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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아이돌, 생존 수단 아니라 좋아서 하는 뮤지컬···최고스타 김준수·기대 배우 임시완

등록 2018.09.17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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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김준수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1월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하는 체코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 라이선스 초연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총출동한다. 'B1A4' 산들, '비투비' 이창섭, '인피니트' 장동우, '빅스' 켄 등 아이돌 4명이 '루이 14세' 역으로 쿼드러플 캐스팅됐다.

대극장 뮤지컬의 한 배역에 아이돌을 한두 명씩 발탁하는 것은 이제 당연해졌다. 하지만 한 배역을 모두 아이돌로 캐스팅하는 건 드문 일이다. '뮤지컬 아이돌' 전성시대를 넘어 대극장 뮤지컬배우가 아이돌과 동격화하기에 이른 셈이다.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 역사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ES' 메인 보컬 출신 바다가 신호탄을 쐈다. 2003년 '페퍼민트'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후 '핑클' 출신 옥주현이 2005년 '아이다'로 진출하면서 1세대 뮤지컬 아이돌이 완성됐다.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창희는 1990년대 후반 '애국심'으로 활약한 아이돌 그룹 'OPPA' 출신이다. 2005년 '록키호러쇼'를 시작으로 '고스트' '원스' '아리랑' '모차르트' '팬텀' '맨 오브 라만차' '바넘 : 위대한 쇼맨' 등을 거치며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2008년에는 'god' 손호영과 '클릭비' 오종혁이 각각 '싱글즈' '온에어 시즌2'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그해 '빅뱅' 멤버 승리와 태양도 각각 뮤지컬 '소나기'와 '캣츠'로 뮤지컬배우 타이틀을 달았다.

특히 오종혁은 '그날들' '노트르담 드 파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무한동력‘ ’명성황후‘ 등을 통해 주목받는 뮤지컬배우로 발돋움했다. '프라이드' '킬 미 나우' '벙커트릴로지' 등 아이돌 출신으로는 유일하다시피 연극 무대도 자연스럽게 오간다.

이윤정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오종혁을 기대되는 배우로 꼽으며 "관객과 호흡을 위해 여유롭게 대처하는 순간들을 봤다"고 전했다.

2010년대 초반은 남성 아이돌이 주축이 됐다. 특히 2010년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배우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JYJ' 김준수가 상징적이다.

옥주현

옥주현

김준수는 '엘리자벳' '드라큘라'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조승우 천하’에 도전장을 낼 만큼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만화 원작인 '데스노트',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 등의 뮤지컬화는 김준수의 인기와 그의 캐릭터가 중심에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기획이었다. '천국의 눈물'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 같은 창작물 기획의 중심에도 김준수가 있었다.

군 복무 중인 그는 전역 직후인 11월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할 예정인 뮤지컬 '엘리자벳'의 토드 역을 다시 맡아 복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과거 '엘리자벳' 출연 당시 '샤토드'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샤는 시아(XIA) 준수의 시아를 줄인 것이다.

배경희 더뮤지컬 편집장은 "입대 전 뮤지컬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아이돌이던 그가 제대 이후 뮤지컬배우로서 어떻게 작품 목록을 꾸려갈지 행보가 주목된다"고 했다.

 '슈퍼주니어' 규현·려욱·성민을 비롯해 '샤이니' 키와 온유, '2PM' 준케이, '2AM' 창민과 조권, '천상지희' 다나와 린아 등도 2010년대 들어 주목받은 뮤지컬 아이돌이다.

'비스트' 장현승, '인피니트' 성규와 우현, 'B1A4' 산들, '원더걸스' 예은, '에이핑크' 정은지, 'FT아일랜드' 이재진, '제국의 아이들' 임시완·박형식, 'f(x)' 루나 등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으나 '소녀시대' 태연·티파니·제시카·써니 등도 뮤지컬에서 활약했다.

【서울=뉴시스】 서현, 맘마미아 중. 2018.09.14.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서울=뉴시스】 서현, 맘마미아 중. 2018.09.14.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공연 칼럼니스트인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군 복무 중으로 군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에 출연 중인 성규를 관심 있게 봤다.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배역을 소화함으로써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가능성이 엿보이는 아이돌"이라는 얘기다.

그가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후 뮤지컬 무대에서 특별하게 활동하지 않았으나 가능성을 봤다. "끼가 보인 아이돌"이라는 평가다.

공연 칼럼니스트인 더뮤지컬 박병성 국장도 주목하는 아이돌로 써니를 지목하며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인물 연기가 가능한 아이돌이다.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도 좋을 듯"이라고 짚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맘마미아!' 등으로 호평을 받은 소녀시대 멤버 서현도 뮤지컬배우로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소속 팀 언니들보다 비교적 뒤늦게 뮤지컬 뛰어들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 교수는 "작품을 거듭하며 배우로서 성장이 가장 눈에 띄었던 아이돌 중 하나"라면서 "방송 중인 드라마 '시간'을 포함 주연급 연기자로서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2014년 서편제로 국내 뮤지컬에 데뷔한 '엠블랙' 지오(2012년 일본에서 '광화문 연가' 출연)와 역시 같은 해 '풀하우스'로 뮤지컬에 첫발을 들인 뒤 '드림걸즈'와 '노트르담 드 파리'로 방점을 찍은 '베스티' 유지 등도 급성장하고 있다.
 
임시완

임시완


아이돌에게 특화한 뮤지컬도 등장했다. 2015년 국내 초연한 라이선스 뮤지컬 '인 더 하이츠'가 대표적이다. 2016년 '제70회 토니상'에서 11관왕을 차지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킨 힙합 코미디 뮤지컬 '해밀턴'으로 주가를 높인 전방위 아티스트 린 마누엘 미란다의 초기작으로 국내 뮤지컬로는 드물게 랩, 스트리트 댄스 등이 주축이 된다. 아이돌이 활약할 수밖에 없는 무대다. 키, '인피니티' 김성규와 장동우, 빅스 엔(차학연), 블락비 유권과 재효 등 아이돌이 대거 출연했다.

동명 만화가 원작인 뮤지컬 '꽃보다 남자 더 뮤지컬'의 지난해 국내 초연도 아이돌이 있어 가능했다. 돈, 외모, 화려함을 갖춘 재벌가 상속자들 'F4'로 아이돌만큼 어울리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비투비 이창섭, 빅스 켄, 슈퍼주니어 성민, 미쓰에이 출신 민 등이 이 작품에 나왔다.

이 교수는 이 중 f(x) 루나와 샤이니 키를 주목했다. "스타성에 머물지 않고 작품에 충실하게 연기한다"는 설명이다.

뒤늦게 뮤지컬에 뛰어든 아이돌도 있다. 1세대 아이돌 대표 그룹 'HOT ' 강타다. 2008년 군 복무 당시 군 뮤지컬 '마인'에 출연한 적이 있으나 최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상업 뮤지컬에 데뷔했다.

그는 뮤지컬 데뷔가 늦어진 것에 관해 "무대에서 뮤지컬배우로도 꽉 채울 수 있을 때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박형식

박형식

지 교수는 강타를 두고 "1세대 아이돌로서 관록이 묻어나는 새로운 출발"이라면서 "뮤지컬배우 강타를 기대하게 한다"고 했다.

'베이비복스' 출신 간미연도 늦깎이 뮤지컬 배우다. 지난해 '아이 러브 유'로 뮤지컬에 데뷔한 뒤 공연 중인 '록키호러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뮤지컬 아이돌의 특징은 뮤지컬을 활동 폭을 넓힐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본래 이 장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생명력이 짧은 아이돌 가수가 살길을 모색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통했다. 이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또 다른 무대로 여겨진다.

무조건 주인공을 맡으려 하기보다 비중이 작더라도 자기 색깔에 맞는 캐릭터를 고르는 것이 보기다. '프리실라'에서 트러블 메이커 '아담' 역을 맡았던 조권이 대표적이다. 그는 대학로 B급 뮤지컬 '이블데드'에 나오기도 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아가사' 등 규모는 작지만 알찬 작품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진 려욱도 있다.

권혜은 공연 칼럼니스트는 조권에 관해 "무대 위에서 훈훈하고 멋있기만 해도 괜찮을 텐데 안전한 길이 아니라 낯선 길을 즐기면서 간다"면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헤롯', '프리실라'의 '아담'처럼 개성과 잘 맞는 역할을 영리하게 알고 있다"고 봤다.

가수들의 연기, 노래 욕심 외에도 이유는 또 있다. 뮤지컬이 차세대 한류로 부상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인 더 하이츠'를 제작한 SM C&C 모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 김준수를 앞세운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씨제스컬쳐 등 기획사들이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면서 업계 생리를 파악한 부분도 도움이 됐다.

빅스 등이 소속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도 제작은 아니나 뮤지컬에 관심이 높다. 빅스 멤버들과 소속 가수인 '쥬얼리' 출신 박정아 등이 뮤지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돌 섭외가 무조건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다. 지난해 아이돌을 섭외한 대학로 창작 뮤지컬은 애초 폐막일보다 한달가량 앞당겨 막을 내렸다.

뮤지컬 관계자는 "아이돌 캐스팅이 흥행에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작품 분위기와 규모에 맞게 프로덕션을 꾸리고, 아이돌을 캐스팅해야 한다"고 짚었다.

'크레용팝' 출신 초아가 좋은 예다. 특별히 주목받던 뮤지컬 배우가 아니었던 초아는 '덕혜옹주' '영웅' '찌질의 역사' '빨래'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름도 초아 대신 '허민진'을 내세워 배우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강타

강타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자연스러운 연기에 가창력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아이돌 문제점으로 지적된 뮤지컬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듯한 인상도 줄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돌이 연습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아 프로덕션 분위기를 망친다는 볼멘소리가 업계에 많았다. 최근에는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 사이에서 뮤지컬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다른 스케줄보다 중시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어렸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고, 데뷔 이후에도 팀 활동을 하면서 단체 문화에 익숙해 뮤지컬배우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전문가들이 뽑는 최고의 뮤지컬 아이돌은 누굴까. 역시 김준수가 우선으로 손꼽혔다. 뮤지컬 평론가인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서울예대 교수)은 "열정적인 노력, 뮤지컬 분야에 대한 태도, 작품 해석력, 스타성 모든 면에서 여전히 김준수는 아이돌 출신 뮤지컬배우의 대명사"라고 했다.

박 국장 역시 가장 주목하는 아이돌로 김준수를 꼽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의 신비로운 매력은 대체 불가하다"고 했다.

원 교수도 "가수 창법이 무대에 잘 어울린다고까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음색 매력이 극성을 담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태도가 성실하고 진지하며, 춤·노래·연기 등이 탁월하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옥주현이 꼽혔다. 유 이사장은 "성실함은 기본이다.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믿고 보는 배우"라고 했다. 원 교수도 "옥주현은 레베카 등을 통해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배우로서의 매력을 담아내기 시작해 다른 아이돌 출신들과는 견주기 심든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아이유

아이유

활약이 기대되는 뮤지컬 아이돌은 누굴까. 지 교수는 임시완을 꼽았다. 제국의 아이들 출신인 임시완은 2013년 '요셉 어메이징'으로 뮤지컬 데뷔했으나 이후 드라마, 영화로 활동 반경을 옮기다시피 했다. 지 교수는 "다수 TV와 영화 작품에서 입증된 섬세한 감정연기를 무대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권 칼럼니스트는 제국의 아이들 또 다른 멤버인 박형식을 꼽았다. 박형식은 2011년 '늑대의 유혹'으로 뮤지컬 데뷔한 뒤 종종 이 장르에 출연해왔다. 김준수, 박효신 등이 거치며 스타 양성 배역이 된 엘리자벳의 토드 역을 앞두고 있다.

권 칼럼니스트는 "노래만 잘하면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뮤지컬은 복합예술"이라면서 "발성, 연기, 노래, 춤. 모든 걸 균형감 있게 잘 해내야 한다. 아이돌 출신 배우만이 아니라 현존하는 20대 배우를 놓고 보아도, 박형식만큼 고루 잘하는 배우 자체가 드물지 않을까?"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웃는 남자'에 출연 중인 '엑소' 멤버 수호를 꼽았다. "진지한 연기적 접근, 무대를 장악하는 대범한 에너지"가 좋다는 것이다.

박 국장은 아직 뮤지컬에 데뷔하지 않은 아이유를 꼽았다. 아이유는 아이돌 그룹 멤버는 아니나 나이, 팬덤 등으로 볼 때 넓은 의미로 아이돌에 속한다. 노래, 연기 실력과 인기 등을 감안할 때 그녀가 뮤지컬에 데뷔할 경우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2000년대 뮤지컬 데뷔한 아이돌

바다 옥주현 이창희 손호영 오종혁 승리 대성

◇2010년대 뮤지컬 데뷔한 아이돌

JYJ 김준수, 동방신기 유노윤호, 소녀시대 태연 티파니 제시카 써니 서현, 베이비복스 심은진 간미연, 슈퍼주니 규현 려욱 성민, 샤이니 키 온유, 2PM 준케이 찬성, 2AM 창민 조권, 천상지희 다나 린아, 비스트 출신 장현승, 하이라이트 양요섭 손동운, 인피니트 성규 우현 장동우, 인피니트 출신 호야, 비투비 서은광 이창섭, B1A4 산들, 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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