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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국 와인 베스트 트로피-추석 음식에 곁들일 만한 국산 와인 산너울·청수·베리·고도리·산향기 ‘으뜸’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8.09.17 14:59:09
  • 최종수정 : 2018.10.18 17:21:50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민족의 명절답게 국산 와인으로 분위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추석 차례상에 일본 술인 정종 대신 국산 와인을 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매경이코노미는 국내 와인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와 손잡고 지난해에 이어 제2회 한국 와인 베스트 트로피를 개최했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공인한 국가대표 소믈리에 6명이 18개 와이너리에서 출품한 51종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했다. 평가 방식은 외관, 향기, 맛, 하모니 등 국제 기준 와인 심사 항목을 그대로 따랐다.

레드, 화이트, 로제, 스위트, 기타 과실 와인 5개 부문을 심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레드·화이트 부문을 포도 품종에 따라 유럽·북미계 품종, 국내 개량 품종 부문 등으로 구분했다. 이는 최근 선진국에서 대중화된 와인 품평 방식이다. 포도 품종에 따라 와인맛이 현격히 차이를 보이는 데다 포도별 특성을 양조 과정에서 얼마나 잘 살렸는지, 해당 테루아(포도밭 환경)에 맞춰 어떻게 재배했는지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 결과는 크게 ‘국산 화이트·로제 와인의 도약’과 ‘레드 와인의 부진’으로 요약된다.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숙성이 필요한 레드 와인의 품질에 악영향을 끼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평가에서는 골드 와인이 15개나 쏟아졌지만 올해는 ‘베리와인 1168CS’(레드 부문 1위)와 ‘소백산 산향기 스위트 와인’(스위트 부문 1위) 겨우 2개만 골드를 거머쥐었다. 매년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국산 와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레드·화이트 MVP 와인

▷“청수 = 한국의 리슬링” 호평

식사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테이블 와인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다. 이번 추석에 한국 음식과 곁들일 만한 테이블 와인은 뭘까.

레드 와인 부문에서는 영동블루와인농원의 베리와인 1168CS가 86점을 받아 골드 등급으로 당당히 1위를 거머쥐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와인 평가 기준에 따르면 82점 이상은 실버, 86점 이상 골드, 92점 이상은 최고 등급인 그랑 골드로 분류된다. 그랑 골드는 세계 대회에서도 드문 만큼 ‘골드’면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정하봉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 수석 소믈리에는 “ ‘베리’를 이용해서 만든 레드 와인으로 짙은 보라색을 띠고 있다. 카시스, 블랙베리, 정향, 낙엽 등 복합적인 향기가 올라온다. 중간 이상의 무게감으로 목넘김 이후에도 좋은 균형감이 느껴지는 와인이다”라고 말했다.

화이트 와인 중 유럽·북미계 품종 부문은 ‘산너울 화이트 와인’(84점)이, 국내 개량 품종 부문에서는 ‘고도리 청수’(80점)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산너울 화이트 와인에 대해 안중민 SPC 수석 소믈리에는 “유럽 화이트 와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과실의 풍미가 화려하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유질감(그리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적당한 보디감)과 짭짤한 미네랄, 그리고 산미의 밸런스가 훌륭하다”고 전했다.

고도리 청수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양대훈 롯데타워호텔 소믈리에는 “고도리 청수는 화이트 와인의 가장 기본 장점인 깔끔하고 정제된 빛깔을 잘 갖췄다. 청수 포도는 ‘한국의 리슬링’이라 할 만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품종이다. 과실향이 잘 올라오고 산도도 좋아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고 전했다. 안중민 수석 소믈리에는 “적절한 단맛과 깔끔한 산도의 밸런스가 뛰어나다. 와인의 산미가 각종 전 등 추석 음식의 기름진 맛을 잡아줘 잘 어울릴 듯하다. 약간 차게 마시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스위트·로제·과실 MVP 와인

▷소백산 산향기 “한국인 입맛에 딱”

스위트 와인과 과실주는 당도가 높아 식후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기에 좋다.

스위트 와인 부문에서는 경북 영주의 산내들와인이 캠벨얼리 포도로 만든 ‘소백산 산향기 스위트 와인’이 87점으로 MVP에 선정됐다. 이번에 출품한 전체 와인 중 최고점이다.

“소백산 산향기 스위트 와인은 이번에 심사한 와인 중 발군이다. 한국인의 입맛과 음식에 가장 잘 맞는 와인이 아닐까 싶다. 소백산 해발 600m 고도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이 와인은 지역 특유의 테루아 특성이 그대로 와인에 녹아 있다. 포도 본연의 향과 와인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아주 훌륭하다. 유럽의 여러 스위트 와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한국 전통 음식은 물론, 고급 레스토랑의 각종 디저트와 매칭해도 좋은 한국 대표 스위트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송기범 국가대표 소믈리에(현대그린푸드 소속)의 호평이다.

로제 와인 부문에서는 ‘고도리 로제’가 82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정하봉 소믈리에는 “로제 와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아름다운 빛깔이다. 고도리 로제 역시 매혹적인 핑크빛을 보인다. 레몬, 살구, 복숭아 등 향긋한 과일향이 두드러진다. 입안에서도 적절한 산도와 당이 어우러져 와인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로제 와인이다”라고 평가했다.

고도리와이너리는 기타 과실 부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복숭아 100%로 만든 ‘고도리 복숭아 와인’이 83점을 받아 부문 1위에 올랐다. 송기범 소믈리에는 “경북 영천의 친환경 복숭아 100%로 만든 고도리 복숭아 와인은 풍부하고 부드러운 복숭아향이 코와 입에서 기분 좋게 번진다. 신선하고 산뜻한 산도와 단맛의 밸런스도 완벽하다. 시원한 온도에 맞춘 복숭아 와인을 한과와 함께 먹으면 더욱 풍성한 추석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국국제와인소믈리에 소속 국가대표 소믈리에 6명이 51개 국산 와인 출품작들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는 모습. 왼쪽부터 안중민 SPC 수석 소믈리에, 정하봉 JW메리어트호텔동대문스퀘어서울 수석 소믈리에, 고재윤 국제소믈리에협회장(심사위원장), 이정훈 워커힐호텔 소믈리에, 양대훈 롯데타워호텔 소믈리에, 송기범 현대그린푸드 소믈리에.

한국국제와인소믈리에 소속 국가대표 소믈리에 6명이 51개 국산 와인 출품작들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는 모습. 왼쪽부터 안중민 SPC 수석 소믈리에, 정하봉 JW메리어트호텔동대문스퀘어서울 수석 소믈리에, 고재윤 국제소믈리에협회장(심사위원장), 이정훈 워커힐호텔 소믈리에, 양대훈 롯데타워호텔 소믈리에, 송기범 현대그린푸드 소믈리에.

▶총평과 향후 과제는

▷와인 저장 기술·시설 개선 시급

국산 와인이 매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 무대에 내놓기에는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진흙 토양이 많아 양조용 포도가 아닌 식용 포도 품종으로 재배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사상 최악 폭염이란 악재가 겹친 탓에 지난해보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국산 와인 평가가 진행됐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는 “지난여름 폭염이 와인 저장·유통 과정에서 품질에 큰 피해를 입혔다. 특히 레드 와인의 피해가 가장 컸다. 악천후에도 와인의 품질을 보존할 수 있도록 저장시설을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국산 와인의 양조 방법이 한국 테루아의 개성을 살리고자 했으나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품질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토착 포도 품종으로 양조할 때는 그에 맞는 맞춤형 양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이 모였다”고 총평했다.

이정훈 워커힐호텔 소믈리에도 비슷한 생각이다.

“한국의 토착 포도 품종은 유럽 포도에 비해 타닌 등이 상대적으로 풍성하지 않아 오크 숙성에 적합하지 않다. 때로는 오크향에 과일향이 아예 가려지기도 한다. 대신 과실향이 풍부하고 생기가 넘치는 게 한국 포도의 장점이다. 이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일부 레드 와인은 한국 포도와 테루아의 장점을 잘 살려 고무적이었다. 무엇보다 화이트 와인의 품질 향상이 독보적인 해였다.”

안중민 수석 소믈리에는 국산 와인과 한국 음식의 조화를 강조한다.

“올해 출품된 로제 와인은 레드·화이트 와인보다 한국 음식과의 매칭이 더 좋았다. 레드 와인은 약간의 단맛이 가미된다면 장을 활용한 우리나라 음식과 잘 어울릴 것 같다.”

국내 와이너리의 적극적인 대외 소통과 마케팅 활동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재윤 교수는 “일본은 호텔과 레스토랑에 근무하는 소믈리에들이 자국 와인에 큰 관심을 갖고 양조가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면서 일본 와인을 업장에서 적극 판매한다. 중국은 세계 와인과 경쟁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유럽의 선진 양조 기법을 도입했다. 중국 토착 포도 품종보다는 유럽 계열의 포도를 중국 테루아에 맞춰 재배, 세계적인 와인 생산국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이정훈 소믈리에는 “와인의 시작이 유럽이기 때문에 유럽 와인과 한국 와인을 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단, 유럽 와인 양조자들에게 분명 배울 점은 있다. 이들과 와인 관련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을 강화한다면 한국 와인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6호·추석합본호 (2018.09.19~10.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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