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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가꾸는 남성들…`그루밍족`을 잡아라

문호현 기자
입력 : 
2018-09-02 17:04:44
수정 : 
2018-09-03 15: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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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등 색조화장품…佛 샤넬, 한국서 세계 첫 출시
LF·애경, 남성전용 브랜드 내놔…시장규모 2년내 1조4000억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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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규모를 넘어선 남성 화장품 시장을 잡기 위한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애경·LF 등 국내 기업들은 남성 화장품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출사표를 던졌고,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남성 색조 라인을 한국에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샤넬은 지난 1일 남성 전용 메이크업 라인인 '보이 드 샤넬(BOY DE CHANEL)'을 한국에서 론칭했다. 샤넬은 그동안 남성 향수, 기초 화장품을 판매해 왔지만 색조 화장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일부터 시험 판매 성격으로 한국에 선보인 후 오는 11월부터 글로벌 온라인몰에서, 내년 1월 전 세계 샤넬 매장에서 취급하게 된다. 샤넬이 내놓은 남성 색조 라인은 파운데이션, 립밤, 아이브로 펜슬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샤넬이 한국을 첫 타깃으로 삼은 데는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이 복합적으로 고려됐다.

샤넬 측은 "한국은 남성 메이크업 제품 수요가 가장 많고 수준도 높다"면서 "남성 메이크업 제품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관련 상품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H&B스토어 올리브영이 취급하는 남성 전문 제품의 가짓수는 2년 전 대비 약 30%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0년 7300억원 선에서 2016년 1조2301억원, 지난해 1조2808억원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2년 후에는 1조4000억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남성 중 75%가 어떤 식으로든 일주에 한 번 이상 피부에 화장품을 접하고 있다. 이는 샤넬이 탄생한 프랑스가 기록한 38%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치다. 그만큼 화장품을 사용하는 남성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의미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바깥 시선을 신경 써 겉보기에 티나지 않게 할 뿐이지, 많은 남성이 화장품을 쓰고 있음을 시장이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외모를 가꾸는 '그루밍족'은 특히 왕성한 소비를 자랑한다. 현대백화점의 남성 화장품 1인당 구매액은 2015년 7만8000원에서 지난해 8만5000원으로 높아졌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남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14%에서 지난해 22.5%로 뛰었다. 특히 색조 화장품 구매액이 5년간 15% 이상 늘었다.

그루밍족까지는 아니지만 일반 남성도 올인원 제품보다 피부 고민에 맞춰 기능별로 분리된 전문 제품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토너·로션·에센스를 결합한 한 가지 제품을 주로 쓰던 남성이 다양한 화장품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남성 화장품 브랜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F는 주력 브랜드 헤지스의 남성 화장품 '헤지스 맨 스킨케어'를 3일 시장에 공식 론칭한다. 서브 네임을 합한 공식 명칭은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429(RULE429)'다. 최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열고 티저 동영상 광고를 선보였으며,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 남성모델 '러키 블루 스미스'를 브랜드 얼굴로 내세우며 글로벌 무대 진출 의사를 비쳤다. 매장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과 코엑스 두 곳에 먼저 선보인다.

애경산업은 지난달 20일 남성 스타일링 브랜드 '스니키(SNEAKY)'를 새로 선보였다. 1020세대 젊은 남성들이 메이크업에 대한 수요가 있음에도 타인의 눈치를 보는 점에 착안해 발라도 티 나지 않고 사용이 간편한 점이 특징이다. 컬러립밤을 어디서나 눈치 안 보고 바를 수 있게 흰색 제형으로 만들거나, 눈썹 정리 가이드 스티커를 첨가하는 등 남성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앞세운 남성 화장품도 등장했다. 국내 유통사 에스고인터내셔널은 MLB와 MLB 소속 구단 로고·심벌을 코스메틱 부문에 활용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고, 스킨케어 브랜드 '엠엘비 그루(MLB GROO)'를 최근 론칭했다. MLB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과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남성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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