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차 2일' 눈치게임..누군가는 '남의 나라' 이야기

김동환 2018. 9. 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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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은 추석 연휴에 따라붙는 대체휴무일이다. 추석 전날이 일요일과 겹치면서 생긴 결과다. 주 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27일과 28일에 연차를 사용함으로써 22일부터 30일까지 무려 9일이나 한 번에 쉴 수 있다.

직장인 사이에서는 벌써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꿀 같은 9일 휴가를 위해 연차를 낼지, 동료나 상사의 눈치 때문에 모른 척 지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관찰된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8월부터 추석 연휴에 연차를 붙이면 해외여행도 가능하다며,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글들이 올라왔다.

 

오는 26일은 추석 연휴에 따라붙는 대체휴무일이다. 추석 전날이 일요일과 겹치면서 생긴 결과다. 주 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27일과 28일에 연차를 사용함으로써 22일부터 30일까지 무려 9일이나 한 번에 쉴 수 있다. 직장인 사이에서는 벌써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독자 제공.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30일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 전체 예약률은 90% 중반을 넘겼다. 신규 취항한 크로아티아가 예약률 99%인 것을 비롯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98%, 스위스 취리히 92% 등 유럽 주요 노선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아시아나항공의 같은 기간 전체 노선 예약률도 90% 중반이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70% 이상 예약이 완료되면 예약률이 높은 것으로 본다. 최장 9일에 달하는 추석 연휴를 즐기려는 이들의 행렬이 공항을 가득 메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여행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한윤종 기자.



모두가 똑같은 건 아니다.

연차를 마음대로 쓸 수 없거나, 명절에도 일을 나가야 하는 이들에게 추석 연휴 해외여행 러시 소식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네티즌 A씨는 “이틀이나 휴가를 붙여서 휴가 낼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좋겠다”며 “우리는 연휴에도 일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B씨도 “누가 저렇게 마음 놓고 놀러 다닐 수 있냐”며 “대체휴무일에도 일을 나가야 하는데”라고 거들었다. 이 외에도 많은 이들이 “연차가 주어지면 무엇 하나, 쓸 수도 없는데” “연차수당이나 제대로 받으면 말이나 안 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설문 주체와 조사 시기가 다양해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차 사용률은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만 20세부터 59세까지의 민간기업, 공공기관 근로자 중 재직기간이 1년 이상인 임금 근로자 1000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임금 근로자의 연차휴가 부여일수는 평균 15.1일에 사용일수는 평균 7.9일(52.3%)로 나타났다. 연차 사용일이 5일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33.5%로 가장 많았으며,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답변도 11.3%나 차지했다.

지난 6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전국 직장인 7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는 국내 대기업 직장인의 평균 연차 휴가 사용일수는 9.2일이며, 평균 사용률이 60%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설문에서 자신의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했다는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32% 정도였다. 3명 중 2명은 연차를 다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명절에 쉬지 못하고 일을 나가는 이들도 허탈하다.

근로기준법 등에 따르면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유급휴일은 1주일간 정해진 근로시간을 채운 근로자에게 주 1회 주어지는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뿐이다.

광복절, 삼일절, 현충일, 설 및 추석 연휴 등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휴일의 정확한 명칭은 관공서 공휴일이다. 그래서 대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체 등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공휴일을 휴일로 한다’는 자체규정을 두고 빨간날에 쉰다.

이 같은 규정이 없는 업체 직원이라면 명절에 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만약 명절 연휴에 쉬었더라도 남은 연차가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을 나중에 가서 아는 사례가 이따금 벌어진다.

명절 연휴에 쉰 날을 연차에서 뺐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시 연차를 특정한 날짜에 사용하게 할 수 있지만, 많은 곳에서 ‘합의’라 부를 수 있는 과정을 거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종업원 10∼29인 사업장 연차휴가 활용률은 62.5% △500∼999인은 47.9% △1000인 이상은 52.0%에 불과해 기업 규모가 클수록 연차휴가 활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으나, 명절 연휴에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끼어서 발생한 역설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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