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승환씨가 지난해 11월 중국 지린성 조선족 자치주에 있는 룽징시에 있는 윤동주 시인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전주대 제공
천승환씨가 지난해 11월 중국 지린성 조선족 자치주에 있는 룽징시에 있는 윤동주 시인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전주대 제공

“역사적 사건을 사람들에게 사진을 통해서 알리고 싶습니다.”

외국의 우리나라 역사관련 유적지를 찾아 사진으로 기록하는 청년이 있다. 주인공은 천승환(23·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3년)씨. 그는 군제대 직후인 지난해 10월16일부터 학기가 시작한 올해 3월4일까지 140일 동안 베트남의 전쟁희생자 위령비, 일본의 군함도, 중국의 고구려 유적지 등 17개 나라, 60여곳을 방문해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그에게 9월2일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날은 73번째 베트남 독립기념일이다. 베트남이 제국주의 프랑스 식민지배로부터 이날 독립했다. 베트남은 독립과 분단 등으로 일제에 침탈당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베트남의 영웅이 된 박항서 축구 감독 덕분에 더 친근감 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 당시 있었던 한국군의 민간인학살로 마음의 빚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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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베트남전 희생자 위령비 12곳을 홀로 찾아 사죄했다. 자료에 나온 주소지와 실제 위치가 다른 적도 있어 일일이 물어서 찾아간 곳도 있다. 위령비 앞에서 어깨에 태극기를 새긴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참배했다. 그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고교 때인 2011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해결 촉구 1000회 수요집회 때부터다. 그뒤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팔찌의 공동구매도 주도했고, 독도도 방문해 사진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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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역사는 글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녹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촬영한 역사 사진은 수천 장에 이른다. 지난 7월9~22일 그동안의 기록을 담아 ‘그들과 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사진전도 열었다. 여행자들이 쉽게 다른 나라에 위치한 우리나라 사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국외사적지 지도를 만들고 있다.

“역사현장을 복잡한 글 보다 누구라도 쉽게 접하도록 사진으로 실상을 알리고 싶습니다. 위안부 문제와 독도 등을 외국에 알려 그들의 태도를 바꾸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현장 방문과 기록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