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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경화·조성진, 또다른 감동···연주를 논할 필요조차 없는

등록 2018.09.13 14: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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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경화·조성진, 또다른 감동···연주를 논할 필요조차 없는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연주자에게서 느껴지는 감동이 성스러운 연주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12일 오후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으로 콘서트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와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의 듀오 콘서트는 비공개 무대까지 포함하면 이날이 7번째.

아직 날이 뜨겁던 이달 1일 고양을 시작으로 구리, 진주, 여수, 강릉을 순회하며 여름 덩굴처럼 엉킨 호흡이 가을 과일처럼 무르익은 것은 당연한 일.

그러니 이들의 연주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법하다. 때마침 투어의 마지막 무대이기도 한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연주 자체가 아니었다.

마지막 앙코르인 엘가의 '사랑의 인사'에서 정경화의 활로 처음 켜낸 음이었다. 실수로 음을 잘못 낸 것이다. '사랑의 인사'는 커튼콜에서 손과 팔로 하트를 그려내는 정경화의 시그니처 곡이다.

하지만 정경화, 조성진은 물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00여석을 가득 채운 청중 누구 하나 멋쩍어하지 않았다. 정경화는 파안대소했고, 조성진은 미소 지었으며 객석은 박수로 가득했다. 10여일동안 강행군을 해온 거장의 듀오 콘서트 마지막 연주곡은 모두가 협연자였다.

본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인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가 끝나자마자 조성진이 앉아 있던 피아노 의자에 털썩 주저 않은 그녀다. 연주는 기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과 정성 그리고 끈기와 의지로 해낸다는 걸 모두가 알았다.

[리뷰]정경화·조성진, 또다른 감동···연주를 논할 필요조차 없는

연주는 끝났지만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무대 구석구석 다니며 환호하는 객석을 향해 반듯하게 인사를 한 두 사람은 예술의전당으로부터 각자 꽃다발을 받았다.

이후 조성진이 정경화에게 귀엣말을 했다. 정경화가 조성진의 악보를 넘겨주던 페이지 터너에게 무대 가운데로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환호를 받는 두 사람을 위해 무대 한편으로 비켜 있었다. 조성진도 눈짓으로 거들었다. 페이지 터너를 향해서도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조성진과 정경화는 연주 외적으로도 화음을 빚어냈다. 연주뿐 아니라 사람, 그리고 사람냄새가 어느 명연 못지 않게 향기롭다는 걸 깨닫게 한 투어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그럼에도 감동은 돌림노래가 돼 도돌이표를 따라 계속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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