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 딱 끊겼다"..부동산 중개업소엔 세금 상담 줄이어

이성희·안광호 기자 입력 2018. 9. 14. 21:53 수정 2018. 9. 1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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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9·13 대책 발표 후 첫날
ㆍ8·2 때처럼 ‘눈치보기’ 시각 많아
ㆍ‘무주택 실수요자엔 기회’ 관측도

14일 한 시민이 매매가 10억원대 매물정보가 게시된 서울시내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상가를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후 첫날인 14일 시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부동산을 사들이던 추격매수세는 일단 주춤해졌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수 문의가 쏟아지던 서울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앞으로 세금 부담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묻는 상담 전화가 이어졌다. 시중은행 창구에도 대출 한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추가 대출금지 시행이 언제부터인지 등에 대한 문의가 잇따랐다.

■ 자본력 없는 다주택자 매물부터 낼 듯

이번 대책 발표 전후로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 일선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매수자는 딱 끊겼고, 매도자는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 중”이라며 “전방위 규제였던 지난해 8·2대책 때도 그랬던 것처럼 한 달 정도는 ‘눈치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공통되게 말했다.

지역에 따라 이번 대책을 받아들이는 충격의 강도는 달랐다. 자본 여력 없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성행했던 지역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대출 없이 집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며 “매수인 10명 중 7명은 다주택자였는데 대출은 막고 규제는 강화했으니 ‘거래절벽’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은 양도소득세 중과 부담으로 매물을 내놓고 싶어도 내놓지 못한다는 얘기다.

마포구의 분위기는 달랐다. 한 공인중개사는 “손님들이 대개 ‘이 정도 가지고 집값 잡겠냐’고들 한다”며 “이쪽은 이미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이 더 늘리거나 젊은 부자들이 모이는 추세라 현금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워낙 집값 상승폭이 커 현재 수준의 세금 부담 증가로는 자산가들의 매수세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 임대사업 계획을 포기 하기도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런 상황이라면 은행들이 대출상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아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다주택자들이 가장 먼저 집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제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1주택을 보유하면서 분양권을 가진 사람들도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 다주택자의 계약 포기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받아 임대사업을 하려던 고객에게 이번 규제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주택 매매가의 20%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고 전하자 사업계획을 포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1주택자의 경우도 조정지역에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 했으나 조금 전에 상담을 받고 나서 매입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내집 마련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용산구 한 공인중개사는 “무주택자는 대출 규제가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며 “신규 아파트 청약할 때도 추첨제 물량까지 무주택자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당첨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벌써부터 다주택자들이 규제의 ‘구멍’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늘게 됐지만, 합법적인 절세 방법인 ‘부부 공동명의’를 통해 종부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시글이 쇄도하고 있다. 다주택자의 경우 현재 종부세는 인별로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할 때만 과세하기 때문에 공시가격 12억원 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종부세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늘어난 세금 부담을 일정 부분 전세 세입자에게 전가하면 된다는 ‘보증금 인상론’도 나오고 있다.

이성희·안광호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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