 영화 '1987'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윤석은 "(장준환 감독은) 겉으로는 예의를 지키지만 안에 냉철하고 강력한 뭔가를 갖고 있다. 그러니 (실험적인) 영화 '지구를 지켜라' 같은 영화를 만들지 않았겠나. 사실, 그런 캐릭터가 진정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윤석 / 사진=쇼박스 제공

'암수살인'은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말한다. 영화 '암수살인'은 소리 소문 없이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그만큼 의미 있는 소재지만 상업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범인이 이미 수감된 상황이기에 범인과 형사 간의 추격전으로 긴장감을 주는 보통의 상업 영화와는 궤를 달리 한다. 색다른 긴장감을 줘야 했다.

김윤석은 "김태균 감독이 5년 동안 '암수살인'을 붙들고 있었다. 계속 자료 조사를 해서 김태균 감독은 툭 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나온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한 부분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업 영화로서 이 영화가 재미있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영화에서 취조실 장면이 6번 나온다. 형민이 태오(주지훈)에게 어떻게 당하고 또 어떻게 누를지 복마전을 펼치는 부분이다"면서 "감독님이 이 신에 에너지 반 이상을 썼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돌이켰다.

마지막으로 그는 "'암수살인'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남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막연한 이야기지만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고 짙은 커피 향처럼 여운이 오래가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바쁘게 살다 보니 놓친 것이 있네' 하고 다시 주변을 돌이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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