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62살 국민 조미료 '미원'

장유미기자 2018. 9. 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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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감칠맛 역사 이끈 '마법가루'..신제품 출시로 고객 확대

<아이뉴스24>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요리를 할 때 넣으면 맛을 살려주는 마법의 가루가 있다. 올해로 출시 62주년을 맞은 '미원'이 그 주인공이다.

'미원'은 어머니 손맛의 비밀이자 감칠맛의 대명사로 불리며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동안 MSG 유해성 논란이 있었지만 곧 바로 억울한 누명을 벗고, 현재는 발효미원 신제품 출시, 팝업스토어 밥집미원 운영 등 젊은 층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며 과거의 영광을 서서히 되찾고 있다.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미원의 매출액은 1천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소비자들이 소매점에서 직접 구입한 판매액은 400억 원을 넘었다.

대상 관계자는 "미원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소매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에 비춰 보면 미원이 여전히 대한민국 가정집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임대홍 회장, 국산 첫 조미료 '미원' 개발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조미료의 핵심은 바로 'MSG'다. 이 물질은 일본에서 1909년 다시마의 맛을 내는 성분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조미료로 개발된 후 1956년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춰지며 널리 판매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대상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임대홍 회장에 의해 본격적인 화학 조미료 시대가 열렸다.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던 1950년대 중반 임 회장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의 제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조미료 제조 공법을 습득한 임 회장은 부산으로 돌아와 150평 규모의 작은 조미료 공장을 세웠다. 이곳이 미원의 전신이자, 우리나라 최초 조미료 공장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다.

이곳에서 순수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국산조미료 '미원'이 탄생했다. 미원이 조미료 점유율 50%를 넘어서는 국민 조미료로 등극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떤 음식이든 미원을 조금씩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으로 당시 가정집에서는 미원을 사용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었다. 많은 주부들에게 '맛의 비밀'로 불리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국산조미료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았으며,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들을 모델로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또 미원은 1960년대 가장 인기 있는 명절선물이기도 했다. 이에 임 회장은 1962년 회사 이름도 미원으로 바꿨다. 이후 미원그룹은 1997년 대상그룹으로 한 번 더 이름이 교체됐다.

미원이 독보적인 인기를 끌던 1963년에는 CJ제일제당이 '미풍'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양사는 영업사원들 간의 경쟁 못지않게 사은품 경쟁도 치열하게 벌였다. 미풍이 무채칼, 고무장갑을 사은품으로 구성한 미풍 김장세트를 출시하면, 미원은 고급 비치볼, 미원병 등을 선물로 증정하는 사은행사를 진행했다. 미풍이 고급 스웨터를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진행하면 미원은 금반지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대상 관계자는 "미원과 미풍의 경품 응모 엽서로 인해 우체국이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질 정도로 신경전을 벌였다"며 "양측의 사은품 경쟁 과열은 결국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상공부에서 제재했고, 결과적으로는 여심을 공략한 미원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일제당공업을 시작으로 삼성그룹을 일군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 되는 세 가지는 자식농사와 골프, 그리고 미원"이라고 적었다.

◆'1가구 1미원' 시대 활짝

미원의 굳건한 입지는 광고모델 기용에서도 드러난다. 1968년 당시 인기 절정의 영화배우였던 김지미와 광고 전속모델 계약을 맺고 국내 최고 모델료 기록을 세웠다. 그 뒤를 이어 배우 황정순이 중년 주부의 모습으로 등장, 평화로운 가정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미원의 광고 모델을 거쳐갔다.

미원은 1960~1970년대 최고 인기 선물 아이템이기도 했다. 미원선물세트의 시초는 1962년 미원 1kg들이 금색 캔을 상자처럼 포장해 선물한 것이 호평을 받은 것에서 비롯됐다.

대상 관계자는 "당시 고급스러운 황금빛 캔에 귀한 미원이 1kg이나 들어있는 까닭에 누가 받아도 기뻐할 만한 선물이었다"며 "이에 힘입어 신선로의 고전적인 느낌과 연결 지어 경복궁의 경회루, 비원의 정자 등을 유화로 그려 넣어 상자를 디자인한 것이 최초의 미원 선물 상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미원은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고정판지를 완성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세 가지 형태의 선물세트로 출시됐다. 해를 거듭하면서 선물세트는 제작 수량이 점차 늘면서 하나의 계절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디자인과 안의 내용물도 다양해져 볼륨 있는 세트로 발전해 나갔다.

대상 관계자는 "이를 계기로 미원은 동아시아 전역으로 수출할 만큼 급성장했다"며 "'1가구 1미원'이라 부를 정도로 모든 가정의 필수품으로 오랜 세월 조미료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됐다"고 밝혔다.

◆"위기가 기회"…MSG, 유해성 논란 벗고 '안전성' 입증

1982년에는 26년 동안 축적한 1세대 발효조미료 미원의 기술력을 발휘해 진한 쇠고기 국물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든 2세대 종합조미료 '미원 쇠고기 맛나'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미원 쇠고기 맛나'는 미원처럼 순수한 우리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원료를 사용해 만든 최고의 종합조미료였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던 미원은 이후 뜻하지 않은 시련을 맞게 된다. 1990년대 초 한 식품회사의 무첨가 마케팅이 발단이 되면서 MSG 유해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후 미원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약 2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체기를 맞았다.

이후 한 종합편성 채널에서 식당들의 MSG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MSG 유해성 논란은 더 불거졌다. 그러나 이는 미원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MSG 유해성 논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신문, 방송 등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MSG에 대한 검증에 나섰고, 이를 통해 오히려 MSG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안전성이 재차 입증된 것이다.

이어 식약처가 MSG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2016년 초 식약처 식품첨가물 분류에서도 '화학적 합성첨가물'이라는 용어를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MSG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도 더 큰 변화가 시작됐다.

대상 관계자는 "MSG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아주 오래전에 이미 종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2010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내린 최종 결론도 이와 동일했다. FAO-WHO연합 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1987년 무려 230여 건의 연구논문을 검토한 결과, 'MSG는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MSG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철폐했다. 1978년과 198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철저한 검증을 통해 '현재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에서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상 관계자는 "EU식품과학위원회에서도 쥐, 개 등을 대상으로 한 급성 및 만성 독성실험에서 MSG로 인한 독성효과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세계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일제히 MSG는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유해성 논란은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대대적 리뉴얼로 '젊은 층' 공략

대상은 지난 2014년 10월 미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선보였다. 제품명도 기존 '감칠맛 미원'에서 '발효미원'으로 바꾸고, 최근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를 고려해 더욱 부드럽고 깔끔한 감칠맛을 담았다.

대상은 L-글루탐산나트륨에 배합해 감칠맛을 배가시키는 핵산의 비율을 줄여 가장 이상적인 감칠맛을 완성했다. 패키지 디자인 역시 지난 60여 년간 미원을 상징해왔던 붉은 신선로 문양을 과감히 축소, 자연의 느낌을 살리고 원재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탕수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2015년 2월에는 연녹색 형태의 '다시마로 맛을 낸 발효미원'을 출시해 사탕수수 이미지를 강조했으며, 2017년 4월에는 표고버섯 엑기스를 첨가해 연갈색을 띠는 '표고버섯 발효미원'도 선보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상은 제품 리뉴얼과 더불어 2014년 11월에는 '밥집미원'이라는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60여 년만에 이뤄진 미원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20~30대 젊은 층에게 알리기 위해 홍대 인근에 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밥집미원에서는 발효미원을 넣어 나트륨 양을 30% 줄인 국밥을 1970년대 가격인 100원에 판매해 하루 물량이 조기에 매진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대상이 공개한 '픽(Pick) 미원' 유튜브 영상이 화제다. 슈퍼주니어 출신 아이돌 김희철을 모델로 한 '픽 미원' 유튜브 영상은 공개 20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현재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 등 SNS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픽 미원' 2탄인 '오쓸래 미원' 편도 소개되면서 미원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원과 소비자의 소통 범위를 더욱 늘려나갈 방침"이라며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도 미니 사이즈 미원 샘플링을 통해 젊은 소비자에게 미원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달라진 미원의 모습으로 소비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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