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햄버거집 면접 간다"..알바로 몰리는 4050

이희수 2018. 9. 17.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 울산 소재 한 대기업 하도급업체에서 근무하다 최근 회사가 문을 닫아 실업자가 된 A씨(45). 그는 최근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매일 새벽 인력파견업체 사무실을 찾고 있지만 번번이 허탕을 치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중년층이 몰려들다보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17일 새벽에도 나온 일자리는 4~5개뿐이었지만, 용역업체 사무실엔 30명이 넘는 중년층 인부가 찾아왔을 정도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고용난이 이어지면서 20대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던 아르바이트 구직 대열에 40·50대가 대거 합류하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생계비라도 벌기 위해 40·50대가 임시·일용직으로 내몰리는 셈이다.

매일경제신문이 17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의뢰해 올해 1~8월 사이 등록된 신규 이력서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신규 이력서를 등록한 40대 비중이 6.9%로 지난해 같은 기간(5.6%)보다 1.3%포인트 늘어났다. 50대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2%에서 2.9%로 0.7%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20대 비중은 72.8%에서 69.7%로 떨어졌다. 40·50대의 실제 아르바이트 입사지원 비중 역시 상승세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아르바이트 입사지원자 중 40·50대 비중은 8.9%로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또 다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최근 방문자를 분석해본 결과 40·50대 유입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구조조정이 늘면서 타격을 입은 40대가 비정규직시장으로 많이 유입되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중년층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생활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40·50대 아르바이트 구직 러시는 성별과 학력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명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최 모씨(58)는 유아 교육기관에 방문해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르바이트 자리에 3년째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0대 실업자는 지난해 8월 14만3000명에서 지난달 18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50대 실업자 역시 올해 8월 19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6000명 증가했다. 또한 40대 취업자는 올해 8월 전년 동월 대비 15만8000명이나 줄었다. 1991년 12월 25만9000명 이후 26년8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