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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 미리 인사드립니다"…추석 차례는 이제 옛말

송고시간2018-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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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대한 재인식…시대에 따른 가족 문화 변화상 반영"

(전국종합=연합뉴스) 인천에 사는 주부 이모(59) 씨는 3년 전부터 남편의 제안에 따라 명절 차례는 지내지 않고 연휴 전에 산소에 가서 간단하게 성묘만 한다.

추석 2주 앞두고 미리 성묘
추석 2주 앞두고 미리 성묘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추석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온 9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성묘객들이 조상 묘에 벌초하고 나서 절하고 있다. 2018.9.9
ccho@yna.co.kr

명절 당일 서울에 사는 자녀들이 오면 다 함께 외식하러 나가면서 명절 음식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큰아들이 좋아하는 부침개와 송편은 인터넷 명절 음식 업체를 통해 2인분 정도만 주문해서 먹는다.

이 씨는 "명절에 차례를 준비하려면 최소 20만원 이상이 든다"며 "돈도 돈이지만 음식을 누가 준비할 건지를 두고 동서들이랑 신경전을 벌여야 해 더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 동서네와 모여 외식을 하고 과거에 음식을 준비하던 나머지 시간에는 제대로 쉴 수 있다"며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조상을 섬기는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명절 차례를 연휴 전에 미리 지내거나 명절 당일 가족끼리 간단히 성묘로 대신하고 나머지 연휴에는 자기 계발이나 여행 등을 하면서 지내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연중 설과 추석 중 한 번만 차례를 지내는 가정도 있다.

부산에 사는 김모(62·여) 씨 가족은 지난해부터 설날에만 차례를 지내고 추석 때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

김 씨는 "가족과 친지들이 서울·대전 등지에 흩어져 있어 1년에 2차례나 다 같이 모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설날은 차례를 지내고 추석은 시간이 맞는 가족들끼리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설날 이후 일찌감치 비행기 표를 싼 가격에 구매해 둬 추석 연휴에 베트남 다낭으로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특히 30∼40대를 중심으로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앞당겨 지내는 명절 문화는 더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업체 티몬이 추석을 앞두고 30∼40대 남녀 각 250명, 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38.8%에 이르렀다.

특히 명절 증후군을 겪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6.2%였다.

차례를 지내고 친지 맞이에 바빴던 명절 연휴가 30∼40대를 중심으로 이젠 휴식과 여행,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대구가 본가인 김승준(29·서울) 씨는 "차례를 생략하고 가족끼리 외식을 하기로 했다"며 "명절에 온 가족이 다 한자리에 모이는 데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이상원(33) 씨는 "추석 때 조용한 곳으로 혼자 캠핑을 가 독서를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가족주의에서 개인주의로의 변화, 차례에 대한 가치관 변화,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가족 구성원의 지리적 공간적 분리 확산,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재인식 등 다양한 요인 때문으로 분석했다.

송유진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에 따라 변화를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갈등도 있을 수 있겠지만 반드시 하나의 방식으로만 명절을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서서히 바뀌고 다양한 방식이 인정되고 있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족 문화도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규, 김선형, 손형주 기자)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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