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정 "조덕제, 유죄 선고 받더니 더 심하게 괴롭혀..마녀사냥 더이상 없길"

장혜원 입력 2018. 9. 13. 18:21 수정 2018. 9. 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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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반민정(가운데 사진)이 조덕제와 4년 간의 법정공방을 끝낸 후 실명을 공개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이라는 이름의 영화계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라며 향후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4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는 조덕제와 4년 간의 법정공방을 끝낸 반민정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반민정은 처음으로 실명을 밝히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반민정은 "2015년 4월 영화촬영 중 상대배우인 조덕제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고 그해 5월 신고 후 지금까지 40개월을 싸워왔다. 성폭력 피해를 외부로 알리는 것이 두려웠지만 피해 이후 조덕제와 그 지인들의 추가 가해가 심각해져 경찰에 신고했고 그 결정으로 40개월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반민정은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구설에 올랐다는 이유로 굳이 섭외하지 않아도 될 연기자로 분류돼 연기를 지속하기도 어려웠고 강의 역시 끊겼으며 사람들도 떠나갔다.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익명으로 법적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조덕제는 2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자 자신을 언론에 공개하며 성폭력 사건의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자신의 지인인 이재포 등을 동원해 저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덕제는 1심에서 성공했던 언론(기자 이재포를 동원해 악의적 의도의 기사를 쓰고 배포한 것)을 이용한 2차 가해를 항소심 이후에도 지속하며 대중들이 저에 대한 편견을 갖게 했고 이것은 악플 등 추가가해로 이어져 삶을 유지할 수조차 없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반민정은 "그러나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조덕제가 저에 대해 언론, 인터넷, SNS에 언급한 내용들은 모두 명백히 거짓이고 허위"라며 "한 인간의 삶을 짓밟은 이 상황에서 그 사건의 기억을 도려내서 없었던 일로 한다면 모를까, 저는 그 기억을 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고통스럽다. 그들이 모두 유죄판결을 받은 지금도 저는 그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까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너무도 두렵다"라고 호소했다.

반민정은 “저는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싶다"며 “저같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죽고 싶은 날도 많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확신도 많이 사라졌다"면서도 "하지만 오직 진실을 밝히겠다는 용기로 40개월을 버텼고 이렇게 제가 살아낸 40개월이, 그리고 그 결과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저는 이 판결이 영화계의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섰다"라고 밝혔다.

한편 조덕제는 지난 2015년 4월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도중 함께 연기하는 파트너인 반민정의 속옷을 찢고 바지 안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반민정은 전치 2주의 찰과상을 입었다고 주장, 조덕제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신고했고 검찰은 조덕제를 기소했다. 또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하고 피해자를 고소해 무고한 혐의를 함께 받았다.

원심에서 재판부는 조덕제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지난해 10월 열린 항소심에서 원심이 파기됐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민사 소송을 해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킨 점,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이후 조덕제 측은 2심에 불복해 상고장과 상고 이유서를 제출했고 검찰 역시 상고장을 냈으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조덕제와 공모해 반민정에 대한 해당 사건의 악의적인 기사를 작성 후 보도한 개그맨 출신 기자 이재포는 지난 5월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이재포는 2016년 7~8월 4건의 허위기사를 작성해 반민정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학주 변호사△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장△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남순아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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