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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비핵화 실무차원 논의 못했다…모든 부분이 블랭크"

김성훈,오수현 기자
김성훈,오수현 기자
입력 : 
2018-09-17 17:48:44
수정 : 
2018-09-17 20: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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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 기대감 낮추는 청와대
美北간 협의 꽉 막힌 상황서
文, 적극적 중재자 역할 의지
`북핵리스트 제출·종전선언`
빅딜 조율 성공하나 관심
◆ 9.18 평양정상회담 ◆

사진설명
<b>文대통령이 탈 벤츠 방탄차</b><br>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평양 백화원초대소 영빈관 앞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이용할 대통령 전용 벤츠 방탄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 제공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비핵화는) 실무적 차원에서 사실 논의할 수가 없는 의제다." "모든 부분이 저희들로서는 블랭크(blank)다." 임종석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메인 프레스센터가 위치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이번 회담의 핵심이자 최우선 의제인 비핵화 논의 성과와 관련해 이처럼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임 실장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 대해 아직 남북 간 뚜렷한 물밑 합의가 나오지 않았음을 에둘러 이야기하며 쏟아지는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는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이 방북단에 포함되면서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 섞인 전망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현재의 엄중한 대북제재 상황을 언급하며 의미 있는 경제협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임 실장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대북제재와 별개로 진행할 수 있는 남북 간 교류협력에 대해서는 양측 간 상당한 교감이 있음을 시사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임 실장의 여러 발언을 감안하면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4·27 남북정상회담보다 상황이 훨씬 녹록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임 실장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 간에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느냐에 따라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진전에 대한 어떤 합의가 나올지, 또 그러한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합의문이 아니면 구두 합의가 이뤄져서 발표될 수 있을지 이 모든 부분이 저희들로서는 블랭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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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마치 정상회담에서 이번에 굉장한 성과를 내야 되는 것처럼 이런 기대감이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라고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임 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간 비핵화 후속 협의가 꽉 막힌 상황을 적극 중재해 대화를 촉진하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수석협상가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적극 중재를 기대하고 있는 현실을 최대한 활용해 미·북 대화를 중재·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남북 양측 정상은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엄중한 한반도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외형적 측면이나 의전보다는 '회담' 자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소인수 회담에서 확대 회담으로 이어지는 통상적 정상회담 관례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첫째날과 둘째날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아마 곧바로 실질적 대화를 할 수 있는 형식으로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판문점에서 있었던 회담 정도를 생각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는 회담장에 양측 정상을 제외하면 남측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측에서는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만 배석했다.

이번 평양 일정에 임 실장이 동행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회담 테이블에는 특사단을 이끌고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4·27 판문점선언에 담긴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와 더불어 남북 관계 확대·개선 발전 방안도 주요하게 의제로 다루게 된다.

양측 정상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등에 합의한 바 있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대해서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서 획기적 조치가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시설 개·보수와 상봉 정례화, 전면적 서신 교환과 생사 확인은 물론 일률적 상봉 행사를 넘어선 상호 고향 방문 등이 성사될 개연성도 크다. 대면 상봉 이외에 남북이 이미 구축해놓은 시설과 가상현실(VR) 등 진전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영상 상봉 등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제도화하는 결정적 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남북 경협과 관련해서는 임 실장부터 대북제재 상황에서 의미 있는 협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과 개성공단 기업인 등이 대거 포함된 방북단 발표 이후 일각에서 '북측에 남북 경협 재개와 관련해 성급하게 사인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전직 대북·안보 부처 고위 당국자는 "재계 총수들과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포함된 것은 앞선 두 차례의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감안하면 특별하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금융인들이 방북해 김 위원장이나 경제 분야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북한에 투자를 하고 싶으니 어서 비핵화를 진전시켜 달라'고 촉구한다면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김성훈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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