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꾼 쯔란(정말 감사합니다)!"
캄보디아인 케아 찬타씨(26)의 인사에 울음이 묻어 있었다. 그의 아들, 네 살 된 쏨낭이 찬타씨 옆에서 천진하게 활짝 웃었다. 바로 며칠 전 선천성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은 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밝은 얼굴이었다.
쏨낭은 지난달 13일 한국으로 날아왔다. 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 의료지원 사업(이하 캄보디아심장병사업)의 지원 대상자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것이다. 캄보디아 심장병 사업은 형편 어려운 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를 무료로 수술 해주는 사회 공헌 협력 사업이다. 금융감독원과 KB국민은행의 지원으로 한국구세군과 세종병원 의료진이 심장병 어린이를 선발하고 수술을 진행한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쏨낭을 포함한 어린이 76명에게 건강한 심장을 선물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신생아 1000명 중 1%인 10명이 심장병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소아 심장병은 적절한 시기에 간단한 시술을 받으면 나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찬타씨는 쏨낭을 낳은 지 15일 되던 날 아이 몸에 푸른 반점이 퍼진 걸 보고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쏨낭의 형이 앓았던 것과 같은 증세였다. 쏨낭은 형이 하늘로 가고 1년 뒤 태어난 아이였다. 쏨낭이 '심실중격결손' 확진을 받은 날 어머니는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바로 위 아이를 심장병으로 먼저 보냈는데, 막내도 심장병이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럼에도 수술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2000만 원쯤 하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서다. 이 가족은 작은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며 산다. 별다른 수입이 없어 가끔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하루 7달러(약 7700원)를 버는 것이 고작이다. 쏨낭을 두고 일하러 가기도 쉽지 않았다. 쏨낭은 혼자 걷지 못하고 언어 발달이 늦어 의사소통도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가 항상 옆에 있어야 한다. 찬타씨는 "수술을 받게 해주고 싶었지만 형편이 워낙 어려워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치료받았다는 게 꿈만 같다"고 했다.
쏨낭을 포함한 10명의 심장병 어린이는 지난 3주 동안 경기 부천 세종병원에서 각종 검사와 수술을 마치고 현재 회복 중이다. 구세군 관계자에 따르면 수술받은 어린이 모두 수술 경과가 좋은 편이다. 4일에는 나들이에 나선다. 63빌딩에 가 수족관을 구경하고 뷔페를 즐긴 뒤 다음 날 출국한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캄보디아에서 심장병 조기 진단과 치료를 하고, 현지에서 수술하기 어려운 아이들은 국내로 데려와 완치를 돕는다. 앞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위해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생명을 구하고 삶의 희망을 갖도록 돕는 일"이라며 "수술받은 어린이들이 나중에 건강하게 성장해 자신만의 꿈을 키워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