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마크롱의 유럽안보 독립선언

2018. 8.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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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포함 유럽차원 안보 강화.. 냉전시대 동맹, 시대 맞게 바꿔야"
美주도 나토 체제에 정면도전.. 美 핵우산-러 위협에 실현까진 먼길

[동아일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미국을 향해 사실상의 ‘유럽 안보 독립’을 선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7일 재외공관장 250명을 초청한 엘리제궁에서 내년도 외교 방향을 설명하면서 “나는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유럽 파트너와 함께 우리의 안보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에 착수하기를 원한다”며 “유럽 대륙 차원에서 안보를 강화하는 새로운 구상을 몇 달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은 유럽과 미국이 손잡고 러시아와 중국에 맞섰던 냉전시대 질서 체계를 깨고 ‘빅2’(미국과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유럽 독자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은 유럽이 독자성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유럽의 진짜 문제”라며 “유럽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할 순 없다”고 외쳤다. 그는 이어 “우리의 안보를 책임지고 보증하는 건 우리 스스로에게 달렸으며 그건 유럽의 주권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시대 이후 형성된 ‘동맹’을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유럽의 국방과 안보 시스템도 사이버 안보, 화학·전통 무기, 지역 갈등 등을 다루는 새로운 양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파트너의 핵심으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그는 “국방협력 토론은 모든 유럽연합(EU) 국가와 러시아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일부인 러시아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러시아를 주적으로 보고 유럽 안보를 책임져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무력화와 직결된다. EU는 지난해 12월 마크롱 대통령 주도로 25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유럽 국방협력 체제인 안보·국방협력체제(PESCO)를 구축한 바 있다. 이들은 사실상 EU군 창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도 유럽의 홀로서기를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은 미국의 (경제적) 제재를 막아낼 수 있는 전략적 이익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역과 경제 분야에서 더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주도로 경제 분야를 주로 협의했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협의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더 이상 전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분열을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협력체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올해 말까지 G7 회의체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내년도 G7 정상회의 주최국이다. 올해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나머지 6개 나라가 맞서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소득 없이 갈등만 커져 G7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지난달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EU 차원의 금융 결제망과 경제 안전망 구축을 촉구하며 경제 홀로서기에 보조를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 안보를 책임져 온 나토에 미국만 부당하게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 비판하며 나토 해체 분위기마저 풍겼고, 유럽도 제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은 더 이상 미국과 영국의 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우리 운명을 우리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 주 파리에서 EU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

마크롱 대통령이 예고한 유럽 안보 홀로서기 구상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그의 승부수이기도 하다. 유럽 내에는 반EU 포퓰리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 강력한 통합 구심점이 필요한 사항이다. 쉬운 길은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유럽 국가는 미국의 핵우산 속에 있는 데다 폴란드를 비롯해 EU 내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한 동유럽 국가들은 당장 미국의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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