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넓은 세상 꿈 비춘 작고 낡은 등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짧게만 느껴지는 북유럽 출장.
기내 영상을 고르고 고르다 아이슬란드 음악가 올라퓌르 아르날즈의 다큐멘터리 'Island Songs'(섬 노래들·사진)를 재생했으니. '이거다. 서울 땅에 발 딛기 전까지 난 북유럽 사람.'
해안의 낡은 등대에 숨어들던 기억에 관해.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짧게만 느껴지는 북유럽 출장. 취재를 위해 동분서주할 때면 ‘뭐야, 서울에서보다 더 바쁘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따금 차창 밖 풍경이 날 위로해줬다. 언젠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기묘하고 낯선 그 안락함.
귀국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며 핀란드 공항에서 마지막 식사를 할 때도 메뉴 선정에 고심했다. 작은 레스토랑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을 때 이거다 싶은 게 눈에 들어왔다.
순록 파스타. 떠나기 싫다는 마지막 발악. 이곳의 마지막 끼니로 이만한 선택이 또 있을까. 느끼한 순록과 치즈의 범벅을 씹어 넘기면서 행복하기만 했다.
날 강제로 서울에 돌려놓을 거대하고 잔인한 기계, 즉 비행기에 올라타서도 정신은 못 차렸다. 기내 영상을 고르고 고르다 아이슬란드 음악가 올라퓌르 아르날즈의 다큐멘터리 ‘Island Songs’(섬 노래들·사진)를 재생했으니…. ‘이거다. 서울 땅에 발 딛기 전까지 난 북유럽 사람….’
2016년 아르날즈는 고국 여기저기를 찾아 음악가들을 만나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7주간 7개 지역을 돌며 7명의 음악가를 만나 이야기 나누고 7곡을 녹음하는 섬 노래 여행. 그 과정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화 ‘Island Songs’에 담겼다.
여섯 번째 노래를 위해 아르날즈는 밴드 ‘오브 몬스터스 앤드 멘’의 멤버인 난나 브린티스 힐마르스도티르를 찾는다. 힐마르스도티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작은 마을 가르두르의 해변을 함께 산책하며 담소한다. 작고 답답한 이곳이 싫어 넓은 세상만 꿈꾼 10대 시절에 대해. 해안의 낡은 등대에 숨어들던 기억에 관해.
장면이 바뀐다. 이제 두 사람과 연주자들이 바로 그 등대 안에 있다. 카메라는 떠다니는 영혼처럼 군다. 동그란 공간 안을 느리게 돌며 이들을 바라본다. 여섯 번째 섬 노래, ‘Particles’는 그렇게 비좁은 등대 안에서 녹음된다.
‘난 여기/에메랄드 바다에 떠있네… 그러나 이 무거운 손들/그들은 내 가슴을 짓누르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핫한 경제 이슈와 재테크 방법 총집결(클릭!) |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강공원서 맥주 한 캔이 꿈? 휠체어 타고 가보니
- 특사단 방북 D-1..북미협상 교착 해결할 '한 수'는?
- 文대통령, 트럼프와 84일 만에 50분 통화.."특사단 좋은 성과 기대"
- 방북 정의용 "금년 중 종전선언 이뤄지도록 노력·文대통령 친서 휴대"
- "MDL 남측 지뢰지대 여의도 면적의 40배..완전 제거에 200년 걸려"
- 박찬종 "한국당, 정신 못 차리고 이대로 가면 '완망'"
-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범진보 12.1% 박원순 - 범보수는?
- 일본, 태풍 '제비'로 6명 사망..사망자 더 늘 수도
- '이런 황당한 일이'..수거한 대청호 쓰레기 다시 흩어 놓는 사건 발생
- 아기 태운채 시속 160km 광란의 질주..20대 母, 추격전 끝 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