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사립 S여고에서 현직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해 불거진 논란과 관련, 해당 교무부장이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딸들이 치를 내신 시험 문제지와 정답지를 혼자서 수차례 검토한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쌍둥이 자매가 지난 1년간 8개 과목 9문제에 걸쳐 '오류 정정 전 정답'(최종적으로 오답)을 적어냈는데, 이 가운데 출제 교사의 실수로 정답지에 잘못 기재된 주관식 문제의 정정 전 정답을 적어낸 사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9일 이 같은 내용의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달 중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S여고 문제 유출 의혹이 확산하자 지난 16~22일 조사를 벌였다. 서울교육청 이민종 감사관은 "해당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의 시험지와 정답지를 수차례 단독으로 검토한 것은 '부모인 교사가 자녀가 속한 학년의 시험 출제·검토 업무를 하면 안 된다'는 교육청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시험 관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을 물어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에 대한 중징계를 학교 재단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청은 "교무부장이 실제로 딸들에게 정답을 유출했는지 여부는 감사 과정에서 밝혀내지 못했다"며 30일 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러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됐다. 그간 떠돌던 의혹에 대한 교육청 특별조사 결과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이 치를 시험지·정답지를 사전에 봤다?

"사실이다. 감사 결과 해당 교무부장은 두 딸이 S여고에 입학한 2017년 1학기부터 올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딸들이 치를 시험지와 정답지를 검토했다. 교무부장 업무가 시험지 검토인 것은 맞지만, '교사 부모는 자녀 학년의 시험지 출제 검토 업무에서 배제'라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감사 결과 교무부장은 교무실 내 교무부장 자리에서 고사 총괄 교사가 건네는 시험지와 정답지를 수 분~수십 분에 걸쳐 살펴봤다. 이는 '1분 정도 오류를 잡아내는 작업만 했을 뿐'이라는 교무부장의 해명 글과 다른 것이다. 이에 대해 교무부장은 '형식적인 오류만 잡아냈을 뿐 시험지와 정답지를 유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교무실 내 CCTV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쌍둥이가 오류 판정이 난 특정 문제의 '정정 전 정답'(결과적으로 오답)을 똑같이 표기했다는데?

"그렇다. 1학년 2학기 '수학Ⅱ' 기말고사에서 특정 문제에 대해 정정 전 정답을 자매가 똑같이 표기했다. 그러나 해당 문제는 동학년 재학생 70%가 쌍둥이와 똑같은 답을 적었을 만큼 오답률이 높은 문제였다. 의혹의 핵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단, 쌍둥이가 문·이과로 올라간 올해 총 7개 과목 8문제에 걸쳐 오류 정정 전 정답을 적어낸 점, 이과생 쌍둥이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화학Ⅰ' 시험에서 출제 교사의 실수로 잘못 표기된 주관식 정답을 혼자 유일하게 써냈다는 점 등을 볼 때 정답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감사팀은 보고 있다."

―전교 1등 한 쌍둥이 자매의 평균 점수가 전교 2등과 7점 이상 차이 난다는데?

"사실이 아니다. 문과생 쌍둥이와 전교 2등 간 점수 차이는 1.9점대, 이과생 쌍둥이와 전교 2등 간 점수 차는 약 2점대다."

―학교 교사들이 '수행평가 만점' 특혜를 준 것은 맞나?

"사실이 아니다. 감사 결과 S여고는 재학생 78~90%에게 수행평가 만점을 줄 만큼 점수가 후하다. 쌍둥이에게만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없었다."

―쌍둥이 자매가 지난 3월 전국 모의고사 날 결석하고 일부러 시험을 치지 않았다는데?

"아니다. 자매가 모두 학교에 나와 전 과목 시험에 응시했다. 그러나 내신 전교 1등 성적과 달리 모의고사에선 성적이 그만큼 좋지는 않았다."

―교무부장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현재 보직교사 자리에서 사임했다. 올 2학기부터 평교사(미술 과목)로 돌아간다. 쌍둥이 자매는 현재 해당 학교에 다니고 있고 공식적으로 전학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 이후 불안감과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