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엣남 꼬렌~!”…폭우 속 아쉬움과 격려 교차한 베트남

베트남 현지교민이 전하는 AG 4강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떠올라"
  • 등록 2018-08-30 오후 5:30:58

    수정 2018-08-30 오후 5:37:37

지난 29일 아시안게임 준결승이 끝난 후 하노이 시내를 붉은 물결로 뒤덮은 거리응원단의 모습(사진=김주형 통신원)
[하노이=김주형 통신원] “비엣남 꼬렌(파이팅)! 비엣남 꼬렌!”

지난 29일 한국과 베트남의 아시안게임 4강전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하노이 시내에 모인 수십만 명의 응원단은 아쉬운 탄성과 함께 연신 꼬렌을 외쳤다. 4강전에 진출했을 때와 같은 열광은 없었지만 나팔을 불거나 쉼 없이 국기를 흔들며 결승 진출 좌절에 대해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에서 1-3으로 패배했다. 이른 아침부터 하노이 시내는 4강전 응원을 위해 모인 인파로 북적였다. 며칠째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 시작 2∼3시간 전부터 베트남 국기를 들거나 오토바이, 승용차에 매달고 거리로 쏟아졌다. 베트남 ‘홍강’의 물결처럼 하노이 시내는 붉은 베트남 국기의 물결로 일렁거렸다.

발디딜 틈 없는 거리…학교·기업은 휴교령에 조기퇴근

TV와 대형 스크린 등으로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식당, 카페, 주점 등은 단체응원에 나선 손님으로 가득했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팬들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밖에 서서 열띤 응원을 했다.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하자 아예 우산과 우비까지 걷어 젖히고 응원에 몰두했다.

4강전 시작 직전까지 베트남은 한국을 상대로 ‘바캉스 매직’이 다시 한번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한국과의 준결승이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여서 시작 응원을 위해 상당수 공장과 사무실이 1∼2시간씩 단축근무를 했고 오후에는 아예 휴무한 곳도 있었다. 호치민 은행 대학교와 하노이 의과 전문대학교는 휴교했다. 대학 통지서에는 “단결정신과 국민자부심으로 응원을 해라”고 했다.

치안을 우려한 베트남 정부는 교통경찰 총동원령을 내려 질서 유지에 나섰다. 자연스럽게 베트남 국기와 티셔츠, 나팔 등 응원 도구가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29일 아시안게임 준결승이 끝난 후 베트남 국기를 흔들며 하노이 시내를 질주하는 베트남 청년들(사진=김주형 통신원)
◇“2002년 한일월드컵 방불케 해”


하노이의 한 상인은 티셔츠 1만장에 베트남 국기 스티커를 2만장 준비했는데 4강전이 끝난 후 모두 판매했다고 했다. 8강전까지 골을 넣은 선수와 이름이 같은 고객에게 1년 예금 금리를 0.3%포인트 올려준 은행도 있었다. 한 신발 업체는 스타 플레이어와 성이 같은 고객 선착순 50명에게 50% 할인행사를 하는 등 다양한 축구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베트남 국영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 대표팀의 결승 진출 꿈이 끝나 많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응원했던 팬들이 아쉬워 했지만 베트남 대표팀의 선전에 자랑스러워 했다”며 “9월1일 아시안게임 첫 동메달에 도전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스포츠 매체 ESPN은 “한국전 당일 적어도 300명의 베트남 팬들이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당일치기 일정으로 자카르타로 출국했다”고 언급했다.

지난 29일 아시안게임 준결승전 거리응원에 나선 한 베트남 청년이 국자와 냄비를 들고 치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사진=김주형 통신원)
◇폭우 속에서도 자리지켜…“박항서 감독에 감사”


베트남 국민들은 초반부터 한국에 선취골을 내주는 등 경기가 답답하게 이어지면서 아쉬움을 내보였지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박항서 호를 응원했다. 특히 후반전에 만회 골을 기록하자 뜨겁게 환호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베트남 화이팅을 연신 외쳤다.

가족들과 거리응원전에 나왔다는 따탄빈 (Ta Thanh Binh·33)씨는 “베트남 선수들의 선전에 눈물이 났다”며 “박항서 감독에게 감사하고 한국과의 관계도 좀 더 돈독하게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거리응원을 위해 새벽부터 시내에 나와 있었다는 응웬 하이 남 (Nguyen Hai Nam·27) 씨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아쉽게 졌지만 베트남 대표팀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아직 모든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다. 9월1일 있을 3, 4위전에서 반드시 동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항서 감독을 보내준 한국에 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그는 베트남 대표팀뿐만 아니라 베트남 국민에게 자긍심을 높이고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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