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청와대, 용산참사 발생 후 "강호순 적극 활용" 지시

정은혜 입력 2018. 9. 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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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용산 참사가 발생한 2009년 1월 20일 서울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의 남일당 건물 옥상의 사고 현장. 경찰의 강제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 불이 나 쓰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망루에서 시위하던 철거민 등 6명이 숨진 '용산참사' 당시 청와대가 경찰에 보도지침을 내린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5일 발표했다.

유남영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지난 6개월간 조사한 용산 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모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수사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바란다"고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증거물 사진 등 추가정보 공개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의 비교 ▲사건 해결에 동원된 경찰관, 전경 등의 연인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의 수기 등을 통한 홍보가 즉각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지침이 담겨있었다.

이 행정관은 또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연쇄살인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삿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데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2013년 2월 24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대하던 철거민들이 이 지역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당시 해당 건물 화재로 철거민과 경찰특공대 총 6명이 목숨을 잃고 30여명이 부상당했다.

이어 군포연쇄살인사건 용의자인 강호순이 24일 검거됐다. 강호순은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아내를 살해하고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7명의 여성을 연쇄 납치 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사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캡처]

당시 청와대는 "경찰청 관계자에게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확인했다"며 "청와대가 경찰에게 본 사건 관련 보도지침이나 공문을 지시한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조사위는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건 발생 직후 작성된 경찰의 대응문건에는 여론을 경찰에 우호적으로 조성하려는 계획도 나타나 있다.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시사항에는 온·오프라인상 경찰입장을 홍보하고 언론계 인사를 접촉해 경찰을 옹호하는 기사나 칼럼이 게재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 모습. [중앙포토]

이에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대상으로 용산 사건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에 게시물이나 댓글을 1일 5건 이상 게재하도록 했다. 경찰 내부 문건으로 확인된 바로는 1월24일 게시물과 댓글 약 740건, 여론조사와 투표 참여는 590여건이 이뤄졌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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