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 논란'에도 손흥민이 칠레전 뛸 수밖에 없는 이유

봉예근 2018. 9. 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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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1·2차전 차출 않기로 합의, 벤투 감독으로선 기량 확인할 기회

[오마이뉴스 봉예근 기자]

최근 손흥민 '혹사 논란'이 이슈가 됐다.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손흥민에게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전 세계 축구 선수 중에 이번 여름을 손흥민보다 바쁘게 보낸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손흥민은 짧은 기간 안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중이다.

손흥민을 쉬지 못하게 만든 '살인 일정'
▲ 손흥민 '너무 좋아' 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0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연합뉴스
일단 지난 시즌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주전 공격수로서 리그에서만 37경기(선발 27경기)에 출장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출장 등을 합치면 무려 53경기를 소화했다. 작년 가을부터 올 봄까지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손흥민의 여정은 여름에도 계속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치러냈다. 긴 휴식 없이 손흥민은 7월 말부터 토트넘이 프리시즌에 참여한 2018 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에서도 활약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경기에 교체 출장까지 한 손흥민은 곧장 인도네시아로 넘어와 아시안게임 대회도 치러냈다.

이동거리만 따지면 비행기로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무리가 없는 살인적인 일정을 통과한 손흥민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식 경기만 66경기(토트넘 51, 국가대표 9, 아시안게임 6)를 뛰었다. 지난 코스타리카전과 11일 오후 8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칠레와 평가전까지 출전하면 경기 수는 70경기 가까운 수치까지 근접한다.

이러한 손흥민의 행보 때문에 지난 7일 펼쳐진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손흥민에게 휴식을 부여하라는 의견이 대두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에게는 잦은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부담으로 박지성이란 영웅을 일찌감치 떠나보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한국 축구에게 '에이스'의 혹사는 민감한 사항이다. 박지성 은퇴 이후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기성용도 박지성과 비슷한 문제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심각히 고려했을 정도다.

아시안컵 이전 손흥민의 마지막 A매치

새롭게 성인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도 손흥민의 체력 문제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의지는 확고하다. 손흥민 체력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경기에 뛸 수 있는 정상 컨디션이다"라고 일축했다.

벤투 감독이 이번 9월 A매치 기간에 손흥민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은 차출 의무가 없는 아시안게임에 손흥민을 데려가는 대신 11월 A매치와 내년 1월 UAE에서 열리는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1~2차전에 손흥민을 출장시키지 않기로 합의했다.
▲ 손흥민 1%의 기적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독일에 2-0으로 승리했다.
ⓒ 연합뉴스
즉, 9월 A매치가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다가오는 아시안컵 전에 손흥민을 체크해 볼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다. 아시안컵이 그저 그런 대회라면 상관없지만, 아시안컵은 말 그대로 아시아의 축구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과 달리 한국은 1960년 이후 아시안컵의 승자로 등극하지 못했다. 아시안컵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손흥민의 활약이 절실함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물론 한국 대표팀 감독이 아니어도 손흥민의 이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손흥민은 이제 스타지만, 경기 영상을 보는 것과 실제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손흥민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벤투 감독이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 활용법 찾기도 시급한 과제

한국 축구의 오랜 고민인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방안도 강구해야 하는 벤투 감독이다. 전임 감독이었던 신태용의 경우 4-4-2 포메이션에서 손흥민을 투톱의 일원으로 활용해 돌파구를 찾았다. 반면 벤투는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손흥민을 이용하고자 한다.

손흥민은 그동안 대표팀의 4-2-3-1 포메이션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는데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무래도 대표팀에서는 토트넘에서 뛸 때만큼 양질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대표팀에서 손흥민은 보다 많은 임무를 소화했다. 불행히도 공격력은 반감이 됐고 체력은 빠르게 떨어졌다.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의 부동의 주전임은 확실하지만, 4-2-3-1 포메이션에서 겪었던 문제점 해결은 벤투 감독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다. 손흥민의 최대 장점인 득점력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찾든지, 아니면 아시안게임의 경우처럼 손흥민을 미끼로 이용하는 방식을 찾든지 현재는 실험이 필요한 시기다.

다행히도 벤투 감독은 짧은 기간 안에 손흥민 활용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인물이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내 극찬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객관적인 실력과 무게감의 차이는 있지만, 플레이 스타일과 각자의 국가대표팀에서 가지는 위상의 크기는 손흥민과 호날두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벤투 감독은 '고독한 에이스'를 어떤 식으로 폭발시킬지 알고 있다. '혹사 논란'에도 벤투 감독이 강공을 선택한 이유다.
 지난 2월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토트넘의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모습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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