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국보센터’ 박지수, 국보다운 관리 필요하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9.05 05: 53

국보라면 국보다운 관리를 해줘야 한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이스토리아 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중국에 65-71로 패했다. 남북단일팀 코리아는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남측 선수단은 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결승전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싸운 끝에 은메달을 딴 여자농구는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 달 동안 어울린 남북 선수들이 짧은 훈련기간에도 불구하고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심판의 편파판정 등 불리함도 많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선수들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후회 없이 싸운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문규 대표팀 감독은 “단일팀으로서 한 달을 보냈다. 북측 선수들의 적극성에 감탄했다. 농구월드컵을 대비해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대회의 성과에 만족했다.
그러나 결과가 좋으니 마냥 다 좋다고 넘길 수만은 없는 과정의 문제도 있다. 이번 대표팀의 박지수 합류문제가 그렇다. 박지수는 WNBA 소속팀 라스베이거스가 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투며 아시안게임 차출이 늦어졌다.
그 와중에 이문규 감독은 “박지수가 최대한 빨리 오든지 못 온다면 못 온다고 말을 해줘야 한다. 박지수 자신이 먼저 (출전여부를) 밝혀야 우리도 포기를 한다. 감독입장에서 찜찜하다. 박지수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국가대표팀에 뽑아서 (박지수의) 앞날이 문제라는 말은 상당히 불쾌하다. 용납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결국 라스베이거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박지수는 한국을 거쳐 8월 25일에 자카르타 현지에 합류할 수 있었다. 박지수는 26일 태국과 8강전 결장했고, 불과 며칠 훈련 뒤 30일 대만과 준결승부터 출전했다.
문제는 만약 라스베이거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승승장구했다면 박지수의 대표팀 합류는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지수는 “팀에서는 플레이오프까지 안 놔준다고 했다. 입장이 곤란했다”고 토로했다. WNBA에서 신인에 불과한 박지수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박지수의 상황을 두고 “박지수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미국에 가더니 애국심이 없다”는 인신공격도 나왔다. 일반 농구팬이 아닌 관계자가 한 말이었다. 박지수에게 상처가 될 말이었다. 정작 박지수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내 상황이) 혹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선수라면 국가대표에 자부심을 갖고 뛰어야 한다. 국가대표팀에서 항상 최선을 다한다”며 대표팀 출전에 열의를 보였다.
박지수는 결승전에서 패한 뒤에도 “내가 늦게 와서 언니들과 많이 맞춰보지 못했다. 내가 체력이 떨어져서 졌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아직 어리고 여린 선수에게 애국심이 없다고 손가락질했던 농구인들은 모두 반성해야 한다. 만약 박지수가 팀 사정 때문에 끝내 아시안게임에 오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이 준결승에서 대만을 이기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저조한 성적에 대한 책임은 모두 박지수가 떠안는 형국이 됐을 것이다.
앞으로도 박지수는 10년 이상 한국여자농구를 떠받드는 기둥역할을 해야 한다. WNBA 진출로 박지수는 기량이 월등하게 좋아졌다.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 미국에서 체격조건이 월등한 선수들과 해보니 중국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한 박지수다. 박지수는 앞으로도 WKBL과 WNBA 시즌을 병행할 욕심이 있다.
결국 WKBL과 KB스타즈,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미리 머리를 맞대 박지수가 원활하게 국제대회에 차출될 수 있도록 라스베이거스 구단과 사전에 협의를 마쳐야 한다. 이번처럼 이미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박지수 개인에게 대표팀 차출을 종용하고,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무리한 요구는 없어야 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형식적인 공문을 뒤늦게 보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WKBL 시즌을 챔프전까지 소화한 박지수는 미국에 건너가 프리시즌에서 경쟁했다. 라스베이거스 구단과 계약에 성공한 박지수는 WNBA까지 백업센터로 풀시즌을 소화했다. 한국에서 겨우 하루를 머문 박지수는 곧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날아가 준결승과 결승전을 뛰고 다시 돌아왔다.
이문규 감독은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5일 곧바로 선수들을 진천선수촌에 소집한다. 오는 22일 스페인 테네리페에서 개막하는 여자농구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제 북측선수 로숙영, 장미경, 김혜연이 빠지고 김단비, 김정은, 심성영이 가세한다. 하루라도 빨리 선수들 손발을 맞추고자 하는 이문규 감독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 격전을 치르고 겨우 고국에 돌아온 선수들이 가족들과 만나 숨을 고를 2~3일의 여유조차 줄 수 없는 것일까. 잘 쉬는 것도 훈련의 연장선이란 점에서 아쉬운 결정이다. 
박지수는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농구를 이끌어나갈 국보다. 그렇다면 그에 어울리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국보 1호 남대문처럼 불에 다 탄 다음에 후회를 해봐야 이미 늦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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