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는 냉정한데, 영화는 너무 뜨겁다. 6일 개봉하는 영화 '충격과 공포'(감독 롭 라이너)의 주인공은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미국 메이저 신문이 아니라 군소 언론 '나이트 리더' 기자들이다. 9·11테러 뒤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 행정부의 주장을 의심하며, 끈질긴 취재로 거짓을 폭로했던 미국 언론인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나이트 리더의 조너선(우디 해럴슨)과 워런(제임스 마스든) 기자는 결정적 제보를 받아 흥분하고 특종을 빼앗겨 낙담하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 달린다.

미국 언론 ‘나이트 리더’의 기자 워런과 조너선은 부시 행정부의 주장을 의심하며 끈질기게 취재해나간다.

당시 부시 행정부 인물들의 실제 방송 인터뷰와 기자회견, 이를 보고 자원입대하는 젊은이들의 실제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는 교차편집으로 영화에 사실감을 불어넣는다. 감독은 로맨스와 유머를 적절히 섞어가며 가끔씩 과하게 끓는 긴장감의 온도를 노련하게 조절한다. 롭 라이너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 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연출가이자 법정 스릴러 '어 퓨 굿맨'으로도 이름났다.

하지만 영화는 정치적 논쟁을 다루다 스스로 달아올라 냉정을 잃는다. 기자들이 치열하게 취재하며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설득하는 대신, 비장한 음악을 깔고 밤새 뭔가 그냥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뜨거우면 식혀야 하고 성급하면 신중해서 서로 보완해야 할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밋밋하다. 감독이 직접 연기한 편집국장은 기자들보다 더 흥분하며 욕설을 뱉고, 전설적 선배 기자 조 갤러웨이(토미 리 존스)는 성마른 주인공들을 되레 들쑤신다. 시종일관 흥분 상태로 '정의'라는 정답을 향해 질주하는 91분짜리 롤러코스터다. 어지럽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던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담백해서 더 설득력 있었다. 라이너 감독의 이름값과 '스포트라이트'의 냉정한 치열함을 떠올리면 더 아쉽게 느껴진다. 말초적 자극과 진부한 영웅담으로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려다 그저 그런 오락 영화가 되고 말았다.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