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조선일보'
지난 8월 27일 조선닷컴에 "[단독]김부선, '서해순 vs. 이상호' 싸움 이긴 박훈 변호사 손 잡았다"는 기사를 쓰자, 약 두 시간 후 김부선은 이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이런 멘트를 달았다. 박훈 변호사는 다음 날 '김부선 변호를 맡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소설 쓰는 조선일보'라는 말이 사실일까? 한마디로 사실이 아니다.
'박훈 변호사 선임'을 소설처럼 만든 건, 김부선이다. 취재 과정을 공개한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어쩌다 '소설 쓰는 기자' '김부선 vs. 이재명 논란 속으로 뛰어든 기자'가 되었지만, 이 상황을 설명하다 보면 김부선이라는 인물을 조금은 더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개하기로 한다.

①'김부선, 박훈 변호사 선임' 취재 과정은?
"[단독]김부선, '서해순 vs. 이상호' 싸움 이긴 박훈 변호사 손 잡았다"가 조선닷컴에 게재된 시점은 8월 27일 오후 1시다. 이 사건에 관한한 '신뢰도 100%'의 제보자로부터 "박훈 변호사가 맡는다. 수임료도 상식적인 수준이고 이민석 변호사와 공동 수임한다. 김부선의 SNS나 언론을 통한 주장이 정교하지 못해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만큼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이 수임조건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임할 것"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박훈 변호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에 등장하는 변호사의 실제 모델이며, 여성과 인권에 남다른 관심과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람이다. 박훈 변호사가 김부선을 돕게 된다는 건 새로운 뉴스였다. 기자는 오랜 지인인 박 변호사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기자는 최진실, 이미숙, 한성주, 서해순 등 ‘변호사 수임’ 관련 단독 기사를 여러 차례 보도했다. 이들 사건의 변호사는 사건 수임료를 수령한 후 이를 ‘사건 수임’으로 공표했다. 수임계약서 작성 전이라도 말이다.

②"그때는 왜 쌩까고 도망갔냐"는 김부선의 항의 전화

27일 오후 1시 '김부선, 박훈 변호사 선임' 보도가 나간 후, 김부선은 같은 날 오후 2시 33분(3분간 통화), 2시 37분(2분간 통화)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내가 언제 알지도 못하는 박훈을 선임했다고 보도했느냐? 내가 선임계약서도 안 썼는데 내가 언제 선임했느냐? 지금 자동녹음되고 있는 거 알고 있어라, 나랑 안면도 있으면서 나에게 확인전화를 왜 안 했느냐? 알지도 못하는 이민석 변호사는 누구냐? 그때는 왜 쌩까고 도망가더니... 페이스북에 아니라고 올리겠다"라며 항의 전화를 했다.

왜 ‘김부선씨에게 확인을 안 했느냐’고 의문을 품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훈 변호사가 "김부선씨의 일체 언론 접촉이나 SNS를 자제시키겠으며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임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마당에 기자가 김부선씨에게 변호사 선임 사실을 확인하는 일 자체가 변호사를 신뢰하지 않고, 변호사가 세운 전략을 흔드는 일인지라 굳이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김부선씨의 ‘그때는 왜 쌩까고 도망갔느냐"는 말에 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 4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공중파 TV PD가 "김부선씨, 딸 미소랑 있는데 함께 술을 먹자"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장소는 경리단길에 있는 작은 와인바로 기자도 평소 자주 가는 곳이다. 지난 27년간 연예기자로 활동했으나 김씨를 만난 것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양수리 영화촬영소 세트장에서 진행된 영화 ’리허설‘ 촬영 현장이었다. 우리는 7시에 술자리를 시작해 다음 날 새벽 1시 30분쯤까지 와인바에 있었는데, 딸 김미소는 3시간 정도 머물다 다음 날 스케줄 때문에 자리를 떴다.

그 자리에서 김부선은 아파트 난방비 문제, 소송 문제, 이재명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했다. "내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외부 감사관련 보고가 있는데 함께 참석해달라"는 부탁도 해왔다. 김부선은 기자가 집에 들어온 다음에도 카카오톡 문자를 수차례 보내며 "사고칠까 봐 무섭다. 관리사무소 함께 가달라", "조금 일찍 집으로 와달라" 등의 문자를 보내왔다.

안쓰러운 마음에 기자는 오전 8시 30분쯤 옥수동에 있는 김부선의 아파트로 갔다. 2시간 정도 아파트 관리비 문제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10시께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이루어진 ‘아파트 관리비 외부 감사 보고’도 지켜봤다. 그 자리에서 김부선은 "여기 기자가 와 있으니까 똑바로 하세요" "김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며 기자를 현장의 ‘주체’로 끌어들였다. 이건 아니다 싶어 3시간 정도 지켜본 후 다음 취재 일정을 핑계로 자리를 떴다. 이것이 "그때는 왜 쌩까고 도망갔느냐"는 김부선의 항의에 대한 전말이다.

당시 ‘자리를 피한 것’은 맞지만 ‘쌩까고 도망’간 적은 없기에 다시 김부선에게 전화를 했지만 김부선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문자로 이렇게 보냈다. "한가지 정확하게 합시다. 제가 쌩까고 도망갔습니까? 이재명 이야기 다 듣고 집에서 2시간 대기하고, 관리사무실에서 3시간 함께 있었던 거 기억 못하세요?" 김부선의 답문자가 이렇게 왔다. "기사 한 줄 쓴 적 있나요?" 기자는 이렇게 또 답을 보냈다. "저 보고 기사 쓰라고 오라는 게 아니라 두렵다고 함께 가자고 하셨습니다."

③왜 김부선은 방송 아닌 페이스북에 '거짓'이라 썼을까
지난 27일과 28일 김부선은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김부선은 보도된 27일 다음날인 28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채널A의 '뉴스 TOP10'에 출연했다. 28일 생방송 출연을 마친 후 김부선은 프로그램 제작진과 광화문 근처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했다.

김부선은 27일 오후 1시 조선닷컴의 기사가 나간 후, 방송국 스튜디오에 앉았다. 페이스북이 아니라 자신의 입으로 ‘박훈 변호사 선임은 오보다’ 주장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

"일체 언론 접촉과 SNS 활동 자제"를 수임 조건으로 내걸었던 박훈 변호사는 김부선이 이들 방송에 출연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공교로운 일이지만 기사를 쓴 27일 당시에는 기자 역시 김부선이 채널A에 출연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왜 김부선씨가 변호사 선임 문제에 대해 ‘소설 쓰는 조선일보’라며 날을 세웠는지 짐작이 간다.

④박훈 변호사 "맡은 적 없다" 아닌 "맡지 않는다"
박훈 변호사는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펼쳐왔다. 자신이 수임한 서해순씨 사건도 그렇고, 세월호 앵커 침몰설, 정봉주 전 국회의원, 안희정 전 지사 등 이슈에 대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밝혀왔다. 또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상당히 거친 언어로 비판해왔다.

만약, 기자가 박훈 변호사의 이야기를 오해했거나 확대해석했다면 페이스북을 통해 거침없는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김부선보다 박훈 변호사가 더 화를 내는 게 상식적인 일이다.
하지만 박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기자가 작성한 '변호사 선임'에 대해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창원에 있는 박훈 변호사 법률사무소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부선씨 사건을 맡게 됐다. 아직 수임계를 내진 않은 상태"라며 기자가 쓴 "김부선, 박훈 변호사 선임" 기사에 힘을 실어줬다.

김부선씨가 채널A에 출연한 다음 날인 29일 박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김부선씨 변호인을 누가 하는지가 왜 그렇게 관심사가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저는 김부선씨 사건을 맡지 않는다. 그리들 아시고 기자님들 다시는 문의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만약 김부선의 주장처럼 ‘변호사 선임이 소설’이었다면 박훈 변호사는 "김부선씨 사건을 맡지 않았다" 내지는 "맡은 적이 없다" 라고 썼을 것이다. ‘맡지 않는다’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이 불필요할 듯 싶다.

김부선 변호를 ‘맡지 않는’ 이유를 박훈 변호사에게 다시 물어봤다. 박훈 변호사는 "그 이유에 대해선 변호사로서 윤리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소상히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김부선씨가 주장하는 "소설 쓰는 조선일보‘에 대한 처음과 끝이다. 김부선이 또 ‘소설’이라고 주장할지 묻고 싶다.

김대오 연예전문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