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욕' 사과한 한수민과 하하, 초점이 어긋났다
[오마이뉴스 오은진 기자]
인터넷으로 자료 검색 중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 일이 있었다. 남자 중학교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그 중 한 남학생의 등에 '보이루'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보이루'는 인터넷 방송의 한 BJ가 만들어 사용한 말인데 이를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의미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 논란이 되고 있는 단어이다.
▲ 하하가 인터넷방송에서 손가락욕을 하고 있다 |
ⓒ 아프리카 TV |
문명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여성 혐오(misogyny 미소지니, 여성에 대한 혐오나 멸시, 또는 반여성적인 편견)의 역사는 뿌리 깊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상대를 모욕할 때 쓰는 욕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숫자욕은 엄마와 성관계를 맺을 사람이라는 의미이며, 그냥 단순히 '너의 엄마'라는 단어 자체가 심한 욕이 되기도 한다.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의미의 '걸레'라는 욕은 여성에게만 사용되는 욕이다.
▲ 강민호가 경기 중 손가락욕을 한 것이 중계되고 있다. |
ⓒ SBS sports |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언제까지 몰랐다는 말로 면죄부를 받으려 하나. 언제까지 문제를 지적해야 하고,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의식 없는, 초점이 어긋난 사과를 들어야 하나.
이제는 우리 모두 공부가 필요하다. 혹시 내가 쓰는 말이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비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부하고 조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문제없이 편하게 잘 살았는데 왜 자꾸 불편하게 만드냐고? 내가 편하게 지냈다면 내가 편했던 만큼 누군가는 불편하고 조심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이 변했다고,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저기에서 여성혐오는 넘쳐나고, 새로운 여성혐오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단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성교육을 받고, 일본 야동에 자주 등장하는 '앙 기모띠'가 학생들의 유행어가 되는 지금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 않는가.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할 때가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때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짜장면 때문에.. 김일성 닮은 배우의 비극
- 손석희·김어준이 전한 '박항서 매직', 이렇게 달랐다
- 하나의 꿈을 꾸는 소녀들, 그 마지막 이야기
- 부산영화제 포스터의 정치학..'탄압 항의'에서 '다 모이자'까지
- 축제는 끝났다.. 김학범호, 런던-인천 세대 기억해야
-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뉴스에 "은메달 기원" 했다는 팬들
- '캡틴' 손흥민의 가치, 골 대신 헌신으로 증명했다
- 금메달 목에 건 20마리의 호랑이, 한국 축구 미래를 밝히다
- 프랭클린 장례집전 목사, 팝스타 그란데에 '부적절한 접촉' 사과
-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