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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다가오니…깨어난 `괴물`

이용익 기자
입력 : 
2018-09-18 17:06:05
수정 : 
2018-09-18 17: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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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4일만에 콜로라도에 승리
7이닝 5삼진 무실점 시즌 5승
2014년 6월 후 첫 승리 거둬
다저스도 NL서부지구 선두
오승환은 팀 패배로 휴식해
최지만은 커리어 첫 10홈런
어느덧 미국 생활도 6년 차에 접어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1·LA다저스)은 그동안 콜로라도 로키스를 만날 때마다 괴로웠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실점을 기록한 적이 없었고 마지막 승리를 챙긴 기억도 2014년 6월 17일까지 되돌아가야 했다. 통산 성적이 9경기 3승6패, 평균자책점 5.77에 그치고 콜로라도 3루수 놀런 에러나도를 만나면 피안타율이 0.625(16타수 10피안타)에 달했을 정도니 그야말로 '천적'이 따로 없는 셈이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류현진은 콜로라도를 상대로 시즌 최고 피칭을 선보이며 포효했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마침내 시즌 5승 고지에 올라섰다. 1554일 만에 콜로라도를 꺾은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5승3패가 됐고 평균자책점도 2.42에서 2.18로 내려갔다.

사실 시작은 불안했다. 1회 초 1아웃을 잡아낸 후 에러나도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면서 또다시 과거의 패배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위기를 헤쳐나갔다. 시속 150㎞ 구속을 기록하며 공 11개로 1회를 마친 류현진은 7회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짠물 투구로 스스로 승리를 지켜냈다. 총 투구 수 93개 중 35개(37.6%)를 직구로 던지며 평소보다 정면 승부가 많았음에도 안타는 단 4개만 내줬고, 몸에 맞는 볼이나 볼넷은 단 1개도 기록하지 않는 훌륭한 경기 내용이었다.

모처럼 타선도 류현진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동안은 빈약한 공격력으로 류현진의 승수 쌓기에 별 도움이 안 됐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족 피더슨이 1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서 곧바로 홈런을 때려내는 등 2홈런 경기를 펼치며 1등 도우미가 됐고, 맥스 먼시의 우중월 3점포 등까지 더해 3회 만에 6대0으로 달아날 수 있었다. 심지어 류현진 스스로도 4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뒤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피더슨의 홈런에 힘입어 득점까지 할 수 있었다. 결국 류현진은 8대0으로 앞선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뒤 앨릭스 우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우드가 이후 2실점을 했지만 승패에는 변함이 없었다.

류현진뿐 아니라 LA 다저스에도 의미가 큰 승리였다.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다저스는 콜로라도와 엎치락뒤치락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이날만은 류현진의 맹활약에 힘입어 콜로라도를 0.5게임 차이로 앞서며 이틀 만에 선두를 탈환하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시즌 마지막 3연전 맞대결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가을야구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오래 버텨 필승 계투조에게 휴식을 취할 기회를 주면서 19~20일에 훌륭한 경기를 펼칠 기반도 마련됐다.

당연히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항상 빅게임 피처였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평소에는 6~7회까지 던지자는 생각이었는데 오늘은 5이닝만 던져도 점수를 안 주고 가자고 생각했다"며 호투 비결을 밝힌 뒤 "뭔가 해냈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다"면서 웃어 보였다.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 가능성도 크게 올렸다.

올 시즌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은 오승환(36)은 류현진이 맹활약을 펼치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코리안 더비'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이날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와 최지만(27·탬파베이 레이스)이 한국 선수들 간 맞대결을 벌였다. 최지만은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경기에서 중월 솔로 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최지만은 최희섭·추신수·강정호·이대호·박병호에 이어 시즌 10홈런을 넘긴 역대 6번째 한국 타자가 됐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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