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차 2일' 눈치게임..누군가는 '남의 나라' 이야기
오는 26일은 추석 연휴에 따라붙는 대체휴무일이다. 추석 전날이 일요일과 겹치면서 생긴 결과다. 주 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27일과 28일에 연차를 사용함으로써 22일부터 30일까지 무려 9일이나 한 번에 쉴 수 있다.
직장인 사이에서는 벌써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꿀 같은 9일 휴가를 위해 연차를 낼지, 동료나 상사의 눈치 때문에 모른 척 지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관찰된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8월부터 추석 연휴에 연차를 붙이면 해외여행도 가능하다며,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글들이 올라왔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30일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 전체 예약률은 90% 중반을 넘겼다. 신규 취항한 크로아티아가 예약률 99%인 것을 비롯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98%, 스위스 취리히 92% 등 유럽 주요 노선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아시아나항공의 같은 기간 전체 노선 예약률도 90% 중반이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70% 이상 예약이 완료되면 예약률이 높은 것으로 본다. 최장 9일에 달하는 추석 연휴를 즐기려는 이들의 행렬이 공항을 가득 메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여행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가 똑같은 건 아니다.
연차를 마음대로 쓸 수 없거나, 명절에도 일을 나가야 하는 이들에게 추석 연휴 해외여행 러시 소식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네티즌 A씨는 “이틀이나 휴가를 붙여서 휴가 낼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좋겠다”며 “우리는 연휴에도 일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B씨도 “누가 저렇게 마음 놓고 놀러 다닐 수 있냐”며 “대체휴무일에도 일을 나가야 하는데”라고 거들었다. 이 외에도 많은 이들이 “연차가 주어지면 무엇 하나, 쓸 수도 없는데” “연차수당이나 제대로 받으면 말이나 안 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설문 주체와 조사 시기가 다양해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차 사용률은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만 20세부터 59세까지의 민간기업, 공공기관 근로자 중 재직기간이 1년 이상인 임금 근로자 1000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임금 근로자의 연차휴가 부여일수는 평균 15.1일에 사용일수는 평균 7.9일(52.3%)로 나타났다. 연차 사용일이 5일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33.5%로 가장 많았으며,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답변도 11.3%나 차지했다.
지난 6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전국 직장인 7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는 국내 대기업 직장인의 평균 연차 휴가 사용일수는 9.2일이며, 평균 사용률이 60%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설문에서 자신의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했다는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32% 정도였다. 3명 중 2명은 연차를 다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명절에 쉬지 못하고 일을 나가는 이들도 허탈하다.
근로기준법 등에 따르면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유급휴일은 1주일간 정해진 근로시간을 채운 근로자에게 주 1회 주어지는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뿐이다.
광복절, 삼일절, 현충일, 설 및 추석 연휴 등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휴일의 정확한 명칭은 관공서 공휴일이다. 그래서 대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체 등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공휴일을 휴일로 한다’는 자체규정을 두고 빨간날에 쉰다.
이 같은 규정이 없는 업체 직원이라면 명절에 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만약 명절 연휴에 쉬었더라도 남은 연차가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을 나중에 가서 아는 사례가 이따금 벌어진다.
명절 연휴에 쉰 날을 연차에서 뺐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시 연차를 특정한 날짜에 사용하게 할 수 있지만, 많은 곳에서 ‘합의’라 부를 수 있는 과정을 거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종업원 10∼29인 사업장 연차휴가 활용률은 62.5% △500∼999인은 47.9% △1000인 이상은 52.0%에 불과해 기업 규모가 클수록 연차휴가 활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으나, 명절 연휴에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끼어서 발생한 역설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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