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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명의 군부독재 피해 여성…수지와 바첼레트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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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3 11:11:13 수정 : 2023-12-10 23: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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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 사무국에서 열린 로힝야 난민 위기 해결을 위한 유엔 회의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표단이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엔 특별조사단은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 사무국에서 미얀마 정부군의 이른바 ‘로힝야(Rohingya)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군이 인종청소 의도를 갖고 대량 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지도자인 아웅산 수지(Aung San Suu Kyi)는  국가자문역 겸 외무 장관이 로힝야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로힝야 사태는 지난해 8월25일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반군단체가 오랫동안 자행된 미얀마 정부의 인종차별 탄압에 무력 투쟁으로 대응하면서 시작됐다. 반군은 라카인주 경찰 초소 30여곳을 습격하였는데, 이에 미얀마 정부는 즉각 테러로 규정했다. 나아가 로힝야족 전체에 대해 무차별 폭력과 강간, 방화를 자행하였다. 이러한 폭력 진압에 불과 한달 만에 로힝야족 9000여명이 죽고, 70만명이 국경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유엔은 이를 잔인한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특별 조사를 진행해왔다.

2012년 6월1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 사무국에서 열린 국제 노동 컨퍼런스 전아웅산 수지 당시 미얀마 민족민주동맹 지도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수지 국가자문역은 앞서 2010년 15년간의 가택연금이 끝나자 정치 활동을 재개하여 2012년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됐다. 2015년에는 25년 만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민족민주동맹(NLD·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을 이끌고 압승을 거뒀다. 오랜 군부 탄압에 맞선 평화와 자유의 상징인 수지 국가자문역이 승리하자 미얀마 내 소수민족 탄압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국제사회는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집권 후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다. 급기야 영국 에든버러시의 ‘에든버러 자유상’과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의 ‘엘리 위젤상’ 등 그동안 받았던 상들을 연달아 박탈당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Zeid Ra’ad Al-Hussein)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진행한 BBC 인터뷰에서 수지 국가자문역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이드 대표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있기 보다는 차라리 가택연금 상태로 돌아갔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과거 미얀마 군부 독재 아래에서 가택연금 중에도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던 수지 국가자문역으로서는 뼈아픈 비판이다.

지난 1일부터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임기를 시작한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이(왼쪽)이 작년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에서 안토리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 전 칠레 대통령은 또 다른 군부 독재 정권의 피해자다. 과거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다. 공군 장성이었던 부친은 고문을 당하다 옥사했다. 그럼에도 보건 장관과 국방 장관을 거쳐 2006년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퇴임 후 유엔 여성기구의 총재를 지내다 2014년 재선돼 올해 3월까지 재임했다.

 

가톨릭 국가인 칠레는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나라로 꼽힌다. 여성이 대통령이 된 것 그 자체가 바로 ‘혁명’이었다. 바첼레트 정부의 칠레는 세계 최초의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한 나라가 됐다. 특히 ‘싱글맘’이었던 바첼레트 대통령은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갖고 보육시설과 유아학교를 확충했다. 여성 고용율과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바첼레트는 또 ‘아코헤도르’(푸근하다는 뜻의 스페인어) 대통령’으로 불리며 국가 통합의 아이콘이 된 건 반대파를 포용하고 아버지를 죽게 한 군부와 관계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바첼레트 대통령이 군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으니 군부에 대한 ’복수의 피바람’이 불 거라 예상됐지만, 그녀는 ‘나라가 강해지려면 국방이 강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오히려 신임을 보여줬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부터(현지시각) 자이드 전 대표의 뒤를 이어 4년 임기의 유엔 인권최고대표 직책을 시작하였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유엔의 인권 관련 업무와 활동을 총괄하는 최고직책으로,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회의의 권고에 따라 같은해 유엔 총회 결의(48/141호)로 세워졌다.

 

바첼레트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쉴 틈 없이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가야 한다. 유엔 전체 예산에서 5분의 1 이상 분담하는 미국 정부가 유엔 분담금을 대폭 삭감했고, 유엔 인권 활동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방해는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이드 전 대표가 퇴임 인터뷰에서 강한 어조로 비판한 수지 국가자문역와 미얀마 군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수지 국가자문역이 이제 시위 현장에서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어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또 다른 ‘군부 독재의 피해자’ 바첼레트 대표가 ‘전 세계인의 어머니’가 될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태민 UN지원SDGs한국협회 홍보이사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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