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궁금해?] '꽃할배' 방북 권유.. 정치적 의도 앞선 청와대

박석원 입력 2018. 9. 15. 10:03 수정 2018. 9. 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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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3차 남북 정상회담 앞둔 정치권

사전 조율 없이 무리한 초청 시도

野“지지율 떨어지니 별짓 다 해”

‘예의ㆍ형식 따지며 발목’ 시각도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관련 일지와 예상 의제=그래픽 강준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3차 정상회담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4.27, 5.26회담에 이어 넉 달만의 대면이다. 남북은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 신뢰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성과를 내기로 했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약속대로 정상회담 개최 이전인 14일 개소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순항하기 위해선 비핵화 문제에서 뚜렷한 진전이 나와야 한다. 원칙적 수준의 비핵화 의지 확인 정도로는 북미관계 진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 조치로 이행토록 문 대통령이 견인함으로써,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끌어내는 ‘촉진자’ 역할이 더 커진 이유다. 평양정상회담을 앞둔 관가와 정치권 풍경을 조망하기 위해 본보 정치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기대감이나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은데 왜 그런가요.

마음은 콩밭에(콩밭)=올해만 벌써 세 번째 정상회담입니다. 2000, 2007년 한 번씩 열렸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죠. “남북정상회담 뉴스가 일상적인 소식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됐다”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말을 빌려 설명하면 어떨까 합니다.

삼각지 미식가=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도보다리에서 밀담을 나누던 장면까지 봤으니 어지간한 남북대화는 예사처럼 느껴지는 듯 해요. 또 하나는 회의감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것이란 희망보다는 결국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회의감이 4.27정상회담 때 보다 점차 커지고 있는 듯 합니다.

평생 낮술(낮술)=정상회담 이벤트에 대한 약발이 떨어진 것이죠. 국민들도 정상회담을 한다고 북한이 바로 핵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도 하고요. 특히 부동산, 일자리 문제 등 ‘안방 문제’가 외교 이슈의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도 있어요. 다만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한발짝 식 조심스럽게 북한의 문을 열어가는 일인 만큼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평양정상회담 초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나방=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정상회담 동행 초청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죠. 국회의장이 곧바로 거절했는데.

여당탐구생활=야당 초청뿐 아니라 국회의장 초청 역시 사전조율이 안된 무리한 초청이었다는 평가가 중론입니다. 국회의장에 대한 의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죠. 의장단 측이 국회주도 남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혀온 만큼 갑작스러운 동행 요청은 불편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의장단 측에선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동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로 청와대에 전달해왔는데 이번 초청으로 ‘야당 대표와 함께 초청 걷어찬 의장’이란 그림이 만들어졌으니 억울할 만도 하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국가의전서열 1,2위인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동시에 자리는 비운 전례는 없다고 합니다. 애초에 안 되는 일이란 걸 청와대가 모를 리 없었을 겁니다. 실무 차원의 물밑 협의에서도 충분히 논의된 문제이기도 하죠. 의장실이 청와대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움직여주길 바랐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호밀밭의 세탁기=야당에선 “지지율 떨어지니까 별짓을 다 한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어요. 이미 야권이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꽃할배” 운운하며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럼 미리 국회에 와서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이유를 설명했어야지요. 그런데 그런 거 하나 없이 ‘아니면 말고’ 식 제안에 뿔이 날 수밖에 없지요. 게다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에 온 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지방일정이 있어서 면담 거부의사를 밝혔는데요, 그럼 그 다음날이라도 왔어야죠. 결국 안 왔습니다.

낮술=그야말로 ‘재주는 청와대가 넘고, 과실은 국회가 따먹겠다는 심보’가 따로 없습니다. 국회에선 ‘들러리 서지 않겠다’ ‘남북 국회 간 별도의 교류를 가질 것’이란 이유를 들먹이며 초청을 거절했는데, 사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국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야권에서는 ‘예의’의 문제까지 거론했지만, 지난 8월16일 원내대표 회동 때 대통령이 직접 초청 의사를 밝혔고 이어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이 공개적으로 ‘정중히 초청한다’고 했죠. 남북미 관계가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숨막히는 속도로 돌아가는 데, 국회에선 여전히 예의니 형식이니 따지고 있으니 참 한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심의.의결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불나방=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제출 일정과 비용추계로 논란이 있었죠. 야권의 비판과 통일부의 입장은 뭔가요.

콩밭=비용추계 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또 비용도 지나치게 축소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습니다. 국회 비준을 강행하기 위해서 고의로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통일부는 남북관계는 매우 유동적이고, 불확실하므로 장기 전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입장이죠. 비용추계 기간을 5년으로 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도 아니라고 합니다. 즉 의도적으로 전체 비용을 숨긴 게 아니라는 게 통일부 주장입니다.

광화문 찍고 여의도 찍고=야당에선 이건 한마디로 비용추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에요. 아무리 북측과 협의를 해봐야 구체적 액수를 알 수 있다지만 너무 개략적이라는 거죠. 민간기업 등에 의뢰해서 비용을 뽑아보는 등 방법이 있는데도요. 그래서 더더욱 비준 동의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부여당이 일단 어물쩍 동의를 받아 놓은 다음 비용을 불려서 ‘너희도 비준 동의 해놓고’ 식으로 나올 수 있으니까요.

불나방=평양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주요 포인트는 뭐가 있나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북한한테 미국이 요구중인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를 받아낼 수 있느냐가 성패 기준이죠. 지금껏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증명하겠다며 취한 조치들, 그러니까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일부 폐쇄 등을 미국은 별거 아니라고 여깁니다. 이미 딱히 쓸모가 없어진 시설들이고 핵 생산을 멈추거나 보유한 핵을 없애는 실질적 비핵화 행동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죠. 검증도 안 됐고요. 일단 핵물질 생산 시설과 핵무기 공장이 어디에 얼마나 있고, 만들어놓은 핵탄두나 플루토늄ㆍ고농축우라늄 등 핵물질 등이 어디에 얼마나 보관돼 있는지 등을 목록으로 만들어 북한이 신고해야 비로소 검증 가능한 비핵화 과정이 시작된다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싱가포르=AP 연합뉴스

불나방=북미간 핵심 쟁점인 핵시설•핵물질 신고 등 초기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맞교환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에 변화된 게 있나요.

메아리=서로 상대방이 자기 요구를 먼저 들어줘야 한다는 게 양측의 주장입니다. 대북 특사단이 중재안을 들고 5일 방북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양보안을 받아 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계적인 핵리스트 신고나 검증 하에서 이뤄지는 영변 핵시설 동결 등이 가능한 초기 비핵화 조치로 꼽힙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도 적당한 명분만 있으면 종전선언에 합의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꾼 것 같다는 게 소식통들 전언인데요. 지금 같은 협상 교착 상태는 성과 압박이 있는 양측 지도자 둘 모두에게 부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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