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물괴 목소리 연기 힘들어..'괴물' 따라하지 않으려 했다" [인터뷰]

이소연 2018. 9.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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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물괴 소리 녹음할 때 모세 혈관까지 찌릿해지더라고요."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영화 '물괴'(감독 허정호 ·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출연 배우 김인권 인터뷰가 진행됐다. 12일 개봉한 '물괴'는 중종 22년 역병을 옮기는 거대한 물괴가 나타났다는 설정으로 진행되는 크리처 액션 사극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실제로 적힌 이야기에 상상력을 버무려 스크린에 구현했다.

'물괴'는 지난 2006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과 비교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괴수 장르의 영화다. 그는 이에 대해 "만약 우리가 아는 로맨스 영화가 2편이라면 두 작품이 유사하다고 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괴수 영화가 거의 없지 않나. 이 영화는 유사성이라기보다는 발전해가는 과정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괴물'이 디테일과 영화의 완성도에 신경 썼다면 '물괴'는 그런 강박을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과 추석 시즌 즐겁게 극장에서 보낼까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 김인권은 "조선왕조실록에서 나온 '물괴' 이야기에서 시작이 된 것이라는 점도 차별점"이라고 덧붙였다.

'물괴' 김인권 스틸 /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물괴'에서 그는 윤겸(김명민)이 내금위장이었던 시절부터 그와 함께한 부하 무사 성한을 연기했다. 성한은 윤겸, 윤겸의 외동딸 명(이혜리), 무관 허 선전관(최우식)과 함께 물괴를 제압하러 나선다. 지난 2012년에도 영화 '광해'에서 광해군(이병헌)의 호위 무사 도부장 역할을 한 바 있는 그는 이번에는 몸집을 크게 만들어 좀 더 무사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광해' 당시의 아쉬움을 덜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인권은 무려 몸무게를 83kg까지 늘렸다.

김인권은 "'물괴'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권력 관계 때문에 낙향해서 닳고 닳은 무사다. 액션도 많고 본격적으로 무사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광해' 당시 제 체구도 작고 동안이어서 무사와는 조금 동떨어진 듯한 모습이 보여 아쉬웠다. 제 키가 크지 않은데 덩치를 키워서라도 김인권이 조선시대 무사였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또 같은 무사 역이라도 과거와 다르게 신선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살을 찌웠냐"는 질문에 그는 "아령을 샀다. 최대한 무거운 걸 들면 근육이 커지면서 식욕이 당기더라. 그때 많이 먹고 잤다. 집에 있는 시간엔 거의 운동을 했다. 근육을 키우고 위에 살을 덮었다. 요새 유튜브 콘텐츠가 좋으니까 집에서 유튜브 틀어서 봤다. 보고만 있어도 동기 부여가 되더라"면서 미소 지었다.

'물괴'에서 그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코믹한 장면으로 관객을 웃긴다. 김인권은 "텐트폴 영화를 지향하는 '물괴' 같은 작품에서 저의 장점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해 무장 해제시켜 빨리 극으로 들어오게끔 하는 거다. 그걸 제가 스스로 부끄러워한다든가 떨쳐내고 싶다기보다는 정말 소중한 거구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지 진지한 모습을 대중에게 충분히 각인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앞으로 연기하면서 채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인권 /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물괴'에서 그는 무사 역뿐만 아니라 물괴 목소리까지 소화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여러 번 녹음했다. 마지막에는 머리도 너무 아프더라. 모세 혈관이 찌릿찌릿할 정도였다.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 되짚었다.

이어 그는 "녹음을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못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영화에 다 쓰셨더라"면서 "영화 완성본을 보니 제 생각보다 물괴가 더 리얼하게 나와서 당황했다. 생각보다 크고 더 무섭게 나오더라. 목소리 녹음하며 제일 간과했던 게 물괴 덩치였던 것 같다. 내가 녹음한 소리로만 했다면 이 느낌이 안 났을 거다. 좀 더 울리는 소리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컴퓨터 효과와 다양한 효과들이 어우러져서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괴물'에서는 오달수가 괴물의 목소리를 연기한 바 있다. "'괴물'의 오달수 목소리를 참고했냐"는 질문에 그는 "'괴물' 속 목소리를 크게 참고하지는 않았다. 따라하게 될까 봐"라면서 "물괴 비주얼이 점점 완성될 때마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했다. 코가 약간 눌린 것 같더라. 안면 모양을 보면서 비슷한 소리를 내려 노력했다. 자세히 들으면 돼지 소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김인권이 '물괴'에서 괴수 목소리를 연기한 이유는 먼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김인권은 "요즘에는 배우가 가진 캐릭터를, 내가 가진 몸으로만 연기하지 않는다. 크리처를 연기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배우들이 자신의 외모로만 연기하는 시대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배우 앤디 서킷처럼 킹콩도 될 수 있고, 그 캐릭터로 주인공을 맡아서 연기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런 과정을 미리 한번 체험해보고 싶었다.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9월 추석 대목 극장에는 영화 '물괴'를 비롯해 '협상', '안시성' '명당'까지 대형 영화가 포진돼 있다. "흥행이 부담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작품을 만드신 분들도 얼마나 열심히 촬영했겠나. 같이 영화 찍는 입장에서 그 영화가 잘 안 되기를 바랄 수도 없는 거다. 전체적인 영화 관객수가 적으면, 아무리 영화가 잘 되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영화를 한편만 보지 않더라. 서로가 잘 돼서 전체적인 박스를 키우는, 경쟁하지 않고 윈윈하는 마인드가 좋다"면서 미소 지었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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