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옆 식당 주인은 어쩌다 송악농협 강도가 됐나
경찰은 이날 오후 당진경찰서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분 은행 업무가 막 시작된 충남 당진시 송악 농협 상록지점에 강도가 들이닥쳤다.
챙이 큰 모자를 쓰고 등산복 차림으로 들어온 강도는 다짜고짜 가방에서 공구를 꺼내 직원과 손님을 위협했다.
그는 가방을 직원에게 던지며 "돈을 담으라"고 소리친 뒤 공구에서 못 6발을 벽면 등에 발사했다.
강도가 들고 있던 공구는 공기를 압축해 발사하는 전동 못총으로, 공사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타정기였다.
당시 은행에는 있던 직원과 손님은 창구 앞 등으로 몸을 숨겼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손님들은 재빨리 은행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 사이 은행 직원은 현금 2750만원을 가방에 담아 강도에게 건넸고, 가방을 낚아챈 강도는 자신이 타고 온 차량을 몰고 인근 야산 방향으로 도주했다.
강도가 은행에 들어온 지 2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인근 CCTV 영상을 확보하고,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모자를 들고 집을 나서는 용의자 A씨를 확인했다.
경찰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수를 권했다.
A씨는 결국 경찰관에게 자신이 있는 산 위치를 알려줬고, 이날 오후 12시 35분쯤 은행에서 6km 떨어진 야산에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은행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의 식당 주인으로 확인됐다.
이 은행 손님이기도 했던 A씨는 빚을 탕감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음식점을 운영했으나 장사가 잘 되지 않고 빚도 많이 져 범행을 하게됐다"고 진술했다.
개인 빚 4억원에 가족 명의 빚까지 총 9억원을 부담해야 했던 A씨는 은행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날 아침 맥주 두 병을 마신 A씨는 범행을 결심한 뒤 집에서 모자와 타정기 등을 챙겨 농협으로 향했다.
도주 중에는 차량을 야산에 버려두고, 산속에 들어가 술을 더 마셨다.
경찰 검거 당시 A씨 곁에는 현금 2250만원 상당의 현금이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며 "사라진 500만원의 행방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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