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삼겹살 기름으로 화력발전' 알고 보니 일석이조

김광원 입력 2018. 9. 14. 17:33 수정 2018. 9. 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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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광원 기자 = “삼겹살 기름으로 화력발전”.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발전용 바이오 중유, 석유대체연료로 전면 보급’ 방침을 다룬 기사 제목이다. 바이오 중유는 동식물성 기름 등 폐자원을 활용해 만든 발전용 연료인데 여기에 음식점에서 나오는 삼겹살 기름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보도를 접한 독자들은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이었다. 더욱이 같은 날 배현진 자유한국당 비대위 대변인이 이를 두고 “원전을 포기한 정부가 급기야 삼겹살을 구워서 전기를 쓰자고 한다. 지나가던 돼지도 웃겠다”고 비판하며 논란이 커졌다.

정치권에서 불거진 논란은 발전용 바이오 중유 도입이 2012년 박근혜 정부때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바이오 중유에 대한 궁금증은 그대로 남았다. 실제로 삼겹살 기름으로 바이오 중유를 만들고 화력발전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로 인한 환경문제는 없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바이오중유 원료엔 실제로 삼겹살 기름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중유는 이미 화력발전에 사용되고 있다. 환경개선 효과 또한 우수하다. 다만 이제 시범보급단계를 마쳤고 들어가는 삼겹살 기름양도 미미한 수준일 뿐이다.

발전용 바이오중유는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시행에 따라 도입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중유발전기 5기에서 사용해본 결과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벙커C유와 바이오중유는 98% 동일한 열량을 낸다. 이번 산업부 발표는 발전용 바이오중유를 법령상 석유대체연료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발전용 바이오 중유는 이번에 정식 인정받았지만 차량용 연료인 바이오 디젤은 진작부터 사용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2007년부터 수송용 경유에 의무적으로 바이오 디젤을 혼합해서 팔고 있다. 바이오디젤 의무혼합 비율은 2007년 0.5%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2.5%, 올해는 3.0%까지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지만 발전소와 도로위에서 바이오연료가 쓰이고 있던 셈이다.

삼겹살 기름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정작 바이오 중유 원료 중 삼겹살 기름 비중은 매우 적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바이오 중유는 국내에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피치), 음식물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나온 기름(음폐유), 해외에서 수입해온 팜유 찌꺼기, 식당에서 조리 중 나온 동물성 유지 등을 사용해 만든다.


이 동물성 유지에 삼겹살 기름이 포함된다. 하지만 동물성 유지 비중은 2017년 기준 3.7%에 불과하다. 또 족발, 곰탕 등 제조과정에서 나온 기름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실제 원료로 사용되는 삼겹살 기름은 훨씬 적다.

폐식용유와 도축공장에서 나오는 동물 비계는 차량용 바이오디젤 생산에 들어간다. 불순물도 적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가정용을 제외한 식당 폐식용유는 거의 전량 수거되어 재활용 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폐식용유 15만2천 톤, 동물성 유지 2만6천 톤이 바이오 디젤 원료로 사용됐다. 국제규격 수영장(담수량 1800t)을 100개 가까이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바이오중유 원료 대부분은 폐자원이다. 폐식용유와 동물지방 등으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여기서 나온 부산물과 더 낮은 급의 폐자원으로 다시 바이오 중유를 만든다. 협회에 따르면 폐식용유 재활용만으로 연간 오염물처리비용 2천500억 원이 절감된다.

공기질 개선 효과도 있다. 석유관리원 연구에 따르면 바이오 중유 사용시 기존 중유(벙커-C유)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은 거의 배출되지 않았다. 질소산화물은 중유 대비 39%, 미세먼지는 28%, 온실가스는 8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도 살리고 비용도 절감하니 일석이조다.

하지만 바이오 중유는 원료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단점이 있다. 바이오 중유 원료 중 국산 비중은 지난해 기준 49%에 그친다. 꾸준히 늘고 있지만 미국(100%), 독일(80%)에 비하면 아직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팜유 등 수입 원료 대부분이 작물에 의해 생산되므로 날씨 등 외부요인에 의해 생산량이나 가격이 오르내릴 수 있다. 때문에 안정적인 원료확보가 어렵고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높인다는 비판이 있다.


또 바이오연료가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늘린다는 주장도 있다. 원료인 팜 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이나 초원이 파괴되면서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지난해 1월 2021년부터 바이오 디젤 원료에서 팜유를 퇴출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EU에 따르면 팜유로 만든 바이오 디젤은 일반 경유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3배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팜 재배로 인해 사라지는 삼림 면적을 감안해서 계산한 결과다.

바이오에너지협회 관계자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과거에는 (바이오중유 원료로) 수입산 대두유와 팜유를 최대 70%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팜유를 만들고 남은 팜 부산물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 중유 이용 발전량은 1451GWh다. 이는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4.4% 수준으로 국내 총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이오 중유 발전은 이제 상용화 초기 단계다. 장차 보급이 활성화되고 미사용 자원 활용도가 더 높아지면 환경보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ight8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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