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결승 한일전

金 걸린 한일전, 가장 큰 적은 상대가 아닌 우리

[골닷컴] 서호정 기자 = 역대 축구 한일전은 A매치가 78번, 23세 이하(92년 이후 올림픽, 2002년 이후 아시안게임 등)에서 15번, 20세 이하에서 43번 등 무수하게 벌어졌다. 50년대부터 라이벌 의식은 팽팽했지만 한국이 압도하는 형세였다. 일본 축구의 기량이 급상승하며 호각세의 대결로 접어든 것은 90년대부터다. 

역대 종합대회와 대륙별 주요 대회에서 금메달 혹은 우승을 걸고 한일 양국이 맞붙은 적은 많지 않다. A대표팀은 그에 버금가는 월드컵 최종예선 대결이 전부였다. 23세 이하 대표팀이 단 한 차례 모든 걸 건 승부를 펼친 적이 있다. 바로 2012년 런던올림픽 3-4위전이다. 결승전은 아니었지만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큰 성과가 걸린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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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절대 지면 안 된다는 한일전의 특수성에 병역혜택이 걸린 올림픽 동메달을 향한 집중력이 합쳐져 구자철, 박주영의 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당시 홍명보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라커룸에서 했던 “쟤들 부셔버려!”라는 말은 한일전이 더해지며 한층 올라간 정신력과 전투력의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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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한국은 그 같은 정신무장을 한번 더 하고 있다. 9월 1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일본을 상대로 금메달에 도전한다. 주장 손흥민은 준결승전에서 베트남을 꺾은 뒤 “여기까지 왔는데 (금메달 따지) 못하면 바보다”라는 말로 팀을 다시 집중시켰다. 

축구인들 사이에선 결승 상대가 UAE가 아닌 일본으로 정해지고 오히려 잘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준결승전 대승으로 해이해질 수 있는 정신력을 조이는 데 한일전만한 대진이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 꽁병지TV를 운영 중인 김병지 해설위원은 “베트남전이 끝나고 결승 상대를 기다리던 선수들이 일본으로 정해졌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마음가짐을 잡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일 양국의 전력 차는 명확하다. 한국은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라는 최고의 와일드카드에 김민재, 이승우, 황인범, 황희찬 등 연령별 최고의 선수들을 총동원해 금메달이라는 목표에 다가섰다. 반면 일본은 2년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21세 이하 대표팀을 보내는 냉정한 판단을 했다. 양국의 입장이 다른 만큼 개인 능력, 경험치도 차이가 확 드러난다. 

한국의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스스로 방심할 때 가장 안 좋은 경기를 했다.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가 대표적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경기에서의 패배가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을 재무장시키는 예방 주사가 됐지만, 상대를 가볍게 볼 때 가장 큰 위기가 닥친다는 것을 배웠다. 

한일전은 그 학습 효과가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을 차례로 꺾고 올라온 김학범호지만 그 과정에서도 몇몇 불안감은 나타났다. 대부분 선수들이 벌어진 스코어에 안도하거나, 상대를 얕보다 나온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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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차는 잊어야 한다. 이 한 경기를 통해 얻는 게 많은 만큼 놓친다면 엄청난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상대를 존중하며 최선을 다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금메달은 한국 축구에 중요한 성과다. 40년 만에 아시안게임 원정 우승과 사상 첫 2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한다.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를 비롯해 한국 축구의 미래가 대거 병역 혜택을 받으면 긍정 효과를 볼 수 있다. 김학범 감독은 도쿄올림픽까지 높은 신뢰 속에 팀을 운영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 한국 축구가 투자한 것에 비례하는 성과는 오직 금메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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