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 3년간 임용 보장..'방학 중 임금·퇴직금' 보장(종합)
풍선효과 우려해 겸임·초빙도 '주당 강의시간' 제한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9년부터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임용기간도 1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3년까지는 재임용을 보장한다. 수업이 없는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도 지급한다.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와 대학, 강사단체 대표가 합의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법 시행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는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이 네번째 유예되면서 구성안 협의체다. 대학·시간강사 대표, 국회가 추천한 전문가 12명이 참여해 18차례 논의 끝에 개선안을 만들었다. 사실상 대학·시간강사 대표뿐 아니라 정부(교육부), 국회 등 강사법을 둘러싼 4주체가 합의한 안이다.
◇강사도 '교원 지위' 부여…1년 이상 임용·소청심사권 보장
강사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시간강사도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종류에 포함해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명칭을 '강사'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 교원과 마찬가지로 징계처분과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에 대해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소청심사 대상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재임용을 거부하는 것도 포함된다.
또 강사도 교원인 만큼 형사처벌을 받거나 임용계약을 위반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면직이나 권고사직을 할 수 없다. 현행범이 아닌 경우 대학총장의 동의 없이 대학 안에서 체포를 금지하는 '불체포 특권'을 보장한다.
임용기간은 학기 단위가 아니라 1년 이상으로 정했다. 강사뿐 아니라 겸임·초빙교원 등 다른 비정규직 교수의 임용기간도 1년 이상으로 정했다. '1년 미만'으로 임용할 수 있는 예외 사유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기존 교원이 학기 중 6개월 미만의 병가, 출산휴가, 휴직, 파견, 징계, 연구년(6개월 이하)을 갈 때만 1년 미만으로 강사를 임용할 수 있다. 교원의 퇴직, 사망, 직위해제로 남은 학기 대체강사가 필요할 경우에도 '1년 이상 임용'의 예외사유로 인정했다.
또한 강의를 하지 않는 방학기간에도 강사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면서 방학기간도 임용기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임금수준 등 구체적 조건은 대학과 강사가 임용계약으로 정하도록 했다.
퇴직금도 지급한다. 금액은 강의시간에 비례해 지급하지만 퇴직금 자체는 강의시간에 관계 없이 지급한다. 지금은 '근로자 퇴직급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 15시간, 월 60시간 이상 강의해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주 6시간 이하 강의를 맡는 시간강사가 80% 이상인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인 법 조항이다.
◇3년간 재임용 보장…강사뿐 아니라 겸임·초빙교원도 강의시수 제한
책임 강의시수를 주당 6시간 이하로 정한 것도 크게 달라지는 점이다. 대학총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최대 9시간까지 강의를 맡길 수 있다. 강사가 교원의 종류에 포함되면 한 사람에게 강의를 몰아줘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책임 강의시수를 시행령에 정하기로 했다.
강의시수 제한은 강사뿐 아니라 겸임·초빙교원, 명예교수 등 다른 비전임교원에게 모두 적용된다. 다만 대학 요구를 수용해 겸임교원과 초빙교원은 주당 9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강의를 할 수 있게 했다.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면 강사 대신 다른 비전임교원을 임용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강사뿐 아니라 겸임·초빙교원 등 다른 비전임교원의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용우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위원장은 "강사로 한정하지 않고 겸임·초빙교원 등 전체 비전임교원에 대한 안을 도출해 소위 '풍선효과'를 통한 '대량해고'를 조금 규제하는 입장을 마련했다"라며 "일정한 사유와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겸임·초빙교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에도 합의점을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신규임용을 포함해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한 것도 시간강사의 고용안정 면에서 중요한 변화다. 3년이 지나면 대학과 강사가 협의해 다시 재임용하거나 신규임용 방식으로 임용할 수 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거나 평가에서 일정 점수에 미달하지 않으면 3년까지는 재임용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전임교원 확보율과 교원 확보율을 산정할 때는 강사를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전임교원을 임용하지 않고 강사를 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대학평가에 반영된다. 학과 정원 등을 조정할 때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서 정한 교원 확보율을 맞춰야 한다.
◇강사법 제정 이후 4차례 유예…정부·대학·시간강사 최초로 합의
이번 개선안은 2010년 강사법 논의가 시작된 이후 8년 만에 처음 정부와 대학·강사단체 대표가 합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은 2010년 5월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 박사의 죽음을 계기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명칭을 '강사'로 바꾼다고 해서 흔히 '강사법'이라 부른다.
2010년 10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워회가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강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2011년 12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작 당사자인 시간강사들은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이 모두 미흡하다며 국회 통과 전부터 반대했다. 비정규직 교수만 양산하고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대학도 예산 부담 등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법 시행에 반대했다.
2013년 1월1일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이 그동안 네차례에 걸쳐 6년이나 연기됐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강사법 시행을 2019년 1월1일로 유예하며 정부와 대학·교수·시간강사 대표 등을 포함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학과 강사 등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개정안을 올해 8월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이용우 위원장은 "강사법은 약 8년간에 걸쳐 해결되지 않았던 갈등 이슈 중 하나이고, 4차례에 걸쳐 유예되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굉장히 이례적인 과정이 있었다"라며 "대학과 강사 측이 한발씩 양보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서 처음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사제도개선협의회 건의를 받아 교육부는 국회와 협의해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사-국회 측 추천위원들이 18차례의 논의를 거친 끝에 동의를 이뤄낸 최초의 단일안으로 그 역사적 의미가 상당하고 사회적 무게감 또한 크다"며 "국회가 9월 중 입법발의와 상임위 통과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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