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이 살비니와 反EU 손잡은 날, 메르켈-마크롱 EU주권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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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EU의회 선거 대격돌 예고
마르세유서 만난 메르켈-마크롱… 美에 의존않는 EU통합 추진
伊살비니, 배넌 주도 재단 합류… 反난민 포퓰리즘 정당 결집 나서

유럽의 운명을 좌우할 내년 5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앞두고 대격돌의 서막이 올랐다. EU를 이끌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EU 의회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EU 주권을 논의한 7일(현지 시간),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 대표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내년 선거를 함께 치르기로 결의했다. 배넌은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끈 선거 전략가다.

지난해 3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독일 네덜란드 체코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에서 개별 국가 단위로 EU 주류 세력과 맞붙었던 반난민·반EU 포퓰리즘 세력들이 ‘EU 대전(大戰)’을 준비하며 총결집을 시작했다.

반면 같은 날 오전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가운데)과 스티브 배넌 전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왼쪽), 
벨기에 극우 정당 국민당 공동창립자 미카엘 모드리카멘이 로마에서 만나 “메르켈, 마크롱에게 맞서 (반EU) 포퓰리스트 운동을 
펼치자”고 결의하는 장면. ‘더 무브먼트’ 미카엘 모드리카멘 트위터
반면 같은 날 오전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가운데)과 스티브 배넌 전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왼쪽), 벨기에 극우 정당 국민당 공동창립자 미카엘 모드리카멘이 로마에서 만나 “메르켈, 마크롱에게 맞서 (반EU) 포퓰리스트 운동을 펼치자”고 결의하는 장면. ‘더 무브먼트’ 미카엘 모드리카멘 트위터
배넌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각국에 흩어져 있는 반EU·포퓰리즘 세력을 한데 모으기 위해 올해 7월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더 무브먼트’ 재단을 설립했다. ‘더 무브먼트’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벨기에 극우 정당 국민당의 공동 창립자 미카엘 모드리카멘은 이날 트위터에 “살비니 대표가 (더 무브먼트에) 들어왔다”는 글을 올렸다.

올해 3월 총선 승리 이후 내무장관을 맡아 난민 입국 금지를 주도하고 있는 살비니 대표는 8일 “유럽을 구하기 위해 ‘더 무브먼트’의 중심이 될 것이다. 내년 선거는 역사적인 대전환점이자 유럽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배넌은 살비니 대표와 만나 “EU 의회 선거에서 메르켈, 마크롱에게 맞서 새로운 포퓰리스트 운동을 열어 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7일 언론 인터뷰에서 “살비니와 사무실에서 만나 내년 5월 선거 승리를 위해 ‘더 무브먼트’가 어떻게 데이터 분석, 메시지, 미디어 전략, 전략상황실 운영 등을 제공할지를 논의했다”며 “우파 포퓰리스트 리더들은 느슨한 연합체로 동맹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은 동유럽의 중심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합류 여부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EU 선거 때까지 유럽국민당그룹에서 메르켈 총리와 함께했으나 반난민 민족주의 성향으로 최근 EU와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지난달 살비니 대표와 밀라노에서 만난 오르반 총리는 “다가오는 EU 선거에서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며 “유럽에는 지금 이 순간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이민 지지 그룹과 국경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그룹이 있는데 헝가리와 이탈리아는 후자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마르세유에는 살비니 대표가 입항을 금지하고 있는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스호가 정박해 있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 전 “내년 EU 의회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며 우리는 그때까지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동맹인 미국에도 의존하지 않는 EU 주권 강화를 내걸며 EU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선거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 파리마치는 7일 마크롱 대통령 측근의 입을 빌려 “내년 선거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EU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만으로도 그쪽으로 마음을 움직일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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