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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달의소녀·공원소녀, 세계관 구축 왜?···걸그룹도 팬덤화

등록 2018.09.09 13: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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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소녀

이달의소녀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갓 데뷔한 신인 걸그룹 '이달의 소녀'는 '독특한 세계관' 콘셉트로 데뷔 전부터 마니아층을 끌어들였다.

12명 완전체로 데뷔하기까지 2년이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소개한 3개 유닛에는 저마다 분명한 콘셉트가 설정됐다. 1/3은 지구인 '지상계', yyxy는 이상향인 '천상계', 오드아이써클은 그 '중간계'를 지칭한다. 각 유닛에 속한 멤버들은 저마다 상징 과일과 동물이 있고, 각자 비밀을 품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소속사가 각 세계관에 관해 숨겨놓은 비밀을 풀려는 네티즌이 몰렸고, 이들은 팬층이 됐다. 픽션을 만들거나 뮤직비디오 각 요소를 해석해냈다.

이런 흐름은 팬덤을 불렸고 덕분에 지난달 20일 국내 걸그룹 최초로 데뷔 공연을 3000석 규모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어 이를 매진시켰다.

신예 걸그룹이 '세계관'을 만들어나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본래 세계관은 철학에서 지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실천적·정서적 측면을 아우르는 세계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게임으로 넘어오면서 시나리오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가리키게 됐다. 캐릭터부터 전반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뼈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 '다크 유니버스' 등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 스튜디오들도 이런 세계관을 구축했다.

공원소녀

공원소녀

이 개념이 아이돌 그룹에도 적용된 대표적인 예는 2012년 데뷔한 '엑소'다. 이 팀의 이름은 태양계 외행성을 가리키는 '엑소플래닛(exoplanet)'에서 가져왔다. 엑소 세계관에서 멤버들은 이 행성에서 온 것으로 간주된다. '결빙' '치유' '공간이동' 등 멤버들마다 초능력을 갖ㄱ고 있다.

콘셉트가 어려워 엑소는 데뷔 이후 1년 동안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관이 팬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져나가면서 대규모 팬덤을 보유하게 이르렀다. 

K팝 첫 '빌보드 200' 1위 2관왕인 방탄소년단 역시 세계관을 적극 도입한 팀이다.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등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연작 형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형성한 뒤 한 세계관을 만들고 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이로 인해 공감대를 이룬 끝에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했다.

이달의 소녀뿐만 아니라 최근 데뷔하거나 두각을 나타내는 걸그룹들도 이런 세계관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작곡가 김형석이 프로듀싱한 '공원소녀'(GWSN)는 최근 발매한 첫 번째 앨범 '밤의 공원 파트 원'에서 멤버 일곱 소녀의 꿈과 이야기, 세계관 등을 한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처럼 담아냈다.

딥 하우스 장르의 타이틀곡 '퍼즐 문(Puzzle Moon)'은 조각난 퍼즐모양의 달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소녀들의 꿈과 희망이 이뤄지고 불완전한 자신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곡으로 스토리텔링이 분명하다.

BT21

BT21

2016년 데뷔한 '우주소녀'는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관을 탑재, 그리스 신화부터 별자리 등 다양한 우주의 상징을 활용해 멤버들을 소개하고 활동했다.

기존 걸그룹 '밍스'를 재편한 '드림캐쳐'는 악몽을 쫓아준다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주술품(맞춤법상 '드림캐처'지만 이 그룹은 드림캐쳐로 표기)에서 따온 팀 이름처럼 그간 평범했던 콘셉트의 기운은 멀찌감치 날려버리고, 메탈 사운드를 갖춘 '다크'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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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계관은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멤버들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대하는 '플레이', 즉 놀이가 가능하게 하면서 팬덤을 일으켜 세우게 된다.

이런 '체험 팬덤'의 대표적인 예는 방탄소년단이다. 성장 서사를 공유하면서 팬 활동 역시 역동적인 체험과 놀이가 된다. 특히 방탄소년단 팬들이 해외 팬과 사랑둥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외랑둥이'라고 칭하는 외국인의 팬덤 유입을 보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는 "아이돌이 점점 노래와 무대가 아니라 일종의 복합 콘텐츠가 되면서 좀 더 몰입이 가능한 스토리텔링을 추구한다"면서 "최근 걸그룹 쪽으로도 많이 넘어오고 있다는 것은 역시 걸그룹도 더 팬덤형이 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드림캐쳐

드림캐쳐

이런 세계관은 다양한 장르로 넘나들며 확장되고 있다. 예컨대 방탄소년단과 라인프렌즈가 함께 탄생시킨 캐릭터 IP 'BT21'은 멤버들의 특징과 성격 등이 반영된 캐릭터 8종(멤버 7명의 대표 캐릭터와 팬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합침)이다. 문구, 제과 등의 영역을 활보하며 방탄소년단 세계관을 평범한 일상까지 확장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최근 연작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UNICEF와 함께 펼친 캠페인 '러브 마이셀프'와 깊게 연관을 맺기도 했다.

이런 세계관 확장이 이제 걸그룹에게도 엿보인다는 얘기다. 보통 걸그룹보다 보이그룹 팬덤이 강하다. 걸그룹 주 팬층인 남성은 '팬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 '관람'하는 것에 그쳤으나 이런 고정관념이 깨진다는 얘기다. 동시에 걸그룹의 팬층이 남성 위주에서 이들을 롤모델로 여기는 여성 팬층으로까지 확장되면서 생기는 변화라는 시선도 있다. 

문 편집장은 "해외 팬들은 한국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니 콘텐츠 자체에 어떤 서사성이 있는 것을 꽤 좋아한다"면서 "방탄소년단도 자체적인 서사를 콘텐츠화하는 경우이고, '드림캐쳐'나 '이달의소녀'도 신곡이 나올 때마다 연재물을 받아보는 느낌이다. 이런 팀들이 해외에서 반응이 잘 오고 있다"고 했다. "걸그룹도 여성팬이 더 많이 가시화되고 팬덤이 강해지면서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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