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명수 기자= “왜 좋은 질문만 하세요? 익숙하지 않네요”

토마스 뮐러(28, 바이에른 뮌헨)가 프랑스전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이는 독일 대표팀이 월드컵 참패를 딛고 살아나고 있음을 반증하고, 독일은 세대교체를 통해 월드컵 아픔을 씻어내고 있다.

독일은 지난 7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펼쳐진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 리그 프랑스와의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는 0-0 무승부였지만 독일은 프랑스에 맹공을 퍼부었고, 아레올라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무승부였지만 독일 언론들은 ‘희망을 봤다’는 반응이다. 이날 경기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챔피언’ 프랑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독일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은 상황이기에 프랑스와 간접적으로 전력을 비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은 프랑스에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옛날 ‘강자’였을 때의 모습을 확인했다. 독일은 포지션 실험도 감행했다. 요아힘 뢰브 감독은 프랑스전에서 우측 수비수로 주로 뛰는 요슈아 키미히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키미히는 왕성한 활동량과 정확한 패스로 뢰브 감독의 기대에 적극 부응했다. 키미히의 패스 성공률은 94.3%에 달했다.

또한 원톱으로 기용하던 티모 베르너를 측면으로 돌리고 마르코 로이스를 원톱으로 내세웠다. 로이스는 소속팀 도르트문트에서도 제로톱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했기에 이날 경기에서도 움직임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안토니오 뤼디거도 본래 포지션인 중앙 수비수가 아닌 왼쪽 수비수로 출전했다.

독일은 포지션 실험뿐만 아니라 ‘새 얼굴’도 대거 수혈했다. 9월 A매치를 앞두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마리오 고메즈와 메수트 외질을 비롯해 사미 케디라 등을 제외하고 카이 하베르츠, 니코 슐츠, 틸로 케러 등을 선발했다. 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독일 A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이다.

프랑스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지만 이들은 오는 10일, 독일 진스하임의 라인-넥카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페루와의 평가전에 출전이 유력하다. 마츠 훔멜스, 티모 베르너가 부상으로 빠지고, 르로이 사네 마저 여자친구의 출산 문제로 대표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뢰브 감독은 페루와의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슐츠는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할 것이다. 골문도 노이어가 아닌 테어 슈테겐이 지킬 것이다. 훔멜스는 아킬레스 건 부상으로 뛰지 않는다”고 예고했다. 특히 슐츠는 자신의 소속팀, 호펜하임의 홈구장인 라인-넥카 아레나에서 열리는 페루전이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이처럼 독일은 포지션 실험과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프랑스전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 멤버들이 대부분 나섰으나 신구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졌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치며 ‘월드컵 참사’의 기억을 떨쳐내는 모습이다.

뮐러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헌신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는 정말 보여주고 싶었고, 팬들의 신용을 되찾아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제롬 보아텡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팬들이 우리에게 환호해줬다”면서 “우리는 좋은 경기를 펼쳤고, 좋은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막바지 뮐러는 기자들에게 “왜 좋은 질문만 하는가? 익숙하지 않다”며 웃으며 말했다. 뮐러의 말에 기자들은 웃음보가 터졌다. 뮐러의 말 한마디는 달라진 독일의 분위기를 나타내고, 독일은 월드컵 아픔을 씻어내고 다시 한 번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스카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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