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딩크 귀화를" .. 베트남 SNS선 박항서·송중기가 동급
16강·8강서 교체 선수가 결승골
족집게 기용에 축구팬들 열광
박 감독 리더십 다룬 책도 나와
오늘 한국과 준결승전 앞두고
"조국 사랑하지만 난 베트남 감독
한국 절대 두려워할 필요 없다"
지난 2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베트남과 시리아의 8강전이 열린 인도네시아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 관중석에 펼쳐진 대형 걸개 천에는 한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처음엔 한국 응원단이 내건 플래카드인 줄 알았지만, 확인해 보니 베트남 응원단이 적어 온 문구였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박항서(58) 감독을 향한 메시지였다.
이들은 금성홍기가 새겨진 붉은 유니폼을 입고 ‘무적의 베트남’이란 의미의 ‘베트남 보딧!(Vietnam vo dich!)’을 경기 내내 외쳤다. 일부 팬들은 "박항서 감독님 힘내세요!”를 한국어로 힘껏 외쳤다. 플래카드 중엔 ‘사랑해요’‘고맙습니다’ 등 박항서 감독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연장 후반 3분 응우옌반또안의 결승골이 터지자 경기장 내 베트남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것처럼 기뻐했다. 박항서 감독이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베트남 기자들은 일어서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결국 쫓기듯 한국을 떠나 지난해 10월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베트남 진출 초기엔 박 감독이 벤치에서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게 알려져 ‘슬리핑 원(Sleeping one)’이란 별명을 얻었다. 조제 모리뉴 맨유 감독의 별명 ‘스페셜 원(특별한 존재)’에 빗댄 조롱 섞인 표현이었다.
박 감독은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다음은 한국이다. 절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베트남이다. 오케이”라고 외쳤다. 그런데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베트남 사회에서 큰 화제를 낳고 있다.
베트남 신문들도 일제히 아시안게임 4강 진출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베트남 징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에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가 베트남 축구에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생큐 박항서”라고 전했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영방송인 VOV가 베트남 축구대표팀에 포상금으로 10억 동(약 47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28일 전해졌다. 또 베트남축구협회가 6억 동(약 2850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베트남 가전업체 아산조는 2만5000달러(약 2770만원)를 쾌척하면서 선수 전원에게 55인치 TV를 선물하기로 했다.
4강 진출이 확정된 뒤 수도 하노이 등 베트남 전역엔 수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구대표팀의 준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박항서 감독의 사진이 담긴 실물 크기 입간판과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팬도 있었다.
베트남 축구팬들은 대표음식 쌀국수와 히딩크를 합해 그에게 ‘쌀딩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소셜미디어에는 박 감독과 한류스타 송중기를 나란히 배치한 사진이 돌아다닌다. 적어도 베트남에선 박항서 감독의 인기가 송중기를 누를 판이다.
박항서 감독은 29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에서 조국 한국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운명의 장난처럼 박 감독은 조국에 칼을 겨눠야 한다. 베트남이 승리하면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격수 손흥민(26)은 병역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군에 입대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박 감독은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하지만 현재는 베트남 감독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면서 "2002년 월드컵 때는 코치였지만 지금은 감독이다. 그땐 4강에서 도전을 멈췄지만 이번엔 4강에서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박린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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