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충렬사에서 보물급 사료 '심원록' 발견

신정철 2018. 9. 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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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조 때부터 1980년까지 238년간 기록한 방명록
이순신 제례 내용과 충무공 후손 연구 가능 기대
【통영=뉴시스】신정철 기자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경남 통영시 명정동 통영충렬사(사적 제236호)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제례를 올리거나 참배를 하기위해 방문한 방문자 명부인 '심원록(尋院錄)'이 발견됐다. 5일 통영충렬사 및 사학계에 따르면 이 기록문은 조선 영조시대부터 통제영이 폐영된 이후인 1980년까지 무릇 228년간의 기록으로, 그 내용은 물론 문서 자체로도 '보물급' 사료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2018.09.05.(사진=통영충렬사 제공) photo@newsis.com

【통영=뉴시스】신정철 기자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경남 통영시 명정동 통영충렬사(사적 제236호)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제례를 올리거나 참배를 하기위해 방문한 방문자 명부인 '심원록(尋院錄)'이 발견됐다.

이 기록문은 조선 영조시대부터 통제영이 폐영된 이후인 1980년까지 무릇 228년간의 기록으로, 그 내용은 물론 문서 자체로도 '보물급' 사료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5일 통영충렬사 및 향토사학계에 따르면 국사편찬위원회가 최근 통영지역 자료조사 과정에서 통영충렬사 '심원록'을 발견했다. 심원록은 방문자 이름과 직위 등을 기록한 일종의 방명록이다. 방문지 또는 방문 대상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통영시는 심원록에 대해 지난 3일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열었다.

자문위원회에는 이훈상 동아대학교 교수, 이상훈 육군박물관 부관장, 박덕진 통영 충렬사 이사장, 김미옥 통영시의회 의원(기획총무위원장), 김호석 통영시 문화예술과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조선시대 사우(서원과 사당)의 경우 방문자 명부인 심원록을 보유하였지만 대부분 소실됐으며, 200년 이상 지속적으로 기록된 사례가 매우 드물고, 그 내용 역시 높은 사료적 가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통영=뉴시스】신정철 기자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경남 통영시 명정동 통영충렬사(사적 제236호)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제례를 올리거나 참배를 하기위해 방문한 방문자 명부인 '심원록(尋院錄)'이 발견됐다. 5일 통영충렬사 및 사학계에 따르면 이 기록문은 문서 자체의 가치도 높다. 심원록 16권의 장정과 종이의 재질 등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 버금가며, 이는 통제영 12공방과 종이를 제작한 승방 등 당시 산업력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2018.09.05.(사진=통영충렬사 제공) photo@newsis.com

통영 심원록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영조 19년 6월(1743년)부터 단기 4313년(1980년)까지 238년 동안 조선시대는 물론 대한제국, 일제 식민지,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방문자 명부가 16권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포은 정몽주를 추모한 임고서원 심원록(보물 제1109호)의 경우 명종 9년(1554년)부터 내방자 명단이 6권의 책에 기록돼 있으나 고종 7년(1870년)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면서 중단됐다.

동아대 사학과 이훈상 교수는 "조선 시대의 웬만한 서원과 사당에는 심원록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훼손되거나 사라졌다. 영조부터 오늘날까지 기록이 이어져 온 곳은 통영 충렬사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통영충렬사의 위상도 재확인됐다.

심원록에는 조선시대 충청·전라·경상지역 수군 총사령관인 삼도수군통제사와 휘하 장수들이 직접 헌관을 맡아 충무공 이순신의 제례의식을 거행했다는 기록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영조 22년(1746년) 8월 추계 향사에서는 통제사 이언상이 초헌관, 중군 신경하가 아헌관, 거제부사 박성선이 종헌관을 맡았다.

고종 32년 통제영 폐영 이후인 1913년에는 용남군수가 초헌관을, 1914년 통영군수가 초헌관을 맡았으며, 1951년에는 해군통제부 사령장관이 초헌관으로 참여해 제례 의식을 이어갔다.

【통영=뉴시스】신정철 기자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경남 통영시 명정동 통영충렬사(사적 제236호)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제례를 올리거나 참배를 하기위해 방문한 방문자 명부인 '심원록(尋院錄)'이 발견됐다. 5일 통영충렬사 및 사학계에 따르면 이 기록문은 통영충렬사의 위상도 재확인됐다. 심원록에는 조선시대 충청·전라·경상지역 수군 총사령관인 삼도수군통제사와 휘하 장수들이 직접 헌관을 맡아 충무공 이순신의 제례의식을 거행했다는 기록이 곳곳에 남아 있다. 2018.09.05.(사진=통영충렬사 제공) photo@newsis.com

이 교수는 "통영충렬사는 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도 통제영에서 충무공을 모시는 공식 사당으로 인정받아 운영했으며, 고종 32년(1895년) 통제영 폐영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제향을 이어왔다. 그 노력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사료가 심원록”이라고 평가했다.

통영충렬사 심원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이 멀리 통영 충렬사를 방문, 단체 참배한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충무공의 5대손인 이언상 통제사가 통제영에 취임한 영조 21년 12월(1745년)에 직계인 5대손과 6대손, 방계, 외 6대손 등을 대동하고 참배했다. 5대손인 이태상 역시 영조 37년 8월(1760년) 8월 통제사 취임시 현손과 6대손과 함께 참배한다.

그동안 관련 사료가 없어 미진했던 이 충무공 후손 연구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상훈 육군박물관 부관장은 “우리 국민들은 충무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충무공의 가문인 덕수이씨 족보는 매우 간략해서 충무공의 후손에 대한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다. 방문자 명단에 충무공의 친가는 물론 외가의 후손들까지 기재되어 있는 만큼 충무공 후손에 대한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서 자체의 가치도 높다. 심원록 16권의 장정과 종이의 재질 등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 버금가며, 이는 통제영 12공방과 종이를 제작한 승방 등 당시 산업력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료다.

이상훈 부관장은 “조선시대에는 종이값이 무척이나 비샀다. 그런데도 통영 충렬사 심원록은 가로 30cm, 세로 50cm가 넘을 정도로 장서 자체가 매우 크다. 이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버금가는 크기다. 표지는 들기름을 먹이고 쪽 염색을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내지 역시 딱나무를 두드려 만든 종이로 100년, 200년이 지났음에도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통영=뉴시스】신정철 기자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경남 통영시 명정동 통영충렬사(사적 제236호)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제례를 올리거나 참배를 하기위해 방문한 방문자 명부인 '심원록(尋院錄)'이 발견됐다. 5일 통영충렬사 및 사학계에 따르면 이 기록문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이 멀리 통영 충렬사를 방문, 단체 참배한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돼그동안 관련 사료가 없어 미진했던 이 충무공 후손 연구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18.09.05.(사진=통영충렬사 제공) photo@newsis.com


이는 “통제영 12공방의 산업 역량과 통제영 산하 옥천사나 안정사 등 승방의 종이 제작과 연관지어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원록을 충렬사제향홀기·수조도병풍·팔사품도병풍·이충무공전서 등과 함께 '통영 충렬사 고문서 일괄'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판단이다

박덕진 통영충렬사 이사장은 “뒤늦게 마나 중요한 자료가 빛을 보아서 무척이나 기쁘다”며 “앞으로 충렬사 소장 자료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통영 충렬사의 위상이 재조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통영충렬사는 선조 37년(1604년) 통제영이 한산도에서 통영시 문화동으로 옮긴 이후인 선조 39년(1606) 이운룡 통제사가 왕명을 받들어 충렬사를 건립했고, 통제영 장교가 숙직하면서 사우를 수호하고 전곡 사무를 관장해왔다.

s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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