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전업주부도 연금 받도록 '1인 1연금' 시대 만들자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2018. 8. 29.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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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령액 '용돈' 수준 전락.. 50·60대도 '老後 빈곤' 위기
소득 상한선 인상 등 改善 미루면 세대 갈등·가입자 반발 부추길 뿐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가입해 노후를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최저 생계를 보장하겠다는 건지, 실제 노후를 제대로 보장하려는 건지 모호하다. 공무원연금처럼 월평균 지급액이 240만원이 되면 노후 보장 제도가 맞는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평균 39만원이고, 20년 이상 가입해도 월평균 91만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으로 안정된 노후를 꿈꿨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로선 '노후 보장' 대신 '노후 빈곤'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이들은 당초 국민연금으로 적어도 월 200만원은 받을 것으로 믿었다. 이것이 깨진 것은 연금 수령액을 소득의 70%에서 시작해 40%까지 떨어뜨리기로 하면서다. 내는 돈을 올리지 못하자, 그 대신 받는 돈부터 깎아버린 것이다.

매월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기준이 되는 소득 상한선(최고액)도 마찬가지다. 월 200만원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겨우 481만원이다. 정부가 월 최고액을 360만원에서 15년 동안 꽁꽁 묶어놓은 탓이다. 소득이 5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실제 소득과 상관없이 481만원에 맞춰 보험료를 내는데, 제대로 올렸다면 이미 600만원대는 됐을 것이다. 그러면 전체 가입자들의 평균 소득이 높아져 연금액도 늘어났을 것이다. 공무원들의 무지(無知) 탓인지, 자기들이 받을 연금이 아니라고 직무 유기한 탓인지, 소득 상한선을 올리는 것을 등한시했다. 그 사이에 공무원연금은 소득 상한선을 국민연금의 배로 올렸고, 공무원들은 그 덕에 모두 안락한 노후를 약속받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용돈화(化)'를 막기 위해 보험료를 더 내는 방안을 내놓았다. '더 나은 보장을 해주겠다'는 명분이다. 연금 받는 나이를 65세로 늦춰 60세 퇴직 후 5년간 소득 공백기를 만들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연금 수령 시작 시점을 67세로 늦춘다는 방안도 꺼냈다. 그 결과 "부모 세대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우리는 보험료를 계속 올려야 하나" "공무원연금은 매년 수조원씩 적자 보전해주면서 국민연금은 지급 보장을 못 하겠다니 이게 나라냐"는 젊은 세대의 반발이 들끓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국민연금'이나 '국민연금+퇴직연금'으로 노후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퇴직연금만 해도 대다수 가정에서는 집 마련하느라 낸 빚을 갚거나 자녀들의 학비, 결혼 자금을 대주기 위해 연금으로 타기는커녕 목돈으로 받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선의 대안은 부부(夫婦)가 합쳐 연금을 월 300만원쯤 받는 것이다. 이러려면 전업주부도 연금에 가입하는 '1인 1연금'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국민연금 제도는 이런 꿈마저 짓밟는다. 배우자가 연금 수령 도중 사망하면, 본인의 노령연금과 견줘 유리한 한쪽만 택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만약 유족연금 액수가 많으면 그동안 낸 본인의 노령연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소멸된다. 노령연금을 택하면 유족연금은 고작 30%를 덧붙여 준다. 이런 황당한 계산법을 알아챈 전업주부들은 연금 가입을 포기한다. 정부가 왜 이렇게 제도를 방치하는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연금을 더 받으려면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고, 월 소득 481만원이 넘는 사람들에게는 소득 상한선도 올려 더 많은 연금액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소득 상한선과 보험료를 동시에 올리는, 이중(二重)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사원이나 기업주는 모두 부담이 커져 거부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해법은 소득 상한선부터 먼저 올려 시행한 뒤 전체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은 태생적으로 현 세대에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후세대에 재정 부담을 물려주는 제도다. 세대 갈등을 줄이고 '연금다운 연금'을 만들려면 정부는 국민의 동의부터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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