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흔적 지울까..'서치' 흥행이 불안한 경찰들
"영화 '서치'는 디지털 수사 교과서"
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 흥행'을 이어가는 영화 '서치'를 본 한 경찰 수사관의 말이다.
이 수사관은 "경찰들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샅샅이 훑는다"며 "재미있게 봤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범죄자들이 바로 소셜미디어에 남긴 흔적을 지워버릴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기에는 서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동이 너무 현실과 가까웠다는 것이다.
데이빗은 경찰에 의존하지 않고 마고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텀블러 등 소셜미디어에 남긴 흔적을 '디지털 증거'로 삼아 자체 수사를 벌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몰랐던 딸의 속마음을 알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백미다.
영화를 본 경찰 수사관은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경찰관들도 영화에 나온 것처럼 소셜 미디어를 쫓아 범인의 흔적을 찾는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수사관들이 '서치' 흥행을 달갑게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를 본 범죄자들이 수사 기법을 학습하고 자신이 남긴 디지털 흔적을 인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포렌식 수사에 대응한 '안티 포렌식 기법'이라고 한다.
시그널 관련 보도가 나올수록 시그널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니 여기에 대응하는 디지털 수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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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발 쫓아가면 범죄자들은 두 발 달아나"
포렌식 등 과학 수사를 전담해 연구하고 있는 한 경찰대학교 관계자는 영화 '서치'를 통해 드러나는 수사관들의 우려에 대해 "우리가 한 발 쫓아가면 범죄자들이 두 발 먼저 달아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선 법무부 산하의 국립사법연구원(NIJ)에서 수사에 필요한 최신 장비와 과학 기술을 연구해 수사기관과 협조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과학 수사 기법만을 집중해 연구하는 기관이 많지 않아 열악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디지털 포렌식 수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 들어온 디지털 증거물 분석 지원 요청은 설립해인 2008년에는 307건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0년 1756건으로 증가했고 2016년에는 요청 건수가 10년 전에 약 30배인 9737건에 달했다.
주영글 변호사(법무법인 해내)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에는 영업 비밀 유출이나 세금 포탈 사건은 물론 성범죄와 이혼 사건 등에도 포렌식 증거가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디지털 포렌식 수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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