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공식 깬 '배그', 모바일 FPS 전성기 열릴까
PC방 문화가 발전한 2000년대 초반 근거리네트워크(LAN) 방식의 카운터스트라이크가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가 등장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큰 흥행을 거뒀고 ‘아바’, ‘카르마’ 등 다양한 FPS게임이 연달아 출시됐다.
한층 더 정교해진 그래픽과 소총, 칼, 수류탄 등 무기 아이템이 다양해지면서 FPS를 즐기는 유저층도 폭넓게 확대됐다.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등장한 모바일 FPS게임도 당연히 흥행할 것 같았다.
◆FPS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바일FPS게임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출시된 서든어택M: 듀얼리그, 스페셜솔져, 샌드스톰, 백발백중, 탄, 팬텀스트라이크, 애프터펄스 등 국내외 흥행게임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FPS는 유저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였다.
온라인RPG가 모바일콘텐츠로 플랫폼을 옮기면서 자동화 시스템, 속도 개선, 전투 단순화 콘텐츠를 도입할 때 FPS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와 그래픽 및 유저인터페이스(UI)가 발목을 잡았다.
게임성을 단순화시킨 RPG처럼 자동조준, 연사기능을 도입하는 콘텐츠도 있었지만 타격감을 중시하는 FPS 특성상 조작이 단순해지면 몰입감이 크게 감소했다. 모니터 대비 좁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넓은 전장을 구현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프레임 저하와 3D그래픽으로 인한 피로감은 유저들에게 모바일FPS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일부 개발사는 모바일버전으로 개발하던 FPS를 가상현실(VR)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언리얼엔진4 3D그래픽 기반의 모바일FPS ‘뉴본’이 지난 7월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출시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했다.
◆배그 역주행, FPS 가능성 확인
뉴본의 서비스종료는 미흡한 게임성보다 개발사 운영이슈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FPS=모바일의 무덤’이라는 공식은 그대로 유지됐다.
확고한 공식에 균열을 낸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다.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 형태의 슈팅게임으로 국내외 온라인게임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바일플랫폼에서 꾸준한 흥행이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FPS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지난 7월29일 구글플레이 매출 24위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달 20일에는 51위까지 떨어졌다.
기존 모바일FPS와 달리 배틀그라운드는 유저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온라인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추가하며 게임성을 높였다. 전략적인 유저 공략과 원작 기반의 완성도 높은 게임성이 반등요인으로 꼽힌다.
◆완성도 높인 ‘웰메이드 타이틀’
배틀그라운드의 반등으로 모바일FPS 진입장벽도 한층 낮아질 전망이다. 하반기 출시를 예고한 모바일FPS 타이틀이 출시되면 배틀그라운드와의 경쟁구도로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FPS도 완성도가 높으면 재밌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NHN엔터테인먼트는 개발사 크리티컬 포스의 차기작 ‘크리티컬 옵스’의 아시아지역 퍼블리싱을 맡았다. 연내 크리티컬 옵스를 출시해 모바일FPS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소프트론칭으로 3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게임성을 입증받았다.
주요 콘텐츠인 ‘폭파미션’과 ‘데스매치’는 기존 온라인게임에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로 전략과 빠른 판단력이 중요하다.
에픽게임즈가 출시한 ‘포트나이트’도 모바일FPS 흥행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포트나이트는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돼 하나의 계정으로 연동할 수 있다. 플랫폼 간 계정연동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유저층을 확보하게 된다. 배틀로얄 형태의 콘텐츠와 ‘포린이 놀이터’, ‘공중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유저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 이후 토종 모바일FPS 명맥이 끊긴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투자대비 매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개발사나 퍼블리셔도 PC온라인게임을 모바일로 옮기는데 그치는 실정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버전과 크리티컬 옵스 등 웰메이드 라인업이 출시되면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면서도 “이른바 돈 되는 게임에만 몰두하다 보니 장르의 다변화나 시장개척은 인색한 상황이다. 해외시장에서 국내콘텐츠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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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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