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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강화 비웃는 기내난동…불안에 떠는 비행기 승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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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0 07:00:00 수정 : 2018-09-10 0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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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기내 안전 빨간불①] 처벌강화에도 끊이지 않는 기내난동
A(25·여)씨는 지난해 8월21일 베트남으로 향하던 이스타항공 기내 화장실에서 술에 취한 채 담배를 피웠다. 이를 발견한 승무원 B(23·여)씨가 흡연을 제지하면서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자 격분한 A씨는 발로 B씨의 배를 걷어찼다.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하늘 위 수백명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내 난동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항공보안법 개정으로 항공기 내 불법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솜방망이 처벌로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내 음주 금지, 보안요원 전문성 강화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제도 강화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객실 승무원들이 제도를 즉각 실천할 수 있는 문화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리처드 막스가 공개한 2016년 기내난동 당시 상황. 리처드 막스 페이스북
◆폭언·폭행·성희롱까지…기내에서 벌어지는 난동

기내 난동은 고성, 폭언, 폭행, 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지난달 29일 괌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객기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2시간 넘게 난동을 부렸다. 다른 승객들이 항의하자 영어로 욕설을 늘어놓더니 비상구 문까지 열려고 했다. 기압 차이 때문에 비상구 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2016년에는 운항 중인 기내에서 만취한 승객이 소란을 피우고 승객과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이 1990년대 ‘팝 발라드 황제’인 가수 리처드 막스의 SNS를 통해 알려져 국제적 망신을 샀다.
2015년 기내난동 사건 후 입장 발표하는 가수 바비킴. 뉴시스
또 2015년에는 가수 바비 킴이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술에 취해 고성을 지르고 승무원의 허리를 끌어안는 등 난동을 부려 논란이 됐고, 같은 해 전직 권투선수 최모씨는 여객기에 소주가 담긴 물통을 몰래 갖고 들어가 옆 승객에게 술을 권하거나 앞자리를 발로 차고 승무원을 폭행·협박하는 등 행패를 부려 구속된 바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내 난동 건수는 2012년 23건에서 2013년 46건, 2014년 62건, 2015년 54건, 2016건 76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처벌 강화…여전히 ‘솜방망이 수준’ 지적

기내 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해 항공 안전 법령이 개정돼 기내 난동범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솜방망이 수준으로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운항 중 소란행위 또는 음주 후 위해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폭행 발생이나 출입문을 임의로 조작하는 난동을 부릴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승객이나 승무원을 폭행하면 안전운항 저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마저도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항공보안법 개정안에 따라 강화된 처벌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기내에서 폭행·협박 등 난동을 부리거나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한 승객에게 최대 징역 20년과 25만달러(한화 2억7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공항이나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의 경우 항공기 이용뿐 아니라 출국 절차, 은행 대출에까지 불이익을 주는 법안이 마련돼 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기내 난동자를 제압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기내 음주 금지·보안요원 전문성 키워야”

기내 난동의 대부분은 과도한 음주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음주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 출장이 잦은 회사원 이모(38)씨는 “만취 기내 난동 뉴스를 볼 때마다 내가 탄 비행기였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술 먹은 사람은 땅 위에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데 하늘 위 수백명이 갇혀있는 공간에서는 얼마나 더 위험하겠나. 기내 주류 서비스나 판매를 아예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내 음주는 불법이 아니다. 국내 항공사에서는 각 사별 규정에 따라 주류 판매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을 뿐, 이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또 국내 항공사의 보안요원의 전문성을 키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2001년 9·11테러 이후 항공기 내 전문 보안요원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터키, 이스라엘 등 테러 위험 노선에 한해 사복 경찰관을 두는 ‘에어마셜’ 제도를 운용하고, 호주와 캐나다, 일본, 중국도 일부 노선에 승객으로 위장한 사복 경찰관을 탑승시키고 있다.
기내 난동 승객 제압 교육 중인 진에서 교육생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문가 “승무원 권한 행사할 수 있는 문화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기내 난동 관련 승무원 교육훈련 강화와 비상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승무원들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문화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9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승무원 교육을 하면서 이야기들 들어보면 결국은 승객에 대한 컴플레인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행동에 어려움이 있다”며 “기내 난동 대응 매뉴얼은 다 있지만 그 상황에 직면했을 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탑승객의 의식 수준 문제 해결과 함께 그 의식 수준에 준법할 수 있는 기업문화 즉, 항공사들의 객실 승무원들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기내 보안 교육이 강화되고 비상 상황에서 (객실 승무원들이) 결단을 내리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제도 강화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객실 승무원들이 제도를 즉각 실천할 수 있는 분위기 마련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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