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가 참여국들을 '부채 함정'에 빠트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대일로 차관을 갚지 못해 자국 항구를 중국에 99년간 조차한 스리랑카에서 수만명이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대일로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자 중국도 긴장하고 있다.
9일 대만 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는 경찰 추산 최소 1만5000명의 시민들이 재정부와 국방부 등 정부 주요 부처들이 있는 중심지 도로들을 막고 시위를 벌였다. 전임 대통령이자 야당 지도자인 마힌다 라자팍사가 주도한 이날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정부가 민의를 배반한 채 국가 자산을 팔아먹었다"며 현 정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로 도로 곳곳이 차단됐고 학교와 기업들이 학생과 직원들을 무더기로 조퇴시켰다.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어나자 스리랑카 주재 중국 대사관은 긴급 공지를 통해 "최근 연이은 집회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자국 교포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일대일로 차관을 빌려 남부 함반토타항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항구 이용률이 떨어져 적자가 쌓이면서 차관을 상환하기 힘들게 되자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해 항구 지분 80%와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겨주는 협정을 체결했다.
베이징 이공대학 경제학과 후싱더우(胡星斗) 교수는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에서 정권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중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가 낭비되고 있다"며 "부패한 현지 정권과 이해 집단들이 나눠먹기식으로 투자를 가져가 현지에서 반감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대일로의 핵심 파트너인 파키스탄도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 사업 재검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급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