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질..혁신의 아이콘, 혼란만 남겨
[EBS 저녁뉴스]
오늘 청와대 개각으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년 남짓한 시간 끝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진보교육감 시대를 열어젖힌 장본인으로 '혁신교육'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재임 기간 대입제도 개편을 비롯한 교육공약이 줄줄이 후퇴하면서 '무능'과 '퇴보'의 시기였단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황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교육공약을 마련했던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지난해 7월, 야당의 논문 표절 의혹과 이념 편항성 시비를 극복하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취임했습니다.
경기도교육감 시절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 교육 개혁의 아이콘으로 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꼽혔습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2017년 7월 5일 취임사
"이행할 수 없는 백 개의 이유보다, 이행 가능한 단 한 개의 가능성을 찾고 또 찾아서 이를 해결하는 것을 국민의 명령과 우리의 사명으로 새겨야 합니다. ‘소통’와 ‘여론’을 빙자한 두리뭉실한 눈가림용 정책을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해서는 안 됩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위법행위를 저지른 17명을 상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진상 조사 백서도 발간했습니다.
경북 포항 지진으로 수능 일주일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4년 반 만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만나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기대했던 교육공약 추진 과정에선 ‘여론’에 흔들렸습니다.
가장 먼저 추진했던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방침은 헌법재판소가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한발 물러나야 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당초 예정됐던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유예 결정을 내렸습니다.
취임 당시엔 고교교육 내실화를 위해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공언했지만 반대 여론이 크자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안을 2021학년도에서 2022학년도로 1년 미뤘습니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 정시를 30% 이상 확대하는 애매한 결론을 내놓으면서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에서 반발을 샀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이었던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도 현 정부 하에선 사실상 무산되는 등 ‘후퇴’가 이어졌습니다.
대통령 취임 1년 분야별 평가 여론조사에서 교육 분야를 잘했다고 평가한 의견이 30%에 그치면서 김상곤 부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결국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김 부총리는 교육 현장의 혼란만 남긴 채 쓸쓸히 교육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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